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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년 강남 입주물량 245% 증가…"전셋값 반값 아래로 떨어져"

중앙일보

입력

업데이트

부동산 시장 침체가 이어지는 가운데 강남권 아파트에서도'역전세난'이 발생하고 있다.  한국부동산원에 따르면 11월 둘째 주(14일 기준) 서초구 아파트 전셋값은 전주보다 0.74% 하락해 2021년 이후 최대 하락폭으로 송파구(-0.77%)와 강남구(-0.53%)의 낙폭도 심화되고 있다.  사진은 28일 서울 강남구 대모산에서 바라본 강남권 아파트의 모습. 2022.11.28/뉴스1

부동산 시장 침체가 이어지는 가운데 강남권 아파트에서도'역전세난'이 발생하고 있다. 한국부동산원에 따르면 11월 둘째 주(14일 기준) 서초구 아파트 전셋값은 전주보다 0.74% 하락해 2021년 이후 최대 하락폭으로 송파구(-0.77%)와 강남구(-0.53%)의 낙폭도 심화되고 있다. 사진은 28일 서울 강남구 대모산에서 바라본 강남권 아파트의 모습. 2022.11.28/뉴스1

전셋값 하락세가 이어지고 있다. 내년 수도권 아파트 입주 물량이 올해와 비슷한 18만 가구 수준으로 예상되면서 전셋값 급락에 따른 부동산 시장 침체가 길어질 것이란 우려가 나오고 있다.

5일 한국부동산원에 따르면 지난달 28일 기준 수도권 아파트 전셋값은 0.95% 하락했다. 2012년 5월 부동산원이 관련 통계를 집계한 이후 하락 폭이 가장 컸다. 지난 10월 10일 이후 8주 연속 역대 최고치 기록을 경신하고 있다.

금리 인상으로 인한 전세자금대출 부담으로 수요가 월세 등으로 분산된 데다 신규 아파트 입주 물량 증가로 전세물량 초과 공급이 이뤄진 영향이다. 특히 높은 전셋값을 지렛대 삼아 갭 투자(거주 목적이 아닌 전·월세를 끼고 매매)한 집주인들이 직격탄을 맞고 있다.

‘거래절벽’에 집값마저 내려가면서 집을 팔지 못하는 상황에다, 전셋값이 내리면서 세입자에게 오히려 보증금의 일부를 돌려줘야 하는 역전세 상황에 맞닥뜨리게 된 것이다.

그래픽=김경진 기자 capkim@joongang.co.kr

그래픽=김경진 기자 capkim@joongang.co.kr

특히 올해 초까지 전셋값이 다락같이 올랐던 강남권에서 이런 현상이 두드러진다. 내년 2월 입주를 앞둔 서울 강남구 개포동 개포자이프레지던스(3375가구)에서는 이날 기준 전세 매물이 832건 나와 있다.

전용 59㎡의 경우 최저 호가가 7억원, 전용 84㎡는 9억원대다. 대단지 입주가 예정되면서 바로 옆 개포디에이치아너힐즈(2019년 8월 입주) 전용 59㎡는 12억~13억원 수준이던 호가가 8억원 중반대까지 떨어졌다.

서초구 반포동 반포자이에서는 지난달 전용 84㎡ 전세 계약이 13억원(2층)에 체결됐다. 2년 전 17억원에 전세 계약을 맺었지만 4억원이 떨어진 가격에 새 계약이 이뤄졌다. 이 면적은 지난 6월만 해도 최고가 22억원에 거래됐다. 최근 들어 시세가 40%가량 떨어진 것이다. 인근 래미안퍼스티지 전용 84㎡ 역시 올해 23억원에 전세로 거래됐지만, 최근 호가는 11억원까지 내렸다. ‘반값’아래로 내려간 셈이다.

내년 금리 상승세가 정점에 다다를 것으로 예상하지만 전세 시장 전망은 암울한 상황이다. 특히 입주 물량 증가가 전셋값 하락과 역전세난을 부추길 것이란 전망이 나온다.

한국지방세연구원이 지난달 낸 ‘역전세난과 주택가격 변화의 시사점’ 보고서에서는 “올해 하반기 주택시장의 역전세난 발생은 입주물량 증가의 영향보다 전세대출금리 인상의 효과”라며 “신규 주택 입주물량이 올해 연말부터 증가할 전망이어서 역전세난과 주택가격 하락을 촉진할 것”이라고 내다봤다.

그래픽=김경진 기자 capkim@joongang.co.kr

그래픽=김경진 기자 capkim@joongang.co.kr

부동산 정보제공업체 부동산R114에 따르면 내년 수도권 아파트 입주 예정 물량(임대 포함)은 17만8274가구로 올해(18만397가구)와 비슷할 것으로 전망했다. 서울의 경우 아파트 입주 물량이 올해 2만4115가구에서 2만4310가구로 소폭 증가할 전망이다.

하지만 서울 강남 일대를 중심으로 ‘입주 폭탄’이 예고된 상황이다. 서초구·강남구·송파구·강동구 등 강남 4구의 내년 입주 예정 물량(1만2402가구)은 올해(3592가구)보다 3배 이상이다. 강남구에서는 내년 2월 개포자이프레지던스(3375가구)가 입주 예정이고, 11월에는 디에이치퍼스티어아이파크(6702가구)가 입주를 앞두고 있다. 서초구에서는 내년 8월 총 2990가구 규모의 래미안원베일리가 입주를 시작한다.

초과 공급에 따른 전셋값 하락세가 내년에도 계속될 경우 매맷값 역시 침체를 벗어나지 못할 것이란 전망도 나온다. 지난달 23일 NH투자증권이 발표한 '내년 부동산시장 전망과 투자전략' 보고서에 따르면 "이번 부동산시장 하락 사이클은 매매와 전셋값 하락세가 동시에 심화하고 있다는 점에서 과거와 다르다"면서 "매매가격 하락세가 멈추려면 전셋값 하락이 진정돼야 하는데, 내년 입주 물량 증가와 고금리 영향으로 전셋값은 약세를 이어갈 것"이라고 전망했다.

이런 가운데 대한건설정책연구원은 지난달 30일 '2023년 건설·주택 경기전망' 세미나에서 내년 수도권 아파트 매매가격과 전셋값이 모두 3~4% 하락할 것이라고 전망했다. 권주안 건설정책연구원 연구위원은 "내년 주택시장은 주택 수요 감소가 지속하는 가운데 신규 공급 여건이 악화하면서 주택시장 전반의 경착륙 위험이 고조될 것"이라며 "주택가격은 전체적으로 하방 압력이 커진 가운데 수도권 아파트 매매가격과 전셋값은 3~4% 하락할 것"이라고 밝혔다.

여경희 부동산R114 수석연구원은 "높아진 대출 이자 부담, 집값 추가 하락 우려 등으로 주택 거래절벽이 한동안 이어질 전망"이라며 "입주 아파트 주변의 기존 단지를 중심으로 가격 하락세가 두드러질 것으로 보이며, 갱신권 사용과 월세 전환 등으로 수요가 둔화하는 전셋값의 낙폭이 더 커질 수 있다"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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