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물가 급등 멈췄지만, 운송거부·우유·택시·공공요금 변수 남았다

중앙일보

입력

지난달 소비자물가 상승률이 5%를 기록하면서 급등하던 물가가 안정되는 모양새다. 그러나 운송거부·택시·공공요금·우유 등 물가를 끌어올릴 수 있는 변수가 여전히 남아 있다. 여기에 물가의 장기적 흐름을 나타내는 근원물가는 내려가지 않고 있어 물가 불안을 떨쳐내긴 이르다는 풀이가 나온다.

물가 ‘뇌관’ 된 화물연대 운송거부

5일 통계청 국가통계포털을 보면 지난달 소비자물가 지수가 지난해 같은 달보다 5% 오르며 상승세가 진정된 데에는 농·축·수산물 가격 오름세가 꺾인 영향이 컸다. 실제 기상조건 영향을 많이 받는 신선식품지수 상승률은 0.8%에 그쳤다. 날씨가 도운 덕에 물가상승률은 지난 7월(6.3%) 외환위기 이후 24년여 만에 가장 높은 수준으로 올랐다가 8월부터 5%대로 내려왔다.

화물연대 파업 12일째인 5일 오후 경기도 의왕시 내륙컨테이너기지(ICD)에서 컨테이너를 싣고 있는 화물차가 파업으로 멈춰 선 화물차 사이를 오가고 있다. 연합뉴스

화물연대 파업 12일째인 5일 오후 경기도 의왕시 내륙컨테이너기지(ICD)에서 컨테이너를 싣고 있는 화물차가 파업으로 멈춰 선 화물차 사이를 오가고 있다. 연합뉴스

향후 물가의 가장 큰 변수로 화물연대 운송거부 장기화가 떠올랐다. 지난달 24일부터 이어진 화물연대 운송거부는 이날 12일째에 접어들었다. 시멘트‧철강‧자동차‧석유화학‧정유 분야 출하 차질 규모는 지난주 3조원을 넘어섰다. 파업이 장기화하면 공급에 문제가 생길 수밖에 없어 물가 상승을 부추길 수 있다는 우려가 커지고 있다. 기획재정부도 “집단운송 거부에 따른 물류 차질이 위험 요인”이라고 분석했다.

택시·공공요금 인상 불가피

택시요금과 전기·가스 등 공공요금 인상도 물가 안정세 흐름에 ‘암초’로 작용할 예정이다. 서울 지역 택시 기본요금은 내년 2월부터 3800원에서 4800원으로 오른다. 기본요금을 적용하는 거리도 줄어 요금 인상에 따른 부담도 커진다. 당장 이달 1일부터는 심야할증 시간을 확대하고, 오후 11시부터 오전 2시까지는 할증률을 20%에서 40%로 2배 상향해 시행 중이다. 서울이 택시 요금을 선제적으로 인상하고 나서면서 이 같은 기조가 전국으로 퍼질 것이란 관측이 나온다.

전기·가스 요금의 추가적 인상도 불가피한 상황이다. 올해 3분기까지 한국전력은 21조8342억원의 적자를 기록했다. 역대 최대 규모의 영업손실이다. 한전채를 대거 발행해 전력구매비용을 충당했지만, 한계가 있는 만큼 요금 인상은 계속될 수밖에 없다. 지난달 전기·가스·수도 물가는 지난해 같은 달보다 23.1% 오르면서 지난달(23.1%)과 같았다. 이미 관련 통계 작성이 시작된 2010년 1월 이후 가장 높은 수준이다.

‘밀크플레이션’이 온다 

우유 원유(原乳) 가격 인상에 따라 흰 우유를 비롯한 유제품 가격이 오른 지난달 17일 서울의 한 대형마트에서 시민들이 우유 제품을 고르고 있다. 연합뉴스

우유 원유(原乳) 가격 인상에 따라 흰 우유를 비롯한 유제품 가격이 오른 지난달 17일 서울의 한 대형마트에서 시민들이 우유 제품을 고르고 있다. 연합뉴스

지난달 원유 가격이 L당 49원씩 오르면서 빵·아이스크림·커피 등 우유를 재료로 하는 제품의 가격이 연쇄적으로 오르는 ‘밀크플레이션’(우유 인플레이션)이 확산하고 있는 것도 물가엔 부담이다. 흰 우유 제품은 지난달 17일 서울우유·매일유업·남양유업이 일제히 가격을 인상했다. 이제 가공식품으로 이어질 차례다. 생크림과 우유를 많이 사용하는 카페의 음료 가격 인상도 이뤄질 전망이다.

장기 흐름, 근원물가는 안 잡혀

그래픽=차준홍 기자 cha.junhong@joongang.co.kr

그래픽=차준홍 기자 cha.junhong@joongang.co.kr

농산물과 석유류를 제외한 물가지수인 근원물가는 지난달 4.8%가 상승하면서 전달에 이어 2009년 2월 이후 가장 높은 수준을 유지하고 있다. 전체 소비자물가는 상승세가 둔화했다지만, 근원물가는 고점이다. 근원물가는 일시적 요인에 따라 변동 폭이 큰 농산물과 석유류를 제외한 것으로, 물가의 장기적인 흐름을 파악할 수 있는 지표다.

근원물가도 소비자물가에 따라 내려갈 수 있지만, 지금의 기조 흐름이 바뀌지 않으면 국제유가 등이 다시 급등할 경우 전체 물가상승률이 다시 오를 수 있다. 강성진 고려대 경제학과 교수는 “운송거부가 장기간 이어지면 공급 측면에서 문제가 생기면서 가격이 오를 수 있다”며 “내년 상반기까지는 지금의 고물가 흐름이 이어질 것이기 때문에 근원물가가 단기간에 떨어지진 않을 것이다. 지금도 충분히 높은 수준인 만큼 세심히 관리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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