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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 첫 ‘흑인 원내 사령탑’ 나왔다

중앙일보

입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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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16면

미국 역사상 첫 흑인 원내대표(민주당 하원)로 선출된 하킴 제프리스 하원의원. 민주당은 새 원내대표를 비롯한 당3역이 20~30년 젊어져 하원 지도부 세대교체도 이뤘다. [AP=연합뉴스]

미국 역사상 첫 흑인 원내대표(민주당 하원)로 선출된 하킴 제프리스 하원의원. 민주당은 새 원내대표를 비롯한 당3역이 20~30년 젊어져 하원 지도부 세대교체도 이뤘다. [AP=연합뉴스]

‘미국 의회 역사상 최초의 흑인 원내 사령탑, 백인 남성이 없는 원내 지도부’.

지난달 30일(현지시간) 새롭게 꾸려진 미 하원 민주당 지도부는 이처럼 두 가지 새로운 역사를 썼다. 원내대표(리더)와 원내총무(휩), 의원총회(코커스) 의장 등 주요 3역의 나이는 기존 80대에서 40~ 50대로 낮아져 세대교체도 이뤄졌다.

CNN과 워싱턴포스트(WP) 등에 따르면 미 하원 민주당은 이날 새 원내대표에 하킴 제프리스(52) 의원을 만장일치로 선출했다. 첫 흑인 원내대표이자 낸시 펠로시 의장 이후 20년 만의 새로운 민주당 하원 수장이다.

새 지도부는 다양성을 추구했다는 게 현지 언론의 평가다. 제프리스 의원과 함께 일할 원내총무는 여성인 캐서린 클라크(59) 의원이, 의원총회 의장은 라틴계 남성인 피트 아길라(43) 의원이 맡게 됐다. 뉴욕타임스(NYT)는 “의회 역사상 백인 남성이 없는 원내 지도부는 처음”이라고 전했다.

“새로운 세대가 민주당을 이끌 시간이 왔다”던 펠로시 의장의 말처럼 당3역의 연령도 이전 지도부보다 20~30년가량 젊어졌다.

민주당 하원 내에선 “다양성을 대표하는 지도부”(일한 오마르 의원), “최근 수십 년간 민주당의 가장 중요한 세대교체”(알렉산드리아 오카시오 코르테즈 의원) 등의 반응이 나왔다.

현지 언론은 첫 흑인 원내대표가 된 제프리스 의원을 집중 조명하고 있다. 제프리스 의원은 원내대표로 선출된 후 기자회견에서 “민주당은 젊은이와 노인, 이민자, 참전 용사, 가난하거나 아픈 이들, 고통받는 사람 등 미국 국민을 위해 싸우겠다”며 “그것이 우리의 이야기이고 우리의 유산이며 우리의 가치관이자 약속”이라고 포부를 밝혔다.

클라크(左), 아길라(右)

클라크(左), 아길라(右)

CNN은 “다른 중진 의원들이 펠로시 의장 후임 자리를 기다리다 포기하고 장관이나 상원의원 등 다른 자리로 가면서 제프리스 의원이 비교적 빨리 원내대표 자리에 오르게 됐다”고 전했다.

제프리스 의원은 자신이 태어난 뉴욕 브루클린을 지역구로 두고 있다. 뉴욕대 로스쿨을 졸업하고 변호사로 일하다 2006년 뉴욕주의회 의원으로 정계에 입문했다. 2012년 연방 하원의원에 당선된 후 지난달 중간선거에서도 연임에 성공했다.

그는 2012년 하원의원에 도전했을 당시 ‘브루클린의 버락 오바마’로 불리며 주목받았다. 에드 코흐 전 뉴욕시장은 “제프리스 의원과 오바마 전 대통령 모두 아프리카계 미국인으로 똑똑하고 멋진 미소를 가졌으며 잘생겼다”고 말했다.

제프리스 의원은 과거 “강경 좌파에 무릎 꿇지 않을 것”이라며 자신의 정치 성향이 중도 좌파임을 분명히 했다. 민주당 내 대표적 ‘트럼프 저격수’이기도 했다. 그는 도널드 트럼프 전 대통령 재임 시절 트럼프 강성 지지자들을 자주 비판했으며 2019년 트럼프 전 대통령 1차 탄핵소추안을 통과시킬 때 주도적인 역할을 했다. 이듬해에는 상원에서 ‘트럼프 탄핵’ 관련 발언을 하며 힙합 래퍼의 말을 인용해 화제가 되기도 했다. 그는 힙합 음악의 열렬한 팬으로 ‘힙합 온 더 힐’이란 이름의 연례 모금 행사도 열고 있다고 한다.

제프리스 의원은 내년 1월 시작되는 제118대 의회에서 민주당을 이끌게 된다. 여당의 하원 원내 사령탑이지만, 하원에서 민주당이 소수당이 되면서 다수 의석을 가진 공화당을 상대해야 하는 정치적 부담도 떠안게 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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