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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후반전 시작, 역전골 가능하다” 부산엑스포 유치 본게임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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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 05면

영국 런던 피카딜리 광장에서 ‘2030 부산 세계박람회’ 홍보 영상이 흘러나오고 있다. 삼성전자는 각국 랜드마크에 영상을 송출 중이다. [사진 삼성전자]

영국 런던 피카딜리 광장에서 ‘2030 부산 세계박람회’ 홍보 영상이 흘러나오고 있다. 삼성전자는 각국 랜드마크에 영상을 송출 중이다. [사진 삼성전자]

“축구로 치자면 이제 후반전이 시작됐습니다. 동점 골을 넣었고 역전도 충분히 가능합니다.”

2030년 부산 세계박람회(엑스포) 유치를 위한 ‘본 게임’이 시작됐다. 오는 28일(현지시간) 프랑스 파리에서 열리는 제171차 국제박람회기구(BIE) 총회가 서막이다. 이번 총회에서는 부산과 사우디아라비아 리야드, 이탈리아 로마, 그리고 우크라이나 오데사 등 유치를 희망하는 5개 도시가 3차 경쟁 프레젠테이션(PT)에 나선다.

부산 엑스포 유치지원 민간위원회 집행위원 겸 간사를 맡은 우태희 대한상공회의소 상근부회장은 23일 중앙일보와 통화에서 “7월까지는 전반전으로 0 대 1로 뒤지고 있었다”면서 “하지만 스트라이커(정부·대기업의 총력 지원)를 투입했으니 이제 동점 골을 넣은 것과 비슷하다. 역전도 가능하다”고 진단했다. 이번 3차 경쟁 PT를 시작으로 내년까지 총력전을 펼쳐 역전 골을 넣겠다는 각오다.

본격 유치전의 서막, 3차 경쟁 PT

부산의 경쟁 PT는 총회 이틀째인 29일 오전 열릴 예정이다. 지난 6월 제170차 BIE 총회 당시 2차 경쟁 PT가 회원국들로부터 호평을 받았다는 게 유치위의 자체 평가다. 유치위 관계자는 “지난 PT가 유치 희망 도시들의 엑스포 주제·부제를 제시하고 소개하는 자리였다면 이번엔 어떻게 구현할지 구체적인 모습을 보여주는 단계”라고 설명했다.

부산 엑스포 주제는 ‘세계의 대전환, 더 나은 미래를 향한 항해(Transforming Our World, Navigating toward a Better Future)’다. 3개의 부제는 ‘자연과의 지속가능한 삶’ ‘인류를 위한 기술’ ‘돌봄과 나눔의 장’이다. 파리 현지에서는 “인류가 직면한 현안을 잘 담고 있는 주제”라는 평가가 나왔다는 게 유치위의 판단이다.

그래픽=김주원 기자 zoom@joongang.co.kr

그래픽=김주원 기자 zoom@joongang.co.kr

정홍곤 산업통상자원부 유치지원단 기획팀장은 “BIE 회원국들의 평가를 종합하면 경쟁 도시들의 주·부제는 부산에 비하면 덜 체계적이고 모호하다고 보는 것 같다”고 말했다. 이어 “기후변화와 디지털, 상생과 같은 인류 공동 과제에 대해 한국이 주도적 역할을 할 역량이 있다는 점이 가장 큰 차별화 포인트”라고 강조했다.

이번 3차 PT부터는 이런 주제를 어떻게 이끌어나갈 것인지, 어떤 대안과 해결방안을 가졌는지를 구체화하는 자리다. 본격적인 유치전은 이제부터인 셈이다.

민·관합동유치위는 총력전에 나선다. 정부 최고위급 인사는 물론 공동위원장을 맡은 최태원 SK그룹 회장 겸 대한상의 회장이 지난 6월에 이어 이번 총회에도 참석한다. 이번 주 출국한 최 회장은 아랍에미리트(UAE)에 머물고 있는데, 25일쯤 파리에 도착할 예정이다

PT에 나설 연사는 기후변화 전문가, 테크 전문가 등 민간인 중심이 될 것으로 알려졌다. 홍보대사인 BTS도 영상 등으로 ‘깜짝 등장’할 가능성이 크다. 최 회장과 유치위 인사들은 분(分) 단위로 시간을 쪼개 각국 대사와 외교 사절을 만날 예정이다.

유치위 측은 “소규모 식사나 차 간담회, 심지어 스탠딩 회의까지 일정이 잡혀있는 상황”이라고 전했다. 이번 총회에서도 파리 시내 거리 광고판, 택시 랩핑 광고 등 부산의 인지도를 높이기 위한 홍보 활동을 병행한다.

이후 내년 3~4월쯤 BIE 실사단이 부산을 찾아 현지 실사를 벌인다. 이어 6월 예정인 4차 경쟁 PT가 가장 중요하다는 게 유치위의 설명이다. 유치위 관계자는 “4차 PT에서 더 완전하고 구체적인 모습을 보여줘야 하고, 그때쯤이면 박람회장을 어떻게 운영할지도 결정해야 한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지금까지 엑스포 유치 활동의 전례에 비춰보면 여기서 ‘결정적 한 방’을 날리는 게 중요하다”고 했다.

사우디 강하지만, 이탈리아·우크라도 복병

부산의 가장 강력한 경쟁 상대는 리야드다. 리야드는 이미 70개 넘는 회원국의 지지를 확보했다고 주장한다. 하지만 이는 사상누각일 수 있다는 게 부산의 평가다.

익명을 요구한 유치위 고위 관계자는 “2025 오사카·간사이 엑스포 유치전을 벌였던 컨설턴트들을 사우디가 많이 영입했는데, 일종의 ‘기죽이기’ ‘선수 치기’ 전략을 조언한 모양”이라며 “리야드 지지를 선언했다는 나라 상당수가 아프리카 국가인데 정부의 입장과 (실제 투표권을 행사하는) 주프랑스 대사의 입장이 다른 경우가 많다”고 전했다.

오일머니를 앞세운 리야드 외에 엑스포 경험이 많고 문화유산이 풍부한 로마도 복병이다. 여기에 러시아와 전쟁 중이면서 세계 평화, 갈등 해결 같은 명분을 앞세운 오데사도 포기하지 않고 있다. 한국은 앞선 디지털 기술과 소프트 파워, 개발 도상국에서 세계 10대 공적 개발원조(ODA) 국가로 성장한 경험을 매력으로 내세운다는 전략이다.

박동민 유치지원 민간위원회 사무국장은 “지난 6월 이후 삼성·SK·현대차·LG를 비롯한 대기업들이 진심으로 유치 활동을 지원했다. 기업들이 이를 통해 상상할 수 없는 사업 기회를 얻는다고 말한다”며 “엑스포는 한국이 글로벌 리더로 올라설 수 있는 계기가 될 것”이라고 자신했다.

김윤일 대통령실 미래전략비서관은 “정부 출범 초기만 해도 사우디에 뒤졌다는 게 객관적 판세였지만 BIE 회원국을 거의 다 훑은 지금은 우리의 인지도와 지지도가 많이 올라가서 해볼 만하다고 본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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