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남욱 털어놓은 '이재명측 저수지' 의혹...합산하니 40억 넘는다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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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3면

남욱(49·천화동인 4호) 변호사는 21일 대장동 재판에서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 측근들에게 2013년 뇌물 3억5200만원, 2014년 지방선거 자금 12억5000만원 등을 제공했다고 폭로했다. 남 변호사 이날 법정 증언한 추가 금품수수 의혹은 지난해 대선자금 8억4700만원과 별개여서 모두 합산하면 40억원을 넘는다.

남 변호사는 공범인 김만배(57·화천대유 대주주)씨가 “화천대유의 매달 운영비 중에서 1500만원씩 현금화해 정진상(54·구속) 대표실 정무조정실장 등에게 전달했고, 2018년 경기도지사 선거자금도 댔다”라고도 했다. 사실상 대장동이 이재명 대표 측의 사금고·저수지 역할을 했다는 취지다.

남 변호사의 추가 금품제공 의혹 폭로에 검찰은 22일 경기도청에 검사와 수사관을 보내 정진상 실장이 2018년∼2021년 도지사 비서실 정책실장으로 일할 당시 주고받은 e메일 등을 압수수색했다. 정 실장의 대장동 금품수수 의혹과 이재명 대표와의 연결 고리를 찾으려는 의도로 풀이된다.

검찰 관계자는 이날 “대장동은 지방자치권력을 매개로 민간업자들과 유착관계를 통해 거액의 사익을 추구한 사건”이라고 규정했다.

남욱 변호사가 지난 21일 서울 서초구 서울중앙지방법원에서 열린 대장동 비리 의혹 관련 공판에 출석하고 있다. 뉴시스

남욱 변호사가 지난 21일 서울 서초구 서울중앙지방법원에서 열린 대장동 비리 의혹 관련 공판에 출석하고 있다. 뉴시스

2013년 3억5200만원…유동규 “높은 분들, 형님들 드릴 돈”

남 변호사의 21일 법정 증언에 따르면, 그는 2013년 4~8월 정영학 회계사(천화동인 5호 소유주), 정재창(위례자산관리 대주주)씨와 함께 3억5200만원을 마련해 유동규(53) 전 성남도시개발공사 기획본부장에게 대장동 개발사업 관련 명목으로 건넸다고 증언했다. “유 전 본부장이 돈을 받아갈 때 ‘내가 쓸 돈은 아니고 높은 분께 드려야할 돈’‘형님들에게 전달해야 한다’고 얘기해 정진상 실장, 김용(56·구속기소) 민주연구원 부원장으로 짐작했다”라고도 했다.

그래픽=차준홍 기자 cha.junhong@joongang.co.kr

그래픽=차준홍 기자 cha.junhong@joongang.co.kr

“2014년 김만배에 선거자금 12억5000만원…선거 뒤 15억 전달” 

남 변호사는 이어 2014년 6·4 지방선거 전후 위례·대장동 분양대행업자인 이기성씨를 통해 22억5000만원을 받은 뒤 절반인 12억5000만원을 이재명 대표의 당시 성남시장 재선자금 용도로 김만배씨에게 건넸다고도 증언했다. 이 중 정 실장, 김용 부원장 등에게 최소 5억~6억원을 전달됐다고도 했다.

자신에게 돈을 받은 김씨가 6월 지방선거 전에 최소 4억원, 선거 후에 추가로 1억~2억원을 유 전 본부장을 통해 두 사람에게 건넸다는 것이다.

경기 성남시 대장동 개발 비리 의혹 핵심 인물이자 화천대유의 대주주 김만배씨.뉴스1

경기 성남시 대장동 개발 비리 의혹 핵심 인물이자 화천대유의 대주주 김만배씨.뉴스1

나머지 6억여원 가운데 6000만원은 성남도시개발공사 설립에 기여한 최윤길 전 성남시의원에게, 5000만원은 이 대표와 당시 선거운동을 같이 했던 강한구 전 시의원에게 전달됐다고 했다. 또 고(故) 유한기 전 공사 개발사업본부장에게도 2억원, 모 종교단체 간부들에게도 선거운동 자금 명목으로 1억8000만원이 전달됐다고 세부 내역까지 공개했다.

남 변호사는 선거 이후 2014년 10월~2015년 4월 “토목업자인 나모씨로부터 20억원을 받아 김만배씨에 건넸으며 이 중 15억원은 김씨가 ‘정진상·김용 등에 주는거다’라고 얘기했다”고도 말했다. “김씨가 당초 전세자금 5억을 요구해 5억만 전달하려고 했으나 김씨가 당시 정진상·유동규 측과 대장동 인허가 관련 협상 등을 전담하다시피 했기 때문에 20억원을 전부 주게 됐다”고 설명하면서다.

그래픽=신재민 기자 shin.jaemin@joongang.co.kr

그래픽=신재민 기자 shin.jaemin@joongang.co.kr

“2017년 화천대유 운영비 중 매달 1500만원 전달”

남 변호사는 2017년께 김만배(화천대유자산관리 대주주)가 정 실장, 김 부원장, 유 전 본부장에게 월 1500만원을 전달했다고도 폭로했다. 남 변호사는 “당시 김씨가 ‘화천대유 운영비 1억5000만원 중 일부를 현금화해 매달 3000만원씩 전달한다’고 했지만, 지난해 3월 유 전 본부장에 확인하니 펄쩍뛰면서 ‘무슨 소리냐. 월 1500만원을 줬다’고 하더라”고 말했다.

다만 법정에서 월 1500만원이 얼마동안 전달됐는지 구체적 기간은 특정되지 않았다. 남 변호사는 또 “김씨가 2018년 경기도지사 선거때 ‘유동규도 모르게 정진상에게 경기도지사 선거비용을 줬다’라고 말했다”며 “금액은 정확히 말 안 했다”라고 증언했다.

2021년 이재명 대표 대선자금 명목 8억4700만원

남 변호사는 지난해 2월 “광주 쪽을 돌고 있다”며 김용이 대선 자금 20억원을 요구하자, 같은 해 4~8월 유 전 본부장 등과 짜고 4회에 걸쳐 8억4700만원을 건넨 혐의도 받고 있다. 중간 배달사고와 반납 등으로 실제로 김용에게 들어간 금액은 6억원으로 파악됐다.

남 변호사와 검찰 수사 등을 종합하면 결국 이재명 대표의 최측근인 정진상·김용 등은 대장동 개발업자들의 회사를 일종의 ‘정치자금 저수지‘로 사용한 것으로 분석된다. 검찰은 이들이 이 대표와 함께 ‘정치적 공동체’를 구성하고 있는만큼 뇌물·정치자금법 위반 등의 혐의로 사법처리할 수 있을지 살펴보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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