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건립 24년 만에 일제에 헐린 ‘덕수궁 선원전’ 터 찾았다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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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 06면

1921년 일제가 철거한 ‘선원전’ 터가 확인됐다. 선원전은 구한말 고종이 덕수궁으로 이궁한 뒤 선대 왕들의 어진을 모시고 제례를 올리기 위해 새로 지었던 건물이다. [사진 문화재청]

1921년 일제가 철거한 ‘선원전’ 터가 확인됐다. 선원전은 구한말 고종이 덕수궁으로 이궁한 뒤 선대 왕들의 어진을 모시고 제례를 올리기 위해 새로 지었던 건물이다. [사진 문화재청]

일제 강점기에 일본이 철거한 조선 후기 덕수궁 전용 사당의 터가 확인됐다. 문화재청 궁능유적본부는 21일 덕수궁 선원전 발굴조사 결과를 발표했다.

선원전은 조선 후기 짧게 존재했던 조선 왕실의 사당 격 건물이다. 역대 왕들의 어진을 모셔두고 왕실의 길례와 흉례 등 제례의식을 열던 공간이다.

1896년 아관파천 이후 고종이 경운궁(현재의 덕수궁)으로 이궁하며 덕수궁 인근에 새로 사당이 필요해 1897년 지어진 선원전은 본래 덕수궁 석조전 북쪽, 지금은 사라진 담장에 있던 포덕문 인근에 위치했던 것으로 알려진 건물이다. 1900년 한 차례 화재로 소실된 후 1901년 이번에 확인된 위치(덕수초등학교와 구세군회관 맞은편)에 새로 지어졌다. 그러나 1919년 고종 승하 이후 일제에 의해 1921년 철거되어, 역사에는 단 24년만 존재했던 건물이다.

문화재청은 일제에 의해 훼철된 선원전의 정확한 규모와 구조를 파악하고 복원을 위한 근거자료를 확보하기 위해 지난해 6월부터 발굴조사를 진행했다.

약 1년 6개월 간의 조사 결과, 선원전으로 추정되는 전각과 월대의 기초를 확인했고, 부속 건물의 위치와 규모까지도 확인했다. 1901년 선원전이 새로 지어질 때는 정면 9칸, 측면 4칸 규모였으나 이번에 확인된 터는 정면 6칸, 측면 4칸의 규모다. 선원전 내부에서 사용했던 것으로 추정되는 우물의 흔적도 발견됐다.

선원전에서 제례를 준비하기 위한 부속 건물인 숙경재(제례를 위해 환복 및 준비를 하는 공간), 어재실(제사 전 왕이 미리 도착해 제사를 준비하며 머물던 공간), 생물방(다과 등을 준비하던 주방) 등도 이번 조사에서 위치가 확인됐다. 추가 발굴조사를 통해 내외소주방(잔치음식을 준비하던 주방) 등 다른 부속건물의 위치도 확인할 예정이다.

궁능유적본부 관계자는 “철거 당시 대한매일신문이 ‘돌 하나, 기왓조각 하나 남기지 않고 철거했다’고 보도했던 건물의 기초를 다시 확인한 셈”이라고 설명했다. 문화재청은 2039년까지 선원전 영역에 대한 복원·정비를 통해 “대한제국기 정치외교의 주무대였던 덕수궁 궁역을 회복하고, 전통과 근대의 모습이 공존하는 덕수궁의 문화적·역사적 가치를 더욱 높일 것”이라고 밝혔다. 문화재청은 22일 오후 2시 현장에서 시민을 대상으로 발굴현장 공개 및 설명회를 진행할 예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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