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집 찾아가는 아동 심리치료…9세 태현이 웃음 찾다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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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14면

“아빠가 다시 찾아오면 어떡하지?”

엄마와 단둘이 사는 9살 태현(가명)이는 매일 이렇게 말하며 불안해했다. 아빠의 지속적인 폭력에 시달리던 태현이와 엄마는 지난해 경찰 신고 끝에 아빠에게서 벗어나게 됐다. 모자는 곧 새로운 생활에 적응해 나가는 듯했으나 마음의 상처는 쉽게 아물지 않았다. 태현이는 불안감과 두려움에 매일밤 악몽을 꿨다. 태현이 엄마 김영숙(43·가명)씨는 가정폭력 후유증으로 심각한 무기력증에 빠졌다.

엄마에 의한 재학대(방임)가 발생할 가능성이 있다고 판단한 아동보호전문기관은 태현이 가정을 ‘홈케어플래너 서포터즈’ 지원 대상으로 지정했다. 심리치료 전담인력이 가정에 직접 찾아가 엄마 김씨에게 가정폭력 후유증 치료 및 양육 태도 개선 교육 등의 서비스를 제공했다. 5개월간 지원이 이어졌고, 김씨는 자존감이 향상되고 심리적으로도 안정됐다. 방어적인 태도를 보였던 태현이도 꾸준히 심리치료를 받으면서 일상을 서서히 되찾게 됐다.

보건복지부에 따르면, 아동학대 판정을 받고 5년 이내 또다시 학대가 반복된 재학대 사례는 지난해 5517건에 달한다. 전체 아동학대 사례의 14.6%를 차지한다. 지난 2017년 2160건에서 4년 새 2.5배 이상 증가했다. 지난해 발생한 재학대 중 96%가 부모에 의한 것으로 드러났다. 학대 유형은 정서학대가 38.9%로 가장 많았고, 중복학대(38.5%), 방임(11.1%), 신체학대(11.1%) 순으로 이어졌다.

사회복지공동모금회와 아동권리보장원은 태현이 가정과 같이 재학대가 우려되는 가정을 지원하기 위해 2017년부터 복권위원회 기금으로 ‘홈케어플래너 서포터즈’ 사업을 운영하고 있다. 아동학대 가정의 피해 아동, 학대 행위자, 가족구성원 등이 지원 대상이다. 사회복지사·심리치료 전담인력 등 일명 ‘홈케어플래너’가 직접 가정으로 찾아간다. 심리치료·상담, 일상생활 지원, 건강·정신 지원, 전문서비스 기관 연계 등의 서비스를 제공한다. 김광혁 교수(전주대 사회복지학과) 연구팀에 따르면, 지원을 받은 피해 아동은 아동우울검사(CDI)나 아동불안검사(RCMAS)에서 우울·불안감이 각각 50%, 75% 감소한 것으로 나타났다. 김 교수는 “가정으로 직접 찾아가는 방식의 사업이 서비스 거부, 중도탈락 사례를 크게 줄였고, 다양한 전문 서비스 제공 횟수를 늘리는 데 크게 기여했다”고 설명했다.

현재까지 총 2만5142건의 지원이 이뤄졌다. 내년엔 전국 25개 아동보호전문기관에서 약 2500명의 아동 및 가족구성원 등을 대상으로 사업을 지원할 계획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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