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MBC기자·비서관 설전, 대통령실 “심각하게 보고있다”

중앙일보

입력

지면보기

종합 10면

지난 18일 대통령실 청사에서 도어스테핑을 마치고 들어가는 윤석열 대통령을 향해 “MBC가 무엇을 악의적으로 했다는 것인가”라고 말한 MBC 기자가 이기정 홍보기획비서관(오른쪽)과 설전을 벌이고 있다. [사진 대통령실사진기자단]

지난 18일 대통령실 청사에서 도어스테핑을 마치고 들어가는 윤석열 대통령을 향해 “MBC가 무엇을 악의적으로 했다는 것인가”라고 말한 MBC 기자가 이기정 홍보기획비서관(오른쪽)과 설전을 벌이고 있다. [사진 대통령실사진기자단]

“쾅, 쾅, 쾅.”

20일 오후 용산 대통령실 청사에선 공사 소리가 울려 퍼졌다. 윤석열 대통령의 출근길 동선이 드러나는 1층 정문 현관 쪽에 목재로 된 가벽을 설치하는 소리였다. 이날 오전부터 공사를 시작한 대통령실은 오후 늦게 한 명 정도가 드나들 수 있는 출입문을 뚫어둔 목재 가벽 설치를 마쳤다.

이날 오후 기자들과 만난 대통령실 관계자는 가벽을 설치한 이유에 대해 “1층 공간이 기자들에게 완전히 오픈돼있다”며 “외교적으로나 여러 분야에서, 또 대통령의 비공개 일정이 필요한 부분이 있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모든 상황이 노출되는 것이 바람직하지 않다는 의견이 있어 가벽을 설치하는 것”이라고 덧붙였다. 이후 대통령실은 “지난 2일 비공개로 진행된 윤 대통령의 외국 대표단 접견 시 일부 출입기자들이 사전 협의 없이 일방적으로 대표단을 촬영한 일이 있었다. 무단 촬영임을 알렸음에도 촬영은 계속됐다. 외빈과의 사전 약속이 지켜지지 않는 데 대한 외교가의 문제 제기도 있었다”는 추가 입장을 내놨다. 당시 윤 대통령은 리처드 하스 미국외교협회장과 아소 다로(麻生太郞) 전 일본 총리를 접견했다.

이날 브리핑에선 가벽 설치가 도어스테핑과 연계돼있는 게 아니냐는 질문도 나왔다. 이에 대해 이 관계자는 “직접적으로 연관돼있다고 생각되지 않는다. 보안상 이유로 설치한다”고 말하면서도 이렇게 부연했다. “도어스테핑은 역대 정부에서 한 번도 시도된 바 없는 국민과의 새로운 소통 방식이다. 대통령이 얼마나 애정이 있는지는 여러분이 더 잘 아시리라 믿는다. 그런 자리에서 지난주 금요일(18일) 불미스러운 일이 있었고, 대통령실은 이 사안을 매우 심각하게 보고 있다는 점을 말씀드린다. 다만, 향후 도어스테핑과 재발 방지를 포함해 이 사안을 어떻게 해소할지에 대해서는 아직 구체적으로 정해진 바 없다.”

결국 지난 18일 MBC 대통령실 출입 기자와 이기정 홍보기획비서관의 말싸움 등을 계기로 도어스테핑 방식을 둘러싼 논의가 있다는 뜻이다. 대통령실 내부적으로는 “대의와 명분이 있는 만큼, 금요일 소동과는 별개로 유지하는 게 옳다”(대통령실 고위관계자)는 목소리도 있지만, 잠정적으로라도 중단해야 한다는 반론이 적지 않다. 대통령실 관계자는 이날 중앙일보에 “이런 상태로라면 당분간 도어스테핑은 없을 것”이라며 “언제 재개될지도 장담할 수 없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당분간 (언론과) 긴장 관계가 지속되더라도 이 국면을 그대로 둘수는 없다”고 덧붙였다. 이에 따라 21일 도어스테핑 역시 하지 않을 가능성이 크다는 게 대통령실 안팎의 관측이다.

한편 대통령실은 이날 김건희 여사가 최근 캄보디아 프놈펜 현지 심장병 아동을 방문하면서 사진 촬영을 위해 조명을 사용했다는 장경태 민주당 최고위원의 주장을 반박했다.

대통령실은 “김 여사 방문 당시 조명을 사용한 사실 자체가 없다”며 “공당인 민주당의 최고위원이 사실관계를 확인조차 하지 않고 허위사실을 유포한 것에 대해 강력한 유감을 표명한다”고 말했다. 앞서 장 최고위원은 지난 18일 당 최고위에서 “외신과 사진 전문가들은 김 여사 사진이 자연스러운 봉사 과정에서 찍힌 사진이 아니라 최소 2~3개 조명까지 설치해 사실상 현장 스튜디오를 차려놓고 찍은 ‘콘셉트’ 사진으로 분석한다”며 외교결례이자 국격실추라고 주장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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