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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상민 고발에 수사 한다지만…업무과실부터 막히는 특수본

중앙일보

입력

업데이트

경찰청 특별수사본부(특수본)가 ‘이태원 참사’ 관련 직무유기·업무상 과실치사상 등 혐의로 고발된 이상민 행정안전부 장관에 대한 수사 가능성을 내비쳤지만, 혐의 입증과 법리적용이 쉽지 않을 것이란 전망이 경찰 안팎에서 나온다. 업무 과실→예견 가능성→인과관계로 이어지는 업무상 과실치사상 법리 적용을 특수본이 증명할 수 있을지가 관건이다.

'이태원 참사' 부실 대응을 수사하는 이태원 사고 특별수사본부(특수본)의 현판이 6일 오전 서울 마포구 경찰청 마포청사 입구에 걸려 있다. 연합뉴스

'이태원 참사' 부실 대응을 수사하는 이태원 사고 특별수사본부(특수본)의 현판이 6일 오전 서울 마포구 경찰청 마포청사 입구에 걸려 있다. 연합뉴스

특수본, 이상민 장관 고발에 “접수되면 피의자 신분” 

 김동욱 특수본 대변인은 16일 서울청 마포청사에서 열린 브리핑에서 대한민국공무원노동조합총연맹 소방공무원노동조합(소방노조)의 이 장관 고발 사건 수사 여부에 대해 “일단 고발장이 접수되면 피의자 신분이 된다”며 “고위공직자범죄수사처(공수처) 통보와 별개로 고발장에 의한 관련 수사 절차는 특수본에서 진행된다”고 말했다.

 앞서 소방노조는 지난 14일 이 장관을 직무유기 및 직권남용, 업무상 과실치사상 등의 혐의로 경찰에 고발했다. 김 대변인은 “공수처에서 통보를 받고 60일 이내에 직접 수사를 하겠다고 회신하면 특수본은 공수처에 사건을 이송하게 된다”고 설명했다. 공수처가 검토 후 이 장관 사건을 다시 특수본으로 돌려보내면 특수본이 이 장관 고발 사건을 수사하게 된다.

 특수본은 지난 14일부터 행안부 재난안전본부중앙재난안전상황실장을 비롯한 행안부 소속 안전 관련 업무 담당자들을 소환하며 행안부의 참사 전 예방 의무, 참사 당일 대응이 적절했는지 등을 살펴보고 있다. 특수본은 출범 후 보름가량 용산경찰서·용산소방서·용산구청 등 참사 현장 관련된 실무자를 소환해 사건 재구성에 주력해왔다. 이번 주부터는 서울시와 행안부 등 상급기관을 상대로 책임 소재 밝히기에 집중하며 추가 압수 수색도 검토 중이다. 김 대변인은 “주최자가 없는 행사의 경우 국가가 어떤 책임을 지는지는 계속 법리를 검토하고 있다”면서 “행안부 직원들 참고인 조사를 통해 (이 장관의) 구체적이고 직접적인 지휘 의무가 존재하는지 등을 확인하고 있다”고 말했다.

이 장관의 구체적인 지휘 의무, 업무 과실 입증 가능할까

 그렇지만 특수본의 수사가 이 장관 혐의 입증까지 가기에는 넘어야 할 산이 여럿이다. 법리적으로는 이 장관이 사고 예방과 사고 대응에 구체적인 지휘 의무가 있었는지 살펴야 한다. ‘재난 및 안전관리 기본법’과 정부조직법 등에 행안부 장관으로서 맡아야 할 추상적인 의무는 다수 명기돼 있지만, 정부가 관리하는 41종의 위기상황 매뉴얼에서 다중인파 밀집에 따른 압사 사고는 없다. 과거 판례에서도 법원은 법령상 책임과 함께 구체적인 구조 매뉴얼 상 임무를 근거로 직무 수행의 적절성을 판단했다.

 업무상 과실치사상 혐의 성립을 위한 조건도 특수본이 넘어야 할 벽이다. 법원은 통상 ▶업무 과실 ▶사고 예견 가능성 ▶업무 과실과 사고 결과의 인과성을 근거로 업무상 과실치사상 혐의 입증을 판단해왔다. 세월호 침몰 사고 때 구조 실패 비판을 받았던 김석균 전 해양경찰청장 등 해경 수뇌부도 지난해 2월 1심에서 업무상 과실치사·업무상 과실치사상 혐의에 대해 무죄 판단을 받았다.

법원은 판결문에서 “해경조직이 대형인명사고에 대비한 물적·인적 역량이 부족하고 체계가 제대로 정비되지 않다는 사정을 들어 해경 지휘부에 관리책임에 관한 질책을 하는 것을 넘어서, 구체적인 구조 업무와 관련해 형사 책임을 묻는 업무상 과실의 근거로 삼기는 어렵다”라고 판시했다. 법원은 업무 과실은 인정했지만 사고 피해 결과를 예상하고 그 결과를 피하기 위해 주의 의무를 다했는지에 대해서는 당시 무전 혼선과 정확한 사고 상황이 전파되지 않았다는 점 등을 이유로 “요구할 수 없다”고 했다. 결정적으로 업무 과실이 구조 실패로 이어졌다는 인과도 성립할 수 없다고 봤다.

이상민 행정안전부 장관이 16일 국회 행정안전위원회 전체회의에 참석해 발언하고 있다. 김성룡 기자 2022.11.16

이상민 행정안전부 장관이 16일 국회 행정안전위원회 전체회의에 참석해 발언하고 있다. 김성룡 기자 2022.11.16

 이 장관이 참사 당일 사고 사실을 처음 전파받은 시점은 오후 11시 20분이었다. 오후 10시 15분 119 최초 신고 접수를 기준으로 1시간이 지난 뒤에야 상황을 인지한 것이다. 자택에 머물던 이 장관은 오후 11시 31분쯤 행안부 중앙재난 안전상황실장과의 통화에서 상황 보고를 받았다. 이 장관이 사고 발생을 최초 인지한 시간은 소방 대응 2단계(오후 11시 13분)가 발령된 직후로 서울소방재난본부장이 현장을 지휘하고 있었다. 이 장관은 정부서울청사로 이동한 뒤 참사 다음 날 오전 1시 5분에 사고 현장을 방문했다.

 이 장관이 구조와 사고 대응에 충실했는지는 사고 발생을 인지한 시점 이후 행적과 지시 내용을 토대로 판단돼야 한다. 법원은 세월호 사고 관련 해경 지도부의 업무상 과실치사상 혐의 적용을 판단할 떄 사고 당일 해경 지도부가 현장을 지휘할 수 있는 구조 세력의 도착 시간(오전 9시 25분)부터 구조 가능성이 상당하던 오전 9시 50분까지의 25분 동안 구조 활동을 기준으로 삼았다. 이 장관이 상황을 인지했을 때 이미 현장은 심폐소생술(CPR)이 필요한 환자가 속출하고 있었다. 경찰 관계자는 “이 장관이 구체적으로 해야 할 직무를 안 했다고 판단하기에는 보고받았을 당시 현장은 환자 구조와 이송이 한창인 상황이었다”며 “구체적인 지휘 내용을 살펴봐야겠지만 업무 과실 입증부터 쉽지 않아 보인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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