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눈부신 햇살과 바람, 4인의 화가가 캔버스에 담아온 그리스

중앙일보

입력

안창홍 길, 130x130cm, 캔버스에 아크릴, 2022. 사진 나마갤러리

안창홍 길, 130x130cm, 캔버스에 아크릴, 2022. 사진 나마갤러리

안창홍, 사이프러스 나무들, 80x195cm, 캔버스에 아크릴, 2022. 사진 나마갤러리

안창홍, 사이프러스 나무들, 80x195cm, 캔버스에 아크릴, 2022. 사진 나마갤러리

지난 6월 네 명의 중견화가가 그리스행 비행기에 올랐다. 험난했던 팬데믹 시기를 지나 오랜만에 보름간의 일정으로 떠난 여행이었다. 각자 가볍게 그림 도구도 챙겼다. 이들이 여행에서 돌아온 지 4개월, 각자 다른 시선으로 마음에 품고 온 풍경이 크고 작은 캔버스에 알알이 박혔다.

나마갤러리 '그리스'전 프로젝트 #안창홍, 강경구, 김을, 김성호 4인 #각기 다른 시선으로 기록한 풍경

안창홍(69), 강경구(69), 김을(68), 김성호(68) 작가의 4인전 '신화의 땅과 바다 그리스'가 서울 돈화문로 나마갤러리에서 열리고 있다. 평소 서로의 작업을 지켜보며 작업해온 4명의 작가가 함께 여행하며 스케치한 작업을 완성해 선보이는 자리다.

이들은 2003년부터 함께 스케치 여행을 다녀오곤 했다. 2년 전 코로나19가 창궐하기 직전 인도를 다녀와 전시를 열기도 했다. 이번엔 그리스였다.  수도 아테네를 들러 크레타섬에 도착해 각자 스케치 위주로 그림을 그렸고, 귀국 후 각자 채색화와 드로잉 등 작품을 완성했다. 전시 공간은 제비뽑기로 1~4층 중 각 층을 차지했다.

안창홍 이카로스의 추락, 130x130cm, 캔버스에 아크릴, 2022. 나마갤러리

안창홍 이카로스의 추락, 130x130cm, 캔버스에 아크릴, 2022. 나마갤러리

먼저 1층에 작품을 펼친 안창홍의 캔버스엔 구름 한 점 없는 하늘, 코발트 색 바다, 초록 사이프러스 나무가 강렬하다. 김정락 전 한국방통대 교수에 따르면 "청량한 단순성"이 돋보이는 그림들이다. 안창홍은 여행지에서 만난 풍경과 인물, 유적을  '그리스 숲' '고대인물 연구' '사이프러스 숲' 등으로 기록한 드로잉도 다수 내놨다. 안창홍은 2009년 이인성미술상, 2013년 이중섭미술상을 받았다.

강경구, '사이프러스 나무숲이 보이는 풍경', 45x73cm, 캔버스에 아크릴,2022. 사진 나마갤러리

강경구, '사이프러스 나무숲이 보이는 풍경', 45x73cm, 캔버스에 아크릴,2022. 사진 나마갤러리

강경구, 부드러운 혀, 45x73cm, 캔버스에 아크릴, 2022.사진 나마갤러리

강경구, 부드러운 혀, 45x73cm, 캔버스에 아크릴, 2022.사진 나마갤러리

2층 강경구의 그림은 또 다른 풍경을 보여준다. 가로 길이 2m가 넘는 대작 '먼바다'는 바다와 하늘, 구름만으로 채워졌지만 단조로움과 거리가 멀다. 잔잔하게 일렁이는 물결과 바람에 흩어져 다니는 구름을 표현한 굵은 붓 터치가 그곳 공기의 느낌을 생생하게 전한다. 작은 캔버스에 담은 채색 아크릴화와 한지에 먹으로 기록한 드로잉도 눈길을 끈다. 강경구는 2000년 이중섭 미술상을 받았다.

김을, 에게해, 50x120cm, 캔버스에 아크릴, 2022.사진 나마갤러리

김을, 에게해, 50x120cm, 캔버스에 아크릴, 2022.사진 나마갤러리

김을, ‘제우스를그리는...’, 35x50.5cm,종이에수채,2022. 사진 나마갤러리

김을, ‘제우스를그리는...’, 35x50.5cm,종이에수채,2022. 사진 나마갤러리

3층에 전시된 김을의 작품은 '현실과 비현실 사이'에 있다. 여행지 풍경에서 출발했지만 작가의 상상력으로 완성한 그림은 지극히 평온해 현실 바깥의 세상처럼 비친다. 그렇게 그린 '에게해' 연작만 해도 총 10점이다. 여러 화면 속에 숨은 그림처럼 이방인이자 화가인 작가 자신의 모습을 그려넣은 것도 눈에 띈다. 금속공예를 전공하고 회화, 조각, 설치, 드로잉을 넘나들며 작업해온 김을은 이번 전시에 손바닥 크기의 석고 부조도 함께 출품했다. 김을은 2016년 국립현대미술관 '올해의 작가상', 2018년 이중섭미술상을 수상했다.

김성호, 사이프러스 나무숲이 보이는 풍경', 캔버스에 아크릴, 45x73cm, 2022. 사진 나마갤러리

김성호, 사이프러스 나무숲이 보이는 풍경', 캔버스에 아크릴, 45x73cm, 2022. 사진 나마갤러리

사진 나마갤러리

사진 나마갤러리

4층에서 만나는 김성호의 캔버스엔 빛이 부드럽게 담겼다. 비단캔버스에 석채로 채색한 특히 '유도화 만발' '사이프러스 나무숲이 보이는 풍경'은 은은한 색조가 환상적인 분위기를 자아낸다. 섬세한 필치로 기록한 다수의 스케치작품엔 작가 특유의 관조적 시선이 잘 녹아 있다. 전시는 22일까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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