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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진핑의 귀' 보좌한다…70년생 외교비서, 中외교 키맨 됐다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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뤼루화(오른쪽)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 외교비서가 14일 인도네시아 발리 뮬리아 호텔서 열린 미·중 정상회담장에 마자오쉬(왼쪽) 외교부 제1부부장 옆에 배석했다. CC-TV 캡쳐

뤼루화(오른쪽)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 외교비서가 14일 인도네시아 발리 뮬리아 호텔서 열린 미·중 정상회담장에 마자오쉬(왼쪽) 외교부 제1부부장 옆에 배석했다. CC-TV 캡쳐

1970년생 뤼루화(呂錄華·52) 중국 국가주석 외교비서가 시진핑(習近平) 3기 외교의 키맨으로 급부상했다. 14일 인도네시아 발리에서 열린 미·중 정상회담에 8명의 중국 배석자 중 한 명으로 참가하며 세계 언론에 노출되면서다.

좌석의 위치도 예사롭지 않다. 뤼루화 비서는 시진핑 주석 왼쪽 왕이(王毅) 중공 중앙정치국 위원 겸 외교부장, 마자오쉬(馬朝旭) 외교부 제1부부장(선임차관) 바로 옆에 배석했다. 뤼 비서 옆으로 양타오(楊濤) 북미대양주 국장이 앉았다. 시 주석 오른쪽으로 딩쉐샹(丁薛祥) 중공 중앙정치국 상무위원 겸 중앙판공청 주임, 허리펑(何立峰) 정치국 위원 겸 국가발전개혁위 주임, 셰펑(謝峰) 외교부 부부장, 화춘잉(華春瑩) 외교부 부장조리(차관보) 겸 대변인이 배석한 것을 볼 때 국장 및 차관보급 이상 의전을 받는 것으로 볼 수 있다.

14일 인도네시아 발리 중국대표단 숙소인 뮬리아 호텔서 열린 미·중 정상회담장. 미국 배석자는 사진 왼쪽부터 로라 로젠버거 국가안보회의 중국 담당 선임 국장, 커트 캠벨 미국 백악관 국가안보회의(NSC) 인도·태평양 조정관, 제이크 설리번 국가안보보좌관, 토니 블링컨 국무장관,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 재닛 옐런 재무장관, 니콜라스 번스 주중 미국대사, 대니얼 크리튼브링크 국무부 동아시아태평양담당 차관보, 러쉬 도시 NSC 중국 디렉터 중국 배석자는 사진 오른쪽부터 양타오(楊濤) 북미대양주 국장, 뤼루화(呂錄華) 시진핑 주석 외교비서, 마자오쉬(馬朝旭) 외교부 제1부부장, 왕이(王毅) 정치국 위원 겸 외교부장, 시진핑 주석, 딩쉐샹(丁薛祥) 정치국 상무위원 겸 중앙판공청 주임, 허리펑(何立峰) 정치국 위원 겸 국가발전개혁위 주임, 셰펑(謝峰) 외교부 부부장, 화춘잉(華春瑩) 외교부 부장조리 겸 대변인. 신화=연합뉴스

14일 인도네시아 발리 중국대표단 숙소인 뮬리아 호텔서 열린 미·중 정상회담장. 미국 배석자는 사진 왼쪽부터 로라 로젠버거 국가안보회의 중국 담당 선임 국장, 커트 캠벨 미국 백악관 국가안보회의(NSC) 인도·태평양 조정관, 제이크 설리번 국가안보보좌관, 토니 블링컨 국무장관,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 재닛 옐런 재무장관, 니콜라스 번스 주중 미국대사, 대니얼 크리튼브링크 국무부 동아시아태평양담당 차관보, 러쉬 도시 NSC 중국 디렉터 중국 배석자는 사진 오른쪽부터 양타오(楊濤) 북미대양주 국장, 뤼루화(呂錄華) 시진핑 주석 외교비서, 마자오쉬(馬朝旭) 외교부 제1부부장, 왕이(王毅) 정치국 위원 겸 외교부장, 시진핑 주석, 딩쉐샹(丁薛祥) 정치국 상무위원 겸 중앙판공청 주임, 허리펑(何立峰) 정치국 위원 겸 국가발전개혁위 주임, 셰펑(謝峰) 외교부 부부장, 화춘잉(華春瑩) 외교부 부장조리 겸 대변인. 신화=연합뉴스

뤼 비서는 시진핑 1기부터 지금까지 줄곧 시 주석 지근거리에서 외교업무를 보좌했다. 지난 2014년 3월 시 주석이 벨기에 브뤼셀의 유럽의회를 방문해 마르틴 슐츠 당시 의장을 만났을 때 중국 대표단에서 시진핑 주석 비서 신분으로 발개위와 상무부 국장 바로 옆에 배석했다. 지난 2020년 11월 코로나19로 인해 인민대회당 동대청에서 화상으로 개최된 상하이협력기구(SCO) 정상회담에도 친강(秦剛) 당시 외교부 부부장 옆자리에 배석한 신화사 사진이 공개되기도 했다.  
지난 2014년 3월 31일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이 벨기에 브뤼셀의 유럽의회를 방문해 마르틴 슐츠 당시 의장을 회담할 당시 중국 수행단. 뒷줄 오른쪽 두번째가 뤼루화 외교비서. 사진=CC-TV 캡쳐

지난 2014년 3월 31일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이 벨기에 브뤼셀의 유럽의회를 방문해 마르틴 슐츠 당시 의장을 회담할 당시 중국 수행단. 뒷줄 오른쪽 두번째가 뤼루화 외교비서. 사진=CC-TV 캡쳐

뤼 비서는 베이징대 역사학과 학부와 석사과정을 마쳤다. 베이징대에 따르면 지난 1993년 석사과정 입학자 명단에 이름이 보인다. 1996년 졸업 이후 외교부에 입부했다. 국제 정세 분석과 전략 기획을 담당하는 정책규획사(政策規劃司, 한국의 국에 해당) 종합처(處, 한국의 과)와 전략처 처장을 역임했다. 아프리카 케냐 대사관의 2급 비서, 브뤼셀 유럽연합(EU) 중국 대표처의 참사로 근무했다.

시 주석 비서를 맡기 직전에는 정책규획사 참사로 2012년 판 중국 외교백서 편찬을 맡은 것으로 알려진다. 당시 푸젠(福建)성 푸저우(福州)에서 열린 백서 발간 포럼에 참가한 당시 뤼 참사는 “아·태지역에서 중국의 외교정책은 변하지 않을 것이다”면서 “하지만 외교는 일방적인 행동이 아니므로 쌍방은 적극적이고 실질적으로 함께 노력해야 한다”고 말했다고 중국신문사가 보도하기도 했다.

지난 2020년 11월 10일 베이징 인민대회당에서 열린 상하이협력기구(SCO) 화상 정상회담장. 사진 앞 왼쪽에 뤼루화 시진핑 주석 외교비서가 배석했다. 사진=신화망

지난 2020년 11월 10일 베이징 인민대회당에서 열린 상하이협력기구(SCO) 화상 정상회담장. 사진 앞 왼쪽에 뤼루화 시진핑 주석 외교비서가 배석했다. 사진=신화망

비서는 중국 정계의 핵심 키맨이자 승진의 핵심 경로다. 시 주석부터 겅뱌오(耿飇, 1909~2000) 전 국방부장의 비서로 사회생활을 시작했다. 비서는 지도자의 귀를 보좌한다. “비서는 ‘전달자’ ‘통신원’ 역할에 머물러서는 안 된다. 충실히 문건을 읽어 내용을 장악해야 한다. 정책적으로 문제를 생각하고, 모든 측면에서 문제를 관찰, 사안의 연계 속에서 문제를 분석해야 한다”고 리펑(李鵬) 전 총리의 외교비서 뤼충민(呂聰敏)이 말한 바 있다. 상무위원급 지도자에게는 당 중앙판공청에서 정치비서, 기요비서(機要秘書, 기밀 담당), 경호비서, 생활비서 등을 배정한다. 은퇴를 앞둔 지도자는 비서에게 요직을 알선한다. 퇴임 후를 대비한 보험이자 영향력을 행사할 창구가 된다. 중국 특유의 후견·피후견 시스템의 산물이다. 고위 지도자의 개인 비서나 당·정부 조직의 비서 출신 정치인 집단을 뜻하는 ‘비서방(秘書幇)’은 중국 정치의 최대 파벌로 불리기도 한다.

발리 회담에 배석한 미·중 앙투라지(수행원) 진용의 대비도 흥미롭다. 지난달 권력 서열 6위에 오른 딩쉐샹은 여전히 중앙판공청 주임 신분으로 배석했다. 내년 3월 전인대에서 부총리로 직책이 바뀔지 판공청 주임을 상무위원 신분으로 연임할지 여부는 베일 속에 가려있다. 딩 주임의 배석은 바이든 대통령의 배석자 중 비서실장이 자리하지 않은 것과 대조를 이뤘다.

14일 인도네시아 발리 뮬리아 호텔서 열린 미·중 정상회담장에 참석한 중국 대표단. 오른쪽 두 번째가 뤼루화 시 주석 외교비서. CC-TV 캡쳐

14일 인도네시아 발리 뮬리아 호텔서 열린 미·중 정상회담장에 참석한 중국 대표단. 오른쪽 두 번째가 뤼루화 시 주석 외교비서. CC-TV 캡쳐

재닛 옐런 미 재무장관의 카운터 파트로는 허리펑 발개위 주임이 자리했다. 토니 블링컨 국무장관과 제이크 설리번 국가안보보좌관 두 명의 상대는 왕이 부장이 맡았다.

니콜라스 번스 주중 미국대사가 배석한 것과 달리 중국 측 친강 주미대사는 자리하지 않았다. 이에 대해 셰펑 북미담당 서열 3위 부부장(차관)이 차기 미국대사로 내정됐다는 설이 베이징 외교가에서 흘러나온다.

5년 전 19차에 이어 이번 20차 당 대회 대의원으로 연이어 선발된 화춘잉 부장조리(차관보) 겸 대변인도 중국 측 홍일점으로 회담에 배석했다. 미국 측에는 옐런 장관과 로라 로젠버거 국가안보회의 중국 담당 선임 국장 등 두 명의 여성이 배석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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