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월 160만원 벌면 중산층? 코로나 뒤 홀쭉해진 ‘경제 허리’

중앙일보

입력

서울 서초구의 한 대형마트에서 시민들이 장을 보고 있다. 뉴스1

서울 서초구의 한 대형마트에서 시민들이 장을 보고 있다. 뉴스1

월 160만원-. 코로나19가 극심했던 2020년 기준 국내 중산층 중위소득(소득순으로 나열했을 때 중간값)이다. 전년보다 17만원 줄어든 금액이다.

이처럼 코로나19 팬데믹을 겪으면서 한국 경제의 ‘허리’인 중산층이 얇아지고, 주머니도 가벼워졌다는 연구 결과가 나왔다. 15일 현대경제연구원이 2020년 한국 노동패널 조사를 활용해 코로나19 전후인 2019년과 2020년의 중산층 소득 변화를 살펴본 결과다.

경제협력개발기구(OECD)는 중위소득의 75~200% 소득을 가진 계층을 ‘중산층’으로 정의하고 있다. 이 기준에 따라 코로나19 발생 뒤인 2020년 중산층 소득을 산출한 결과 120만~320만원으로 나타났다. 코로나19 발생 전인 2019년(133만~354만원)보다 13만~34만원가량 줄었다. 중산층의 중위소득도 177만원에서 160만원으로 9.6%(17만원) 감소했다.

그래픽=김영옥 기자 yesok@joongang.co.kr

그래픽=김영옥 기자 yesok@joongang.co.kr

중산층에서 다른 계층으로 이동하는 이탈 가구도 늘고 있다. 2019년 중산층 비율은 47.1%였지만, 코로나19 이후엔 44%로 3.1%포인트 감소했다. 중산층에서 하위층으로 이동한 가구가 상위층으로 이동한 가구보다 많았다. 하향 이동 가구는 12.9%, 상향 이동한 가구는 9.3%로 나타났다.

하향 이동한 가구의 가장 큰 특징은 여성·고령 가구주 비율이 높다는 점이었다. 근로 능력 감퇴로 소득이 줄며, 자연스럽게 하위층으로 내려간 것으로 풀이된다. 하향 이동 가구의 여성 가구주 비율은 23.7%로 상향 이동 가구(12%)의 약 2배였고, 하향 이동 가구주 절반(50.7%)은 60대 이상이었다.

반면 상향 이동 가구주는 대부분 근로 능력이 있는 40~50대로 나타났다. 상향 이동 가구의 2020년 월평균 소득은 374만원으로 전년보다 23.4% 증가했지만, 하향 이동 가구의 월평균 소득은 48만원으로 전년보다 76.6% 감소했다. 이 밖에도 하향 이동 가구는 상향 이동 가구보다 자산이 적고, 주거비 부담도 큰 것으로 나타났다.

그래픽=김영옥 기자 yesok@joongang.co.kr

그래픽=김영옥 기자 yesok@joongang.co.kr

더 큰 문제는 글로벌 경기 침체 여파로 국내 경기 둔화는 물론이고, 고용환경 악화가 예상된다는 점이다. 현재 중산층이 하위계층으로 추가 이동할 가능성이 있는 것이다.

연구원 측은 “가구의 하향 이동 가능성을 낮추기 위해서는 근로소득을 보장할 필요가 있다”며 계층 하향에 따른 사회적 비용을 줄일 방안을 찾아야 한다고 지적했다. 이어 “특히 고령층·여성 등 계층 하향 가능성이 큰 취약가구에 대한 지원책 마련이 필요하다”며 “국내 경기와 고용시장 및 가계여건 등을 종합적으로 판단해 금융·통화정책을 펼쳐야 한다”고 제안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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