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퍼즐] '술에 진심'인 아재들이 편의점 앱 설치한 사연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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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퍼즐] 세상을 바꾸는 DX이야기(5)

“여기 포켓몬빵 있나요?” “여기 곰표맥주 있나요?” 이제 편의점마다 들러 “이거 있어요?”라고 묻는 일이 옛날이야기가 될지도 모르겠다. 편의점 앱으로 실시간 재고현황을 보면서 재고를 파악한 뒤 가까운 편의점을 지정해 예약구매가 가능해졌기 때문이다. 이제는 예전처럼 발품을 파는 대신 손품을 파는 게 훨씬 더 유효한 시대다. 과연 편의점은 어디까지 진화할 수 있을까. 김석환 BGF리테일 DX실 실장(사진) 만나 이야기를 들어봤다.

김석환 BGF리테일 DX실장

김석환 BGF리테일 DX실장

운영 현황이 궁금하다
CU 오프라인 점포는 전국에 1만6500여개가 있고, 현재 포켓CU앱을 사용하고 있는 멤버십 회원은 1500만명이다. 편의점 앱이라는 게 기존에는 포인트를 적립하거나 할인받는 정도의 기능만 하는 수준이었다. 올해 초 리뉴얼하면서 재고조회, 예약주문, 편의점 픽업, QR결제 등의 기능을 대폭 강화했다. 이후 하루 평균 신규 가입자 수는 전년 대비 2배가량 늘었다. MAU(월간활성이용자수)도 250만에서 360만 명으로 증가했다.
포켓CU 앱은 어떤 역할을 하는 건가
앱은 매장을 지원하는 O4O(Online for Offline) 역할을 한다. 단순히 온라인과 오프라인을 연결하는 O2O(online to offline) 비즈니스와는 달리 온라인 비즈니스를 통해 보유하게 된 데이터를 오프라인에 적용해 사업을 확장하는 방식이다. 온라인의 경험을 오프라인 매장으로 유도하는 거다. 포켓CU는 앱에서 매출을 일으켜야 하는 구조가 아니다. 온라인 쇼핑몰이 아니다. 철저히 오프라인 매장의 서포터 역할을 한다. 앱에서 결제해도 픽업을 지정하는 매장으로 매출이 잡히는 구조다. 온라인 구매 경험이 익숙한 사람들이 앱에서 편리하게 물건을 살펴보고 구매한 뒤 결국엔 오프라인 매장 방문으로 이어지게 하는 역할을 한다.
앱에서 가장 많이 사용하는 기능은? 
재고조회와 예약주문 서비스 반응이 가장 좋다. 특히 재고조회는 론칭 한 달 만에 이용 건수 670만건을 돌파했다. 사실 운이 좋았다. 론칭 시기와 겹쳐 코로나 자가진단키트를 판매하기 시작했는데 CU는 자가진단키트 재고조회가 가능하다고 알려져 고객들이 앱을 많이 다운로드했다. 연이어서 포켓몬빵이 히트를 하면서 포켓몬빵 재고를 검색할 수 있다는 점도 입소문이 많이 났다. 편의점을 일일이 돌면서 ‘여기 포켓몬빵 있어요’ 하며 발품을 팔지 않아도 된다. 현재 전국 CU편의점에서 팔고 있는 모든 상품에 대한 재고를 실시간으로 확인할 수 있다. 미리 결제한 뒤 필요한 상품을 찜해 놓는 예약주문 기능도 반응이 좋다. 고객 입장에서는 원하는 상품을 찾아 수소문하거나 헛걸음을 안 하게 되고 점포 입장에서는 매출을 올리는 효과가 있다. 
그런 기능을 제공하려면 재고관리가 중요할 텐데
물건을 배달하기 위해 전국에 있는 1만6500개 편의점 매장을 하루에 3번씩 방문한다. 매장 상황에 따라 오전에 추가로 발주를 넣은 뒤 오후에 받으면 된다. 예컨대 오늘따라 어떤 빵이 갑자기 많이 팔리면 그 빵만 추가로 오전에 발주할 수 있다. 어차피 하루에 3번씩 배달차가 편의점을 방문하니 점주는 부담 없이 해당 빵만 몇 개 추가로 발주를 넣는 거다. 편의점에 재고를 쌓아 놓는 공간이 클 필요도 없다. 식품의 경우 폐기의 이슈도 있는데 그런 부분도 많이 줄일 수 있다. 이런 재고상황을 본사 입장에서 실시간으로 파악할 수 있으니 이걸 확인하면서 제품을 갖다 둘 수 있다.  
실제로 앱을 이용하는 연령대는?
20대가 33.1%로 가장 비율이 높다. 30대가 29.2%, 40대가 21.0%, 50대도 10.7% 정도 된다. 10대는 오히려 4.0%에 그치고, 60대 이상은 2.0% 수준이다. 최근에 40대 이상 비중이 많이 늘었는데 주류 덕분이라고 본다. 
주류가 중요한 역할을 하는 거 같다  
요즘은 주류가 편의점의 격전지다. 포켓CU에 CU Bar 메뉴가 따로 있는데 술 때문에 앱 이용 연령대가 올라가고 있다. 중요한 포인트로 보고 있다. CU bar 매출은 전년 대비 약 16배 늘었다. 최근에 앱애서 주류 장터 기획전을 했는데 CU bar의 전주 대비 매출이 214.3% 증가했다.   
앱에 고가의 와인이나 위스키도 팔던데 수요가 있나
이번 기획전을 위해 CU가 특별히 공수한 30여 종의 양주의 95% 이상이 조기 완판되기도 했다. 사전에 행사 내용이 알려지면서 온라인 커뮤니티에서 큰 화제가 되기도 했다. 특히 MZ세대 사이에서 인기인 달모어 15년, 벤리악 12년, 글렌피딕 15년, 와일드터키 레어브리드 등은 오픈하자마자 동났다. 일반적으로 술은 직접 오프라인 매장으로 가서 사야 한다. 전통주를 제외한 술은 택배 배송이 안 되기 때문이다. 비싼 양주나 와인은 주로 백화점이나 전문 와인숍에서 산다. 그런데 편의점 앱을 이용하면 인터넷 쇼핑을 하듯이 주류를 사는 경험을 할 수가 있다. 앱으로 집 앞 CU편의점으로 지정해 놓고 예약구매를 하면 배송의 이슈 없이 퇴근하면서 손쉽게 픽업하면 된다. 앱으로 와인 구성을 보면서 손쉽게 검색도 하고 리뷰도 비교하면서 고를 수 있는 점도 편하다. 
주류 판매방식이 궁금하다
한 점포에 많아 봐야 20종류 정도의 와인을 구비해 둔다. 부피도 있고 가격도 높다. 수요가 있을지 모르는데 진열을 많이 해놓을 수가 없다. 이때 예약주문 서비스를 활용하는 거다. 본사가 보유하고 있는 와인은 700종 정도가 된다. 앱에서 해당 상품을 예약구매한 뒤 픽업일과 픽업매장을 지정하면 해당 날짜에 맞춰 미리 가져다 놓으면 고객이 찾아갈 수 있다. 점포 입장에서도 재고부담을 떠안을 필요가 없고 사는 입장에서도 편리하다. 예컨대 오늘 저녁 자리에 와인이 필요하면 앱에서 미리 골라 결제한 뒤 목적지 근처 가장 가까운 CU편의점에서 픽업하면 된다. 만약에 지방으로 캠핑을 간다고 가정하면 미리 무겁게 준비할 필요 없이 캠핑장이랑 가장 가까운 편의점으로 지정해 놓고 가는 길에 찾아서 가면 된다. 일부 제주지역과 도서산간 지역을 빼면 전국 어디서든 이용할 수 있다.
편Pick(편의점 픽업) 서비스 현황은 어떤가?
사실 이 서비스를 준비하면서 과연 고객이 잘 쓸까 긴가민가했다. 편의점이라는 게 군데군데 많은데 굳이 미리 결제한 뒤 특정 편의점에 가서 사는 수요가 있을까 싶었다. 사실 이것도 코로나 덕을 좀 본 것 같기도 하다. 코로나 이후 온라인 결제에 익숙해지고, 직접 대면해서 결제하는데 부담을 느낀 사람들이 이용을 많이 하는 것 같다. 미리 결제한 뒤 찾아가기만 하면 되니까. 특히 요즘 사람들은 뭐든 모바일로 하는 거에 익숙하다 보니 이 서비스를 좋아한다. 직접 대면해서 쿠폰 내밀고 포인트 적립하고 하는 번거로운 과정을 거치지 않아도 되니까. 이용 연령대 비율을 보면 오히려 40대의 비중이 36.5%로 가장 높다는 점도 재미있는 포인트다. 10대 2.2%, 20대 20.4%, 30대 33.5%, 50대 6.5%, 60대 이상 0.9% 수준이다.
지금까지 했던 이벤트 중 실패사례와 성공사례를 꼽아본다면
명품전을 했던 적이 있다. 대단히 고가의 가방이나 이런 걸 판 건 아니다, 100만원 미만 가격대의 선글라스나 지갑 등을 팔았는데 사실 기획전이 실패한 건 아니지만, 내부적으로 긍정적인 평가를 하진 못했다. 굳이 왜 편의점이 명품을 팔아야 하는 가에 대한 이유를 제시하기 어려웠다. 편의점에서 큐레이팅이나 가격 측면의 메리트를 확실하게 보여주지 않는 한 유지되기 어렵다는 생각도 했다. 성공사례로는 앞서 얘기한 주류 장터가 있다. 술에 진심인 사람이 이렇게 많구나 다시 한번 느꼈다. 곰표맥주나 포켓몬빵, 연세우유 크림빵은 빼놓을 수 없는 히트품목이다. 특히 연세우유 크림빵은 단일품목으로 매출이 100억원이 넘었다. 먹을 땐 좀 죄책감이 들지만(웃음).
고객마다 선호 상품이나 서비스가 다를 텐데, 구매 정보 등을 토대로 할인행사나 기능을 개인화하기도 하나?
아직 큐레이션이나 추천 기능은 없다. 앱을 열면 모든 고객에게 동일한 메인 화면이 보인다. 추천 검색어 역시 시기별로 판매상품이나 이벤트에 따라 전략적으로 배치하고 있지 개별로 개인화돼 있지는 않다. 개인화가 앞으로의 방향인 건 확실하지만 단순 검색 이력을 통한 추천은 이미 고객들의 피로감이 높다고 판단하고 있다. 세제를 검색했더니 계속해서 관심 상품으로 세제가 보여서 짜증이 났던 경험이 누구나 있을 거다. 이미 세제를 사서 구매 의사가 없는데도 말이다. 다만 다음 스텝으로 추천 기능을 고민하고는 있다. 뻔한 추천 기능보다는 AI(인공지능) 기능 등을 활용해서 좀 더 맞춤화 가능한 서비스를 내놓을 수 있도록 준비하고 있다.
편의점도 로열티 고객 확보가 가능하다고 보나 
브랜드에 대한 선호는 있을 수 있겠지만 아직까진 브랜드 충성도라기보단 상품 충성도의 영향이 크다고 본다. 사실 고백하자면 나만 해도 바쁠 때나 근처에 경쟁사 편의점이 가까우면 거기에 가게 된다(웃음). 그런데 어떤 품목을 해당 편의점에 가야만 살 수 있다고 하면 얘기가 달라진다. 그래서 자사에서만 팔 수 있는 상품 라인업을 늘리는 게 편의점 입장에서는 숙명이다. 곰표맥주나 연세우유 크림빵 같은 히트상품을 끊임없이 만들어 내는 게 숙제다. 이런 상품 충성도가 생기면 결국 브랜드 쪽으로 선순환되지 않을까. 이번에 타사의 불매제품 사태를 보면 소비자들이 기업윤리 등에 대한 인식도 높아졌다는 걸 다시 한번 느낄 수 있다. CU 유튜브 콘텐트 ‘고인물 시리즈(9년 차 CU 아르바이트생 ‘하루’의 이야기를 담은 숏폼드라마)’가 조회수 1억회를 넘었다. 재미있는 콘텐트에 대한 호감이 브랜드로 이어지는 것을 직접 실감하기도 했다. 이런 모든 것이 모여 브랜드에 대한 호감을 넘어 확신으로 이어질 것으로 기대한다.
요즘 편의점의 변신이 다채롭다. 미래의 편의점은 어떻게 변할까
누군가는 편의점의 성장에 한계가 왔다고 한다. 편의점은 말 그대로 사람들의 편의를 위해 탄생한 공간이다. 무인점포가 생기고 은행과 결합하는 등 다양한 시도를 하고 있다. 형태가 조금씩 달라질 수는 있겠지만 계속 진화해 나갈 거다. 편의점에서 하는 반값택배를 하나의 예로 볼 수 있다. CU는 전국에 1만6000개의 오프라인 공간이 연결되어 있다. 그 사이트로 하루에 3번씩 물류를 이동시킬 수 있다 보니 일반 택배대비 반값으로 가능하다. 이게 굉장히 파워풀한 능력이다. 단순히 이익을 추구하고 물건을 갖다 파는 형태의 편의점에서 진화해 나가고 있는 과정이다. 편의점 앱도 좀 더 개인화되고 진화해나갈 거다. 특히 앞으로 1인 가구가 더 늘어날 것으로 예상되고 있는 만큼 편의점의 역할은 더 커질 거라고 생각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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