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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태협, 경기도 보조금으로 나노스 주식 샀다…檢, 아태협 회장 영장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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업데이트

쌍방울 그룹의 수십 억 원 상당 달러 밀반출 혐의를 수사 중인 검찰이 지난달 17일 쌍방울 그룹을 추가 압수수색했다. 검찰은 지난 2019년 쌍방울 자금 수십억 원이 달러 형태로 중국으로 넘어간 정황을 확인하고 외국환거래법 위반과 국외재산 도피 혐의를 적용해 수사를 진행하고 있다. 뉴스1

쌍방울 그룹의 수십 억 원 상당 달러 밀반출 혐의를 수사 중인 검찰이 지난달 17일 쌍방울 그룹을 추가 압수수색했다. 검찰은 지난 2019년 쌍방울 자금 수십억 원이 달러 형태로 중국으로 넘어간 정황을 확인하고 외국환거래법 위반과 국외재산 도피 혐의를 적용해 수사를 진행하고 있다. 뉴스1

 쌍방울 그룹의 외화 밀반출 의혹을 수사 중인 검찰이 11일 밀반출에 관여한 아태평화교류협회(아태협) 안부수 회장에 대해 구속영장을 청구한 것으로 드러났다.  안 회장은 대북 사업을 위해 경기도에서 받은 보조금을 개인적으로 사용하고 쌍방울 계열사인 나노스 주식을 산 것으로 파악됐다.
수원지검 형사6부(김영남 부장검사)는 지난 10일 외국환거래법위반과 증거은닉교사 등 혐의로 안 회장에 대해 구속영장을 청구했다.
검찰 수사를 받아오던 안 회장은 9월 말에서 지난달 초 휴대전화를 꺼놓고 잠적했다. 해외 밀항도 시도했던 것으로 알려졌다. 검찰은 안 회장과 연락이 닿지 않자 출국금지 조치하고 체포영장을 발부받아 추적해 왔다. 그는 지난 9일 서울 성동구 서울숲 인근의 한 거리에서 잠복하고 있던 검찰에 붙잡혔다.

안씨 2018~2020년 북한 2차례, 북한 주민 13차례 접촉

안 회장은 경기도와 쌍방울 그룹의 대북 사업에 관여하고 쌍방울 그룹의 외화 밀반출에 가담한 혐의 등을 받고 있다. 안 회장은 2018년 8월과 12월 2차례 북한을 방문했고, 2018년부터 2020년까지 중국 등에서 13차례에 걸쳐 북한 주민을 접촉했다고 통일부에 신고했다. 이 중 10차례가 2019년에 이뤄진 일이다. 현행 남북교류협력법은 내국인이 북한 주민과 접촉할 경우 접촉일 기준으로 7일 이내에 사전 또는 사후 신고하게 돼 있다. 그러나 안씨는 승인 없이 북한 인사들을 만나 통일부로부터 경고를 받은 적도 있었다고 한다.

쌍방울 그룹의 김성태 전 회장과 양선길 회장도 2019년 각각 1차례 북한 주민을 만났다고 통일부에 신고했다. 이화영 경기도 전 평화부지사에게 뇌물을 준 혐의 등으로 구속기소 된 쌍방울 부회장 방모씨는 2019년 5차례에 걸쳐 북한 주민과 접촉한 것으로 드러났다. 이 전 부지사도 2018~2019년 7차례 북한 주민과 접촉했다고 신고했다. 검찰은 이들이 북한을 방문하고 북한 주민과 접촉하는 과정에서 북측 인사에게 밀반출한 달러를 전달한 것으로 추정하고 있다. 최근 쌍방울 관계자들을 수사하는 과정에서 2019년 1월 쌍방울이 150만 달러, 아태협이 50만 달러를 북측에 전달한 정황을 포착하고 자금원과 대가성 등을 파악 중이다. 아태협은 2018년 11월에도 북측에 달러와 위안화를 건넨 정황이 포착되기도 했다. 검찰은 수사 과정에서 ‘북 인사에게 (밀반출한) 돈이 잘 전달됐다’는 내용의 메모를 안 회장에게 남겼다는 관계자들의 진술 등을 확보한 것으로 알려졌다.

서울 서빙고역 인근 쌍방울그룹 본사 내에 있는 아태평화교류협회. 사진은 지난해 11월 촬영됐다. 채혜선 기자

서울 서빙고역 인근 쌍방울그룹 본사 내에 있는 아태평화교류협회. 사진은 지난해 11월 촬영됐다. 채혜선 기자

안 회장은 검찰 수사가 시작되자 북한 그림과 사무실 PC 하드디스크 등을 다른 곳에 숨기고, 협회 직원들이 관련 진술을 하지 못하게 한 혐의도 받는다.
관세청도 아태협이 소장하고 있는 수십 점의 북한 그림이 통일부 승인을 받지 않고 들여온 것을 파악하고 관세법 위반 혐의를 조사하고 있다. 아태협 간부 A씨는 지난 대선에서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의 당선을 위한 불법 선거운동을 벌인 혐의로 기소됐는데 검찰은 안 회장이 이 과정에 관여했는지도 들여다보는 것으로 알려졌다.

아태협, 대북지원사업자 선정 전 경기도와 사업 

아태협은 일제강점기 희생자 유골 봉환 사업을 위해 2007년 태평양정쟁희생자봉환위원회로 출범했다. 2012년 6월 아태협으로 명칭을 변경했다.
아태협이 북한 관련 사업을 시작한 것은 2018년부터다. 안 회장은 그해 8월과 12월 북측 조선아시아태평양평화위원회의 초청으로 평양을 방문했다. 이후 대북 사업에 본격적으로 뛰어든 것으로 알려졌다.

아태협은 같은 해 11월과 2019년 7월 경기 고양시와 필리핀 마닐라에서 열린 ‘아시아태평양의 평화·번영을 위한 국제대회’를 경기도와 공동개최했다. 2019년 3월엔 대북지원사업자로 통일부 승인을 받았다.
대북 사업을 시행한 이후 뒤늦게 대북지원사업자로 승인을 받은 것이라 당시 경기도의회에서도 문제를 제기했다. 2019년 11월 13일 경기도의회 기획재정위원회 행정사무감사에서 김강식 전 도의원은 “아태협이 동북아 전쟁 관련 평화 사업을 지속해서 하다가 어느 날 갑자기 남북협력사업을 한다고 한다”며 “(대북 사업 실적에 대한) 자료를 요청했는데 확인해주지 않았다. 대북지원사업자 지정도 (2019년) 3월에 됐던데 어떻게 (그 전에 아시아태평양의 평화·번영을 위한 국제대회) 사업을 추진할 수 있었는지 궁금하다”고 의문을 제기했다.
당시 아태협을 경기도에 소개한 사람은 쌍방울에서 뇌물과 정치자금을 받아 구속기소 된 이 전 부지사였다.

북에 밀가루·묘목 전달 안 돼…경기도 예산 

검찰은 민선 7기 경기도의 대북사업을 들여다보고 있다. 쌍방울과 아태협의 대북 자금 전달이 경기도의 요청에 따른 것인지, 그 돈에 경기도의 자금이 포함됐는지 등을 조사하고 있다.

경기도는 ‘아시아태평양의 평화·번영을 위한 국제대회’ 행사비와 2019년 4월 북한 어린이 급식용 밀가루 및 미세먼지 저감용 묘목 지원사업 등 명목으로 아태협에 20억여원을 지원했다. ‘아시아태평양의 평화·번영을 위한 국제대회’의 경우 당초 경기도가 관련 예산을 전액 지원하기로 했지만, 도의회에서 예산안이 통과되지 않으면서 일부 예산만 투입됐는데 나머지 예산을 쌍방울 그룹이 아태협을 통해 부담한 것으로 드러났다.

2019년 4월 경기도가 아태협과 함께 추진한 북측 어린이 간식 및 묘목 지원사업 기념 사진. 이화영 전 경기도 평화부지사 오른쪽이 아태협 회장 안씨다. 아태평화교류협회 홈페이지

2019년 4월 경기도가 아태협과 함께 추진한 북측 어린이 간식 및 묘목 지원사업 기념 사진. 이화영 전 경기도 평화부지사 오른쪽이 아태협 회장 안씨다. 아태평화교류협회 홈페이지

검찰은 안 회장이 경기도의 밀가루·묘목 지원 사업 보조금을 개인적으로 사용한 것으로 보고 있다. 경기도는 약 15억원을 관련 사업 예산으로 아태협에 줬다. 안 회장은 이 돈 일부를 딸의 계좌로 보내 개인적으로 사용한 것으로 파악됐다. 보조금 중 940만원은 쌍방울 계열사인 나노스 주식을 샀다고 한다. 안 회장은 경기도와 대북사업을 추진하던 2019년 1월 나노스 사내이사로 영입됐다. 이 전 부지사의 공소장에는 “쌍방울은 2019년 1월 17일과 5월 12일 중국에서 이 전 부지사와 아태협 안 회장의 도움으로 북측과 경제협력 합의서 및 지하자원개발협력 등 6개 분야의 우선적 사업권을 취득한다”고 적시됐다. 당시 나노스는 대북 관련 주로 분류돼 주가가 급등했다.

검찰은 경기도가 지원한 밀가루·묘목 지원 사업 보조금 중 7억원만 실제 사업에 사용한 것으로 추정하고 있다. 안 회장이 횡령한 총액은 13억원(쌍방울 자금 포함)으로 추정하고 있다.
그러나 안 회장은 검찰 조사에서 모든 혐의를 부인한 것으로 알려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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