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팔지 않고 전시만 합니다…가전업계, MZ세대 타깃 마케팅

중앙일보

입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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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 03면

LG전자의 벤더블 게이밍 올레드 TV인 ‘LG 올레드 플렉스’로 게임을 즐기는 모델들. [사진 각 사]

LG전자의 벤더블 게이밍 올레드 TV인 ‘LG 올레드 플렉스’로 게임을 즐기는 모델들. [사진 각 사]

“이 제품을 사고 싶다고요? 여기선 안 팔아요, 구경만 하세요.” 최신 전자제품을 실컷 자랑해놓고 판매는 하지 않는다? 가전업계의 신(新) 풍속도다.

9일 오후 서울 지하철 강남역 인근에 있는 ‘금성오락실’. 1980~90년대를 연상시키는 오락실 간판 아래로 들어서는 순간 별세계가 펼쳐졌다. 이곳은 LG전자가 ‘뉴트로’(신복고) 콘셉트로 꾸민 체험용 팝업스토어다. 상호는 LG의 옛 사명인 ‘금성’을 차용했다. LG전자는 벤더블 게이밍 TV ‘올레드 플렉스’ 등 최신 TV 40여 대를 활용해 2층 규모의 공간을 오락실로 꾸며놨다. ‘돌아온 너구리’ ‘버블버블’ 같은 추억의 게임부터 최신 콘솔 게임 등을 플레이할 수 있다.

이곳에서 만난 20대 김모(여)씨는 “큰 화면으로 게임에 몰입하는 체험을 할 수 있고, 최신 기기를 직접 만져보니 자연스럽게 구매욕이 생겼다”며 “당장 TV를 살 계획은 없지만, 버킷리스트에 넣어뒀다”고 말했다.

LG전자에 따르면 지난달 12일 오픈한 금성오락실은 이달 8일까지 누적 방문객 수가 1만5000명을 넘었다. MZ세대(1980~2000년대 초반 출생) 방문객이 80%에 달한다.

삼성전자는 프롭테크(부동산 자산+기술) 스타트업인 트러스테이와 손잡고 서울 성동구 성수동에 ‘스마트싱스 X heyy, 성수’를 운영 중이다. 자취생을 위한 ‘공유 주거공간’ 콘셉트다. 거실·주방·세탁실 등으로 꾸며진 공간 곳곳엔 삼성전자의 비스포크 TV·냉장고·세탁기·큐커 등 가전제품이 놓여 있다. ‘스마트싱스’ 앱을 열어 “빅스비, 나 퇴근했어”라고 말하자 커튼이 열리고 조명이 켜졌다. 가전과 주변기기를 생활 패턴에 맞게 조절해 주는 것이다.

삼성전자가 최근 오픈한 스마트싱스 체험 공간. [사진 각 사]

삼성전자가 최근 오픈한 스마트싱스 체험 공간. [사진 각 사]

삼성전자 관계자는 “개인 공간과 공유 공간을 동시에 즐길 수 있는 공유 주택에서 스마트싱스를 체험할 수 있도록 구현했다”며 “특히 MZ 소비자들의 선호도가 높은 ‘따로 또 같이하는 일상’을 가능케 하는데 주안점을 뒀다”고 설명했다.

두 공간은 ‘최신 제품’을 전시하지만 정작 판매는 하지 않고, MZ세대를 타깃으로 하고 있다는 공통점이 있다. 업계 관계자는 “가전업 특성상 MZ세대는 대부분 직접 구매층이 아니어서 당장 매출 확대에 도움이 되지 않는다. 이 때문에 제품 판매가 아닌 체험 위주로 팝업스토어 공간을 조성한다”며 “다만 이들이 5~10년 뒤 주요한 구매층이 되는 만큼 미래 시장을 위한 ‘씨앗 뿌리기’ 차원에서 경험 확대를 늘리고 있다”고 풀이했다.

MZ세대를 겨냥한 가전업계의 ‘체험 마케팅’은 더 활발해지고 있다. 올해 LG전자는 ‘ThinQ 방탈출 카페’ ‘스탠바이미 클럽’을, 삼성전자는 ‘비스포크 팬파티’ ‘갤럭시 팬파티 제각각 캠크닉’ 등을 각각 진행했다. LG전자 관계자는 “올해 운영한 11곳의 체험공간 방문객이 10만 명을 넘는다. 이 가운데 80% 이상이 20~30대”라며 “가전제품의 주 소비층은 40~50대인데, 체험 매장에 젊은 세대가 몰린 건 이례적인 일”이라고 말했다.

이채호 동국대 경영학과 교수는 “가전업계가 단순 제품기능이 아닌 소비자경험 중심으로 마케팅 전략을 짜는 건 대단한 변화”라며 “다만 MZ세대가 좋아할 만한 ‘힙’한 분위기를 무작정 만들어 내는 것만으론 한순간 이벤트로 끝날 우려도 있는 만큼 장기적인 브랜드 전략을 세워 일관적인 이미지를 단계적으로 제공하는 게 중요하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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