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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해 피격' 서욱 석방…"보증금 1억, 관련자 접촉땐 재구속"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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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해 공무원 피살 사건 은폐 의혹으로 지난달 22일 구속됐던 서욱 전 국방부 장관이 구속기간 만료를 하루 앞둔 8일 석방됐다. 서울중앙지법 형사항소5-2부(부장 원정숙·정덕수·최병률)는 전날 진행한 서 전 장관에 대한 구속적부심사 결과 “보증금 1억원 납입을 조건으로 석방을 명한다”고 이날 결정했다.

법원은 서 전 장관에게 ▶범죄의 증거를 인멸할 염려가 없고 ▶이 사건 재판에 필요한 사실을 알고 있다고 인정되는 사람 또는 그 친족의 생명·신체·재산에 해를 가하거나 가할 염려가 없다고 석방 이유를 설명했다.

다만, 법원은 서 전 장관이 석방된 뒤에도 ▶도망 또는 증거를 인멸해선 안 되고 ▶피의사실 관련자들을 만나거나 연락을 주고받아선 안 되며 ▶법원 또는 검사가 지정하는 일시·장소에 출석할 것을 함께 명령했다. 기존 주거지에 거주하는 한편 ▶주거 변경의 필요가 있거나 ▶3일 이상 여행 또는 출국할 경우 미리 법원 또는 검사의 허가를 받아야 한다는 조건도 걸었다. 이를 위반하면 다시 구속되는 건 물론 납입한 보증금도 몰수된다.

'서해 공무원 피격' 은폐 의혹을 받는 서욱 전 국방부 장관이 8일 구속적부심사 청구가 인용돼 석방됐다. 사진은 서 전 장관이 이날 서울구치소를 나서며 취재진의 질문을 받는 모습. 뉴스1

'서해 공무원 피격' 은폐 의혹을 받는 서욱 전 국방부 장관이 8일 구속적부심사 청구가 인용돼 석방됐다. 사진은 서 전 장관이 이날 서울구치소를 나서며 취재진의 질문을 받는 모습. 뉴스1

서 전 장관은 해양수산부 서해어업지도관리단 소속 공무원 이대준씨가 어업지도선에서 실종돼 북측 해역에서 표류하다 북한군 총격에 사망, 시신이 해상에서 소각된 다음 날인 2020년 9월 23일 오전 1시 청와대 관계장관회의 이후 ▶이씨 사망 관련 감청첩보 등 군 특수정보(SI) 관련 보고서 60건을 군사정보통합처리체계(MIMS·밈스)에서 삭제하도록 지시하고 ▶청와대 국가안보실의 지침에 따라 이씨에게 자진 월북 의도가 있었다는 종합분석보고서를 작성케 한 혐의(직권남용권리행사방해·공용전자기록등손상·허위공문서작성 등)를 받는다.

이 사건을 수사하는 서울중앙지검 공공수사1부(부장 이희동)는 지난달 18일 서 전 장관에 대해 이 같은 혐의를 적용해 구속영장을 청구했다. 서 전 장관 측은 지난달 21일 구속영장 실질심사 당시 “민감 정보의 열람권을 제한했을 뿐이고, 첩보 원본은 그대로 남아있다”는 취지로 항변했지만, 검찰은 “원본이 남아 있는 곳은 백업 서버로, 첩보가 실제 유통되는 밈스에서는 삭제됐다”는 점을 파고들었다고 한다.

백업 서버 내 원본을 복원하기 위해선 밈스 가동을 중단해야 하기 때문에 사실상 복원이 어렵다는 점을 짚은 것이다. 이에 서울중앙지법 김세용 영장전담 부장판사는 지난달 22일 서 전 장관에게 증거인멸의 우려가 있다며 구속영장을 발부했다.

서욱 전 국방부 장관은 2020년 9월 해양수산부 공무원 이대준씨가 북한 해역 표류 중 북한군 총격에 사망, 시신이 소각된 것과 관련한 군 감청첩보 등 특수정보(SI) 관련 보고서 60건을 군사정보통합처리체계(밈스)에서 삭제하도록 지시한 혐의 등을 받고 있다. 사진은 2020년 9월 25일 이씨가 피살된 것으로 추정되는 황해도 등산곶 인근 남측 해역에서 한국 해군 함정이 경비하는 모습. 연합뉴스

서욱 전 국방부 장관은 2020년 9월 해양수산부 공무원 이대준씨가 북한 해역 표류 중 북한군 총격에 사망, 시신이 소각된 것과 관련한 군 감청첩보 등 특수정보(SI) 관련 보고서 60건을 군사정보통합처리체계(밈스)에서 삭제하도록 지시한 혐의 등을 받고 있다. 사진은 2020년 9월 25일 이씨가 피살된 것으로 추정되는 황해도 등산곶 인근 남측 해역에서 한국 해군 함정이 경비하는 모습. 연합뉴스

서 전 장관은 구속 기간 검찰 조사에서 자신이 지시한 건 첩보 삭제가 아닌 ‘배포선 조정’이었다며 혐의 일체를 부인한 것으로 파악됐다. 또 서훈 전 실장, 서주석 전 1차장 등 청와대 국가안보실 차원의 지시도 없었다는 취지로 진술했다고 한다. 그러면서 사전 구속기한을 사흘 앞둔 지난 6일 자신의 구속이 부당하다며 구속적부심사를 청구했다.

서 전 장관 측은 지난 7일 열린 심문기일에서 “조사가 충분히 이미 다 끝난 상태고, 피고인이 방어권을 행사해야 하는데 구속이 계속되는 건 좀 과하다”는 취지로 주장했고, 검찰은 “구속영장 발부 때와 변경된 사정이 없고, 범행 정도가 중대한 데다 전직 장관이라는 지위와 수사에 임하는 태도를 보면 증거인멸의 우려가 있다”는 취지로 반박했다고 한다.

이에 법원이 서 전 장관의 손을 들어주면서, 당초 구속기한(11월 9일) 내 서 전 장관을 구속기소하려고 했던 검찰의 계획은 일단 차질을 빚게 됐다. 검찰은 서 전 장관과 함께 구속된 김홍희 전 해양경찰청장을 먼저 구속기소한 뒤, 서 전 장관에 대한 추가 조사 및 기소 시점 등을 저울질할 전망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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