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거장 바이올리니스트 오귀스탱 뒤메이 “세계 음악 축, 유럽서 동북아로 이동”

중앙일보

입력

24일 롯데콘서트홀 내한독주회를 갖는 거장 바이올리니스트 오귀스탱 뒤메이. 그는 ″음악가는 자신이 꿈꿔온 소리를 연주한다. 지금도 내 꿈을 진보시키려 노력한다”고 말했다.  사진 인아츠 프로덕션

24일 롯데콘서트홀 내한독주회를 갖는 거장 바이올리니스트 오귀스탱 뒤메이. 그는 ″음악가는 자신이 꿈꿔온 소리를 연주한다. 지금도 내 꿈을 진보시키려 노력한다”고 말했다. 사진 인아츠 프로덕션

'프랑코 벨기에 악파의 정통 계승자', '독일 작품에 정통한 프랑스 연주자'.
바이올리니스트 오귀스탱 뒤메이(73)에게 붙는 수식어다. 1949년 프랑스에서 음악인 부모 사이에 태어난 뒤메이는 세 살 때부터 자연스럽게 바이올린에 관심을 가졌다. 10세 때 파리 음악원에 입학했고 14세에 몽트뢰 페스티벌에서 바이올린 거장 헨릭 셰링과 요제프 시게티의 눈에 들어 본격적인 연주자의 길로 들어섰다.
셰링의 추천으로 나탄 밀스타인의 제자가 된 뒤메이는 밀스타인 특유의 강하면서도 섬세한 운궁법(運弓法·활 다루는 방법)과 러시아 악파의 힘차고 견고한 톤에 영향받았다. 그 후 프랑코 벨기에 악파의 계승자인 아르투르 그뤼미오의 문하에 들어가 5년간 수학했다.
뒤메이는 우아한 프랑스 악파와 기교적인 이탈리아 악파의 장점을 융합한 프랑코 벨기에 악파의 특징을 받아들였다. 이 부드럽고 우아한 선율미를 바탕으로 지성과 감성이 조화된 독특한 연주 스타일을 만들었다. 앙리 비외탕, 외젠 이자이, 조르주 에네스쿠, 알프레드 뒤부아, 아르투르 그뤼미오로 이어진 프랑코 벨기에 악파의 후계자로 꼽혀온 뒤메이는 큰 키에서 나오는 우아하고 세련된 연주에 부드럽고 따스한 음색이 특징이다.

프랑코 벨기에 악파 계승한 프랑스 바이올리니스트 #“콩쿠르는 젊은 연주자들에게 발언권을 주는 일” #24일 롯데콘서트홀 독주회…클라라 민 피아노 연주

뒤메이는 실내악 앙상블로도 유명하다. 피아니스트 마리아 조앙 피레스와 함께 연주한 베토벤 바이올린 소나타, 피레스, 지안 왕과 연주한 브람스 피아노 트리오 등은 명반으로 손꼽힌다.

24일 롯데콘서트홀에서 펼쳐질 그의 리사이틀에서는 베토벤 소나타 1번, 모차르트 소나타 K301, 슈만 소나타 1번, 프랑크 소나타 등을 선보일 예정이다. 함께 연주하는 피아니스트 클라라 민은 서울에서 태어나 일본에서 자랐으며 미국과 독일에서 공부했다. 독일 핸슬러 클래식 레이블에서 발매된 슈만 앨범은 NDR(북부독일방송)에서 ‘가슴이 따뜻해지는 풍부한 감성의 연주’라고 소개했다. 제16회 비에니아프스키 콩쿠르 심사위원장인 뒤메이를 결선이 한창이던 폴란드 포즈난에서 최근 만났다.

오귀스탱 뒤메이는 큰 키에서 나오는 우아하고 세련된 연주에 부드럽고 따스한 음색이 특징이다. 사진 인아츠 프로덕션

오귀스탱 뒤메이는 큰 키에서 나오는 우아하고 세련된 연주에 부드럽고 따스한 음색이 특징이다. 사진 인아츠 프로덕션

지난 대회와의 차이점이 있다면.

“국제 콩쿠르의 기교 수준은 상승일로지만 음악적 상상력 면에선 그렇다고 얘기하기 힘들다. 그럼에도 이번 콩쿠르 참가자들은 높은 수준의 상상력을 보여줘서 심사하며 기뻤다.”

비에니아프스키 콩쿠르가 타 대회와 구별되는 독특한 점은?

“특정 작곡가의 작품을 연주하기 위해 조직되고 만들어졌다는 점에서 쇼팽 콩쿠르 및 모차르트 콩쿠르, 또 브람스 콩쿠르 등과 공통점이 있다.”

6명의 결선 진출자들이 모두 동양인이다. 

“세계 음악계의 축이 유럽에서 한국・중국・일본으로 이동했음이 명백해졌다. 미국의 주요 음악학교는 아시아 연주자들로 차고 넘친다. 아시아 국가에서 유럽의 음악을 그토록 충실하게 해석해내는 건 멋지고 감동적이다.”

콩쿠르 2위에 오른 김봄소리를 포함해 한국의 젊은 연주가들에게 조언을 해준다면?

“콩쿠르는 국제적 음악 인생을 향한 중요한 관문이다. 김봄소리의 재능을 잘 알고 있고 존경심을 보낸다. 하지만 각자의 음악인생은 저마다 다르기에 총체적인 조언은 필요 없을 것 같다.”

피아니스트 안드라스 쉬프는 ‘콩쿠르 참가를 당장 멈추라’면서 음악은 스포츠가 아니라는 입장을 견지하고 있다. 콩쿠르에 대한 견해를 듣고 싶다.

“음악적인 표현은 수치화될 수 없다. 미술을 예로 들면 세잔과 다빈치 작품의 우열을 가릴 수 있겠는가? 불가능하다. 콩쿠르의 효용은 젊은 연주가들을 고무시키고 음악에 몰입하게 해서 인생의 빛나는 순간을 만들어주는 데 있다. 젊은 연주자들이 음악으로 이야기할 수 있도록 해주는 게 콩쿠르의 역할이다. 경연을 보며 일상의 피로에 지친 청중들이 잠시나마 인생을 다시 생각할 수 있는 신선한 연주를 만날 수 있다면 더할 나위 없다.”

24일 롯데콘서트홀 리사이틀에서 베토벤 소나타 1번, 모차르트 소나타 K301, 슈만 소나타 1번을 연주한다. 선곡 이유는?

“공연이든 음반이든 내 음악 인생은 독일 작곡가의 작품을 연주하는 데 바쳐졌다. 이번 리사이틀 프로그램은 내 음악 인생의 반영이다.”

뒤메이는 최근 피아니스트 안드라스 쉬프의 '콩쿠르 무용론'에 대해 "콩쿠르는 젊은 연주가들을 고무시키고 음악에 몰입하게 해서 인생의 빛나는 순간을 만들어주는 데 있다"는 입장을 밝혔다. 사진 인아츠 프로덕션

뒤메이는 최근 피아니스트 안드라스 쉬프의 '콩쿠르 무용론'에 대해 "콩쿠르는 젊은 연주가들을 고무시키고 음악에 몰입하게 해서 인생의 빛나는 순간을 만들어주는 데 있다"는 입장을 밝혔다. 사진 인아츠 프로덕션

나탄 밀스타인과 아르투르 그뤼미오 등 거장들에게 배웠다. 어떤 기억으로 남아있나?

“그뤼미오와 밀스타인은 당시 또래 젊은 연주가들에게 드림팀이었다. 둘은 서로를 존경했고 각자가 비범한 음악가였다. 레퍼토리도 상호보완적이었다. 그뤼미오는 바흐・모차르트・베토벤에 집중했다. 나는 그의 피아노 반주로 모차르트 소나타, 베토벤 소나타를 연주하기도 했다. 밀스타인은 낭만주의 음악과 러시아 음악에 더 강했다. 감수성이 예민하던 10대, 20대 무렵이라 매일매일이 영향이고 훈육이었다.”

피레스, 지안 왕과의 녹음은 명연주로 꼽힌다. 이들과 연주할 때 느끼는 점은?

“그들과 연주할 때 음악적 개성과 스타일을 발휘하며 형제애에 가까운 감정을 느낀다. 함께 연주할 수밖에 없는 이유다.”

프랑코 벨기에 바이올린 악파의 계승자로 알려졌다. 이 악파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나?

“세계화의 시대에는 음악적 정체성이 중시된다. 개성 중시라는 측면에서 특정 악파의 개념도 중요성을 띤다. 모든 연주는 제각기 다르고 음악 세계도 획일적이지 않다. 내가 젊었을 때는 누가 어떤 바이올리니스트인지 금방 알아보곤 했다. 지금은 그게 훨씬 더 어려워졌다.”

매혹적인 음색과 자연스러운 리듬의 밸런스를 자랑하는 연주를 들려준다. 자신만의 독특한 사운드를 어떻게 발전시켰나?

“음악가는 자신이 꿈꿔온 소리를 연주한다. 우리의 꿈이 모두 똑같지 않음에 감사한 마음이다. 지금도 내 꿈을 진보시키려 노력한다.”

연주회를 앞두고 연주할 곡의 명연주를 찾아 듣는지 아니면 본인만의 해석을 위해 다른 연주를 안 듣는지 궁금하다.

“앞선 세대의 연주자들이 전한 음악적 메시지는 우리의 잠재의식 속에 남아있다. 우리의 연주가 이것의 재현이나 모방이 되어선 안 된다. 그건 우리 자신이 특별히 할 말이 없다는 걸 의미한다. 연주자는 자신의 이야기를 할 수 있어야 한다.”

지휘자이기도 하다. 바이올린 연주와 지휘의 차이점은?

“지휘와 연주 사이에는 기술적인 본성의 차이가 있다. 대화의 차이이기도 하다. 지휘는 오케스트라와 이야기하는 방식이기 때문이다. 하지만 둘 다 음악적인 생각은 별 차이가 없다. 둘 다 음악가 개인의 신념이 반영된다.”

앞으로의 중요한 계획은?

"바흐 ‘무반주 소나타와 파르티타’, 브람스 협주곡 등 지금까지 녹음하지 않은 곡들을 계속 음반으로 발매할 계획이다. 24일 한국 청중을 다시 만나게 돼 매우 기쁘다."

포즈난=류태형 객원기자・음악칼럼니스트 ryu.taehyung@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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