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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의 금리 인상 사이클, 언제 멈추나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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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26면

세계 경제 고물가·고금리·고환율 ‘3고 현상’

김영익 서강대 경제대학원 겸임교수

김영익 서강대 경제대학원 겸임교수

2022년 세계 경제가 ‘3고’(고물가·고금리·고환율)로 진통을 겪고 있다. 3고의 원인은 단연 미국의 고물가다. 2022년 6월 미국의 소비자물가가 전년 동월에 비해 9.1%나 상승했다. 1981년 11월(9.6% 상승) 이후 40년 4개월 만에 최고치였다. 물가가 이렇게 오르니 연방준비제도(연준, Fed)는 금리를 과감하게 인상할 수밖에 없었다. 미국의 금리 상승은 달러 가치 상승을 초래했다. 달러 가치가 오르다 보니 다른 나라도 자금 유출을 막기 위해 금리를 더 올렸다.

3고 현상이 어떻게 해소될 것인가. 미국의 실질금리에서 그 답을 찾을 수 있다. 실질금리란 명목금리에서 물가상승률을 뺀 것이다. 명목금리는 우리가 시장에서 관찰하는 금리로, 은행의 예금금리나 저축금리가 될 수 있다. 시장에서 매일 변동하는 채권수익률일 수도 있다. 여기서는 명목금리를 10년 국채수익률로 정의하기로 한다.

금리 인상 방아쇠 당긴 건 고물가
물가 치솟자 실질금리 마이너스

금리 올려 비정상적 금리 정상화
4번의 자이언트 스텝 효과 낼 듯

미 국채금리, 이미 적정수준 근접
물가상승률 내년엔 꺾일 가능성

일반적으로 명목금리는 물가상승률보다 높아야 한다. 금리는 시간선호율 측면에서 ‘소비를 참는 데에 대한 대가’다. 내가 지금 100만원을 가지고 있다고 해보자. 이 돈으로 맛있는 음식을 먹거나 쇼핑을 하면 즐겁다. 그러나 그 돈을 은행에 맡겨두었다면 소비를 참는 것에 대한 대가를 받아야 한다. 그 기간 금리가 물가 상승률보다 더 높아야 우리가 저축하게 되는 것이다. 그래서 명목금리에서 물가상승률을 뺀 실질금리는 플러스가 정상이다.

그런데 미국의 10년 국채수익률에서 소비자물가 상승률을 차감한 실질금리가 2019년 8월부터 마이너스(-)로 돌아섰고, 2022년 3월에는 -6.4%로 사상 최저치를 기록했다. 지극히 비정상적 상황이다.

실질금리 안정되며 명목금리 상승

그래픽=김현서 kim.hyeonseo12@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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실질금리가 정상화하려면 명목금리가 상승하거나 물가상승률이 낮아져야 한다. 이 과정에서 미국의 금리가 오르고 있다. 2020년 3월에 0.54%로 사상 최저치를 기록했던 10년 국채수익률이 2022년 9월에는 3.95%까지 상승했다. 그런데도 실질금리는 지난 9월 -4.7%로 아직도 큰 폭의 마이너스 상태에서 벗어나지 못하고 있다.

그래픽=김현서 kim.hyeonseo12@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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금리가 더 올라야 한다는 의미이다. 그런데 미국 금리는 이미 적정 수준에 근접하고 있다. 미국의 10년 국채수익률은 장기적으로 명목 국내총생산(GDP) 성장률과 유사한 추이를 보였다. 실제로 1970년에서 2021년 연평균 국채수익률이 6.1%로 명목 GDP 성장률인 6.2%와 거의 같았다.

미국 의회 추정에 따르면 미국의 명목 잠재성장률은 4% 정도이다. 국채수익률의 적정 수준이 4% 정도일 것이라는 이야기인데, 10월 들어서 4.24%까지 상승했다. 그러나 아직도 실질금리는 큰 폭의 마이너스 상태에 머물고 있다. 실질금리가 플러스로 전환하기 위해서는 물가상승률이 낮아져야 한다. 물가상승률이 4% 이하로 떨어져야 실질금리가 플러스로 전환할 수 있다.

경기침체 오면 물가상승률 낮아져

미국의 소비자물가 상승률이 2022년 6월 9.1%를 정점으로 꺾이고 있지만, 9월 상승률도 8.2%로 떨어지는 속도는 매우 완만하다. 그러나 2023년에는 물가상승률이 상당 폭 낮아질 전망인데, 그 이유를 다섯 가치 측면에서 찾아볼 수 있다.

그래픽=김현서 kim.hyeonseo12@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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첫째, 수요가 위축되고 있다. 코로나19로 2020년 2분기에는 실제 GDP가 미국 의회가 추정한 잠재 GDP 비해서 10.4%나 밑으로 떨어졌다. 그 이후 정책 당국의 과감한 재정 및 통화정책으로 경기가 빠른 속도로 회복되었고, ‘실제 GDP와 잠재 GDP의 차이’를 보여주는 GDP 갭률이 2021년 4분기에는 플러스 0.5%였다. 그러나 2022년 들어 GDP 갭률이 마이너스로 돌아섰다. 국제통화기금(IMF) 등 주요 기관이 2023년 미국 경제성장률을 1% 안팎으로 전망하고 있다. 미국의 유명한 투자은행인 뱅크오브아메리카(BoA) 등 일부 금융회사들은 미국 경제가 마이너스 성장할것으로 내다보고 있다. 그렇게 되면 GDP 갭률이 마이너스 2% 이상으로 확대된다. 수요 측면에서 물가상승 압력이 사라질 것이라는 얘기다.

둘째, 통화가 적정 수준보다 덜 공급되고 있다. 피셔의 화폐수량설에 따르면 적정 통화증가율은 물가상승률과 실질 GDP 성장률의 합에서 유통속도 변화율을 뺀 것과 같다. 연준은 코로나19에 따른 극심한 경기침체를 극복하기 위해서 통화공급을 크게 늘렸다. 2020년 2분기에서 2021년 1분기 사이에는 실제 광의통화(M2) 증가율이 피셔 방정식에 따른 적정 통화증가율보다 25.7%포인트나 높았다. 그러나 2022년 1분기에는 M2 증가율이 적정 수준보다 낮아졌고 3분기에는 -6.4%포인트로 마이너스 폭이 더 커졌다. 이러한 통화 공급이 소비자물가 상승률에 5분기 정도 선행했다. 연준의 급격한 통화정책의 방향 전환은 물가상승률을 낮출 것이다.

유가·소비·주가 모두 하락 국면

그래픽=김현서 kim.hyeonseo12@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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셋째, 원자재 가격 특히 유가가 하락하고 있다. 2021년 배럴당 67.9달러(연평균)였던 서부텍사스산(WTI) 유가가 2022년 6월에는 120달러를 넘어섰다. 그러나 그 이후 유가가 급락하면서 9월에는 일시적으로 80달러 밑으로 떨어졌다. 2000년 1월에서 2022년 9월 통계로 분석해보면 유가 상승률이 물가상승률에 1개월 선행(상관계수 0.77)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2023년에도 유가는 하향 안정세를 보일 가능성이 높다. 세계 경제가 침체에 빠질 가능성이 높기 때문이다.

넷째, 금리 인상은 시차를 두고 소비와 물가상승률 하락 요인으로 작용했다. 2010년 이후 통계로 분석해보면 금리가 상승했을 때 소비가 감소하는 것으로 나타났고, 그 효과는 1년 후에 가장 컸다. 물가상승률도 금리 인상 이후 3개월 후부터 낮아졌으며, 역시 1년 정도 시차를 두고 그 영향이 가장 크게 나타났다. 2022년 3월부터 연준이 금리를 급격하게 인상하고 있는데, 그 효과가 2023년 초부터 본격적으로 나타날 것이다.

다섯째, 주가 하락은 이미 물가상승률 둔화를 예고해주었다. 2000년 이후 통계분석에 따르면 S&P500 변동률이 소비자물가 상승률에 8개월 정도 선행했다. 주가가 하락하면 소비 중심으로 경기가 나빠지고 뒤따라 물가상승률도 낮아진 것이다. 2021년 3월 전년 동월에 비해 53.7%나 상승했던 S&P500이 2022년 9월에는 16.8% 하락했다.

이제 남은 문제는 물가상승률 둔화 속도이다. 최근 블룸버그 컨센서스(2022년 11월)에 따르면 미국 소비자물가 상승률은 2023년 1분기에 5.9%로 낮아지고, 4분기에는 3.0%로 떨어진다. 물가에 선행하는 주가가 크게 하락하는 것을 보면 그 속도가 더 빨라질 수도 있다.

물가 잡히면 달러 상승세 꺾일 듯

연준은 물가를 잡기 위해 2022년 2월 0.00~0.25%인 연방 기금금리를 11월에는 3.75~4.00%까지 급격하게 인상했다. 특히 2022년 6, 7, 9, 11월 연방공개시장위원회(FOMC)에서 4번에 걸쳐 기준금리를 0.75%씩 인상하는 ‘자이언트 스텝’을 단행했다. 12월 FOMC에서도 금리를 더 올릴 것으로 보이나, 이것으로 이번 금리 인상 사이클이 마무리될 가능성이 크다.

각국 중앙은행이 기준금리를 결정할 때 참고로 하는 지표 가운데 하나가 ‘테일러 준칙’이다. 이는 적정금리 수준을 측정하는 하나의 방법이기도 하다. 여기에는 두 가지 중요한 경제 변수가 들어가 있다. 하나는 실제 GDP와 잠재 GDP의 차이(GDP 갭률)다. 한 나라의 실제 GDP가 잠재 수준을 넘어서서 성장하면 그 나라 경제에 인플레이션 압력이 높아진다. 이 시기에 중앙은행은 기준금리를 인상하게 된다. 다른 하나는 실제 물가상승률과 중앙은행이 통화정책 목표로 내세운 물가상승률의 차이다. 물가상승률 목표치는 보통 소비자물가상승률 기준으로 2%다. 실제 물가상승률이 이를 넘어서면 역시 중앙은행은 금리를 올리게 된다.

앞서 살펴본 다섯 가지 이유로 2023년에는 물가상승률이 크게 낮아질 수 있다. 과거 통계를 보면 테일러 준칙으로 추정한 적정 금리 수준이 낮아질 때, 연준은 금리 인상을 중단했거나 내렸다. 올해 2분기부터 적정 금리 수준은 낮아지고 있다. 빠르면 올해 4분기에 연준의 금리 인상 사이클이 마무리될 전망이다. 달러 가치 상승세도 함께 꺾이게 된다.

김영익 서강대 경제대학원 겸임교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