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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6개월 무이자할부 사라진다”...'돈맥경화'에 카드사 혜택 축소

중앙일보

입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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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래픽=박경민 기자 minn@joongang.co.kr

그래픽=박경민 기자 minn@joongang.co.kr

“디올 공식 홈페이지에서 가방을 사려고 했는데 6개월 무이자 할부가 없어졌어요.”
“현대자동차 12개월 무이자 할부가 3개월로 줄었습니다. 구매 포기해야겠네요.”

카드사와 캐피탈사가 할부 개월 수를 단축하는 등 무이자할부 혜택을 줄이고 있다. 프로모션도 중단하고 있다. 여신전문금융채(여전채) 금리는 치솟고 채권시장이 얼어붙어 자금 조달이 어려워지자 '허리띠 졸라매기'에 나선 것이다.

사라지는 6개월 무이자할부 

7일 중앙일보 취재 결과 주요 카드사들이 이달부터 무이자 할부 혜택을 줄이고 있다. 신한카드는 11월 온라인쇼핑과 손해보험 등에 제공하던 6개월 무이자할부를 3개월로 축소했다. 삼성카드도 지난달까지 아울렛과 백화점, 온라인쇼핑몰 등에 6개월 무이자할부 혜택을 제공했지만 이달 들어 이 기간을 일제히 3개월로 줄였다.

현대카드는 관계사인 현대자동차 구매 시 12개월 무이자 할부 혜택을 제공했는데, 이달부터 이를 3개월로 대폭 줄였다. 한 카드사 관계자는 “업계 1위인 신한카드를 시작으로 할부 축소 움직임이 며칠 사이에 나타나고 있다”며 “다른 카드사들도 이달 안에 무이자 할부 개월 수를 줄일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자동차 할부 금융을 주로 하는 캐피탈사 역시 비슷한 상황이다. 할부 금리를 높이는 등 '디마케팅(고객 구매를 의도적으로 줄이는 마케팅)'에 나서거나, 일부 소형 캐피탈사는 신규영업을 사실상 중단하고 있다.

업계 1위인 현대캐피탈의 48개월 기준 할부 금리는 이달 들어 연 6%로 올랐다. 올 초의 연 2.7%에서 두 배로 금리가 뛴 것이다. 캐스퍼와 소나타, 넥소 등에 적용하던 저금리 프로모션도 지난달 말 종료했다. 이 프로모션을 적용하면 연 2.7% 금리로 차를 살 수 있었다.

발행 안되고 금리는 치솟고, '진퇴양난' 여전업계 

금리 치솟는 여전채 그래픽 이미지. [자료제공=금융투자협회]

금리 치솟는 여전채 그래픽 이미지. [자료제공=금융투자협회]

무이자 할부기간 단축 등 카드사의 혜택 축소는 '궁여지책'이다. 수신기능이 없는 여전업계는 최근 채권시장 경색과 금리 인상 타격을 가장 크게 받고 있다. 은행 등에 비해 상대적으로 높은 금리로 채권을 발행해야 하는 데, 법인 등 수요가 줄며 발행조차 어려운 상황에 처해 있다.

카드사와 캐피탈사 등이 발행하는 기타금융채 순발행액은 지난해 14조8213억원에서 올해는 7조9133억원(지난 4일 기준)으로 반토막이 났다. 여전채 금리(AA-, 3년물 기준)는 올해 초 연 2.634%에서 지난 4일 6.285%까지 뛰었다. 여전채 금리가 6%대에 진입한 건 통계 집계가 시작된 2010년 이래 처음이다.

카드사와 캐피탈사의 혜택 축소는 내년에 더 본격화할 수 있다. 미국이 주도하는 금리 인상이 더욱 길어질 전망이라서다. 한 중견 캐피탈사 대표는 “채권시장안정펀드(채안펀드)가 가동되었다고 하지만 금리 인상이 이어지는 한 (채권) 발행 상황이 나아지더라도 조달 비용(금리)은 상당 기간 계속 높아질 것이고 결국 영업 축소밖에 대응책이 없다”고 말했다.

내년에는 혜택 더 줄어들 수도 

카드사들은 일반적으로 11월 초·중순 다음 해 경영 계획을 수립한다. 최근 여전업계 경영의 최대 화두는 ‘비용절감’이다. 익명을 요청한 카드업계 관계자는 “업권 전반에 ‘보수적으로 가자’는 공감대가 섰다”며 “장기 조달이 어려워지며 자동차 할부 축소에 이어 할인 혜택이나 무이자할부 등 마케팅 비용 축소, 그다음은 현금 서비스와 카드론을 줄이는 순으로 대응한다”고 말했다.

다른 여전업계 관계자도 “2008년 세계금융위기 당시에는 1년 동안 신규 영업을 하지 않고 버텼다”며 “이미 소형사 중심으로 기업금융은 물론 개인금융에서 신규 대출 축소에 나선 곳이 많다”고 말했다.

특히 카드론의 경우 최고금리가 연 20%로 정해져 있어 금리를 올리기 힘든 만큼 연체리스크(위험)가 큰 저신용자에 대한 한도 축소부터 나설 가능성이 크다. 서민들의 ‘급전 창구’인 카드론과 캐피탈 신용 대출 문턱이 더 높아지거나 아예 닫힐 수 있다는 의미다.

무이자 할부 축소와 카드론, 캐피탈 대출이 막히면 가계 소비에도 악영향을 끼칠 수도 있다. 서지용 상명대 경영학과 교수는 “카드사의 신용 판매는 고소득자 소비에서 큰 비중을 차지하고 있어 무이자 할부 축소는 민간 소비에 악영향을 줄 수 있다”며 “카드론이나 현금서비스는 중·저신용자들이 주로 이용하는 만큼 이들 가계 경제가 받을 타격이 우려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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