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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피니언 영상사설

일본 엔화 위기가 한국에 주는 경고

중앙일보

입력

'인구 감소, 혁신 부진' 일본과 유사점 많은 한국

일본 위기 반면교사 삼아 미리 대비해야 

급격한 엔화의 하락세로 일본 경제가 사실상 패닉 상태에 빠졌습니다.
미국 달러화 대비 엔화 환율은 32년 만에 처음으로 150엔을 돌파하는 등 오름세를 이어가고 있습니다.
이 여파로 일본은 올 4~9월 11조엔이라는 역대 최대 무역 적자를 기록했습니다.
한때 미국과 견주던 경제 대국 일본이 어쩌다 이런 위기를 맞게 된 걸까요?
최근 미국은 치솟는 물가를 잡기 위해 네 번 연속 자이언트 스텝을 단행했습니다.
그런데 일본의 금리는 여전히 마이너스를 유지 중입니다.
금리가 높을수록 화폐를 가졌을 때 발생하는 수익이 높기 때문에 미국의 기준금리 인상은 엔화 값 하락을 촉발했습니다.
그러나 일본은 여전히 금리를 올려 환율 급등을 방어할 수 없다는 입장입니다.
일본 경제는 혁신 없이 재정만 쏟아부은 '잃어버린 30년'으로 디플레이션의 덫에 빠졌고 국가 부채 비율은 200%를 넘어섰습니다.
제로 금리를 유지하자니 엔화 약세가 심각하고 금리를 올리자니 부채에 대한 이자가 증가해 국가 부채가 늘어나는 딜레마에 빠진 거죠.
저금리에 중독된 기업들은 현상 유지에 안주하며 성장이 멈춰 좀비 기업으로 전락해버렸습니다.
문제는 한·중·일 통화가 상당히 동조화돼 있기 때문에 엔화 급락은 안 그래도 심각한 원화 약세를 가중할 수 있다는 것입니다.
또한 한국은 일본과 유사한 점이 많습니다.
한국의 저출산·고령화 속도는 세계 최고입니다.
원화 가치는 계속해서 떨어지고 중국은 여러 핵심 산업에서 한국을 빠르게 추격하고 있습니다.
혁신과 구조 개혁에 나서지 않으면 한국도 일본의 전철을 그대로 밟게 될지 모릅니다.
일본 경제가 한국에 보내는 경종을 흘려들어서는 안 됩니다.
중앙일보가 드리는 오늘의 사설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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