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태양광 목표 낮추고 인센티브 줄여…재생에너지 정책 고친다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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업데이트

산업통상자원부가 이전 정부에서 강력하게 추진했던 재생에너지 정책을 수정하는 구체적인 계획을 내놨다. 특히 예산을 크게 늘렸음에도 보조금과 대출금의 부당 지급 사례가 적발된 태양광 발전 분야에 대해선 정책 목표를 낮추고 각종 우대 정책 등을 재검토한다.

3일 산업부는 ‘에너지 환경 변화에 따른 재생에너지 정책 개선방안’을 발표하고 “실현 가능한 재생에너지 확대를 추진하겠다”고 밝혔다. 우선 2030년까지의 재생에너지 발전 비중 목표치를 30%에서 21.6%로 다시 하향하기로 했다. 앞서 문재인 정부는 탄소중립 실현을 위한 국가 온실가스 감축 목표(NDC) 수립 과정에서 2030년까지의 재생에너지 발전 비중 목표를 기존 20%에서 30% 수준으로 끌어올렸다.

경북 영천의 한 마을에 있는 태양광 발전 시설. 중앙포토

경북 영천의 한 마을에 있는 태양광 발전 시설. 중앙포토

현재 태양광에 집중된 재생에너지 발전 비율은 풍력 발전과 함께 균형을 맞춘다. 현재 태양광 대 풍력 발전량 비율은 약 87:13 수준이다. 정부는 이를 2030년 60:40 수준으로 개선할 방침이다. 내년부터는 재생에너지 의무발전제도(RPS·대규모 발전사업자가 의무적으로 조달해야 하는 재생에너지 발전량) 비율을 하향 조정하고, 장기적으로는 RPS의 폐지도 검토한다.

유승훈 서울과기대 창의융합대학장은 “재생에너지 비중 21.6%도 달성하려면 현재의 3배 이상 늘려야 하는 상황이라 쉽지는 않다”라며 “그러나 이전 정부에서 무리하게 10%포인트 높여놓은 것을 현실화하면서도 도전적인 목표를 세운 것”이라고 평가했다. 유 교수는 “태양광은 산으로 가면 산사태 문제, 농지는 식량안보 문제가 있어 지금보다 크게 늘리기가 어렵기 때문에 속도 조절이 불가피하다”고 말했다.

국내 태양광의 약 80%를 차지하는 소규모(1MW 이하) 발전에 유리하게 설계된 재생에너지 공급 인증서(REC) 가중치는 중대형 발전의 경제성을 개선하는 방향으로 개편할 계획이다. 또 현재는 소규모 설비가 높은 가격에 낙찰되도록 입찰 시장이 구분돼 있는데, 앞으로는 입찰 구간을 통합해 설비 규모와 관계없이 비용이 낮은 설비부터 낙찰될 수 있도록 한다.

특히 태양광 협동조합에 지원이 쏠린다는 지적에 따라, 협동조합에 대한 인센티브는 폐지한다. 앞서 정부는 협동조합 등 태양광 사업자에는 경쟁 없이 20년간 고정가 계약 체결을 가능하도록 하는 소형태양광 고정가격계약(한국형 FIT) 사업을 진행했는데, 내년 7월 일몰을 앞두고 제도 연장 여부를 검토한다.

정부의 사업 관리도 강화한다. 앞서 지난 9월 정부는 태양광 발전 업체가 대출금을 실제보다 부풀려 받은 뒤 세금계산서를 축소하거나 재발급받은 위법 사례, 전기 공사업 자격이 없는 업체와 계약을 맺고 대출금을 받아서 자격업체에 하도급을 주는 부당 사례 등을 적발했다.

풍력은 발전사업자 간 경쟁을 촉진하도록 입찰 시장 도입을 확대하고, 중장기적으로 경매제도로의 전환을 검토한다. 해상풍력은 풍황 계측기 허가요건과 사업허가 관리를 오히려 강화하고, 계획입지 개발방식 도입으로 난개발을 막는다.

아울러 정부는 RE100(재생에너지 100%) 가입 기업을 중심으로 ‘RE100 기업 얼라이언스’를 구성해 재생에너지 투자 인센티브를 확대할 계획이다. 또 재생에너지의 전력 계통 부담을 최소화하기 위해 발전사업 허가 시 계통 상황에 대한 심사요건을 강화하고, 주민 수용성을 높이기 위해 주민참여사업제도를 강화한다.

천영길 산업부 에너지산업실장은 “재생에너지는 원자력발전과 함께 탄소중립의 주요 에너지원인 만큼 실현 가능한 수준에서 보급을 지속 확대해 나갈 것”이라며 “기존의 보급 중심의 재생에너지 확대 정책에서 벗어나 비용 효율적으로 보급하고, 국내 산업을 활성화하는 방향으로 체질을 개선하겠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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