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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1㎜ 펜으로 살려낸 서울 ‘영혼의 숲’ [안충기의 펜화서울도감]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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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2면

서울이 이 땅의 수도가 된 지 628년입니다. 서울의 스카이라인, 광장시장의 좌판, 청와대 녹지원, 해방촌…서울의 과거와 현재의 다양한 풍경을 다채로운 뒷이야기와 함께 0.1㎜ 펜화로 그려냅니다.

안충기의 펜화서울도감- 종묘

안충기서울도감

안충기서울도감

종묘는 조선 왕실의 제사 공간이다. 역대 왕과 왕비 신주가 모여 있다. 정전에는 조선 519년을 이어간 왕 중 공덕이 높은 왕 19명과 왕비 30명을 모셨다. 영녕전에는 나머지 6명의 왕과 왕비, 이성계의 선대 등 34위를 모셨다. 조선 27명의 왕 중 둘은 어디에도 없는데, 학정으로 축출당한 연산군과 유배지에서 죽은 광해군이다.

종묘에 들어서면 대개 발걸음이 느려지고 말수가 줄어든다. 묘한 엄숙함이 흐르는 분위기 때문이다. 별생각 없이 들어갔다가도 생각을 하며 나오게 되는 구조다. 설계자의 의도가 잘 먹힌 셈이다. 그 뒤엔 다음과 같은 장치가 숨어 있다.

외대문(정문)을 들어서면 돌을 깔아 만든 세 가닥의 길이 봉긋하게 나 있다. 가운데 길이 양쪽보다 약간 높다. 종묘의 주인인 영혼만 다닐 수 있는 길이다. 오른편 길은 왕, 왼편 길은 세자용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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