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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문기계'에 울던 어르신 웃었다…서울에 뜬 '주황조끼' 정체

중앙일보

입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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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19면

서울시 '찾아가는 디지털안내사' 차상경(사진 가운데)씨가 남대문시장 상인에게 본인인증 과정을 설명해주고 있다. 김민욱 기자

서울시 '찾아가는 디지털안내사' 차상경(사진 가운데)씨가 남대문시장 상인에게 본인인증 과정을 설명해주고 있다. 김민욱 기자

지난 18일 오후 2시쯤 서울 중구 회현역. 주황색 조끼에 모자를 쓴 서울시 ‘찾아가는 디지털 안내사’ 차상경씨가 A씨(67)에게 쇼핑앱 설치·활용법을 차근차근 알려주고 있었다. A씨는 “손이 떨린다”며 잠시 머뭇거렸다. 하지만 이내 화면을 꾹꾹 눌러 앱을 내려받아 구동에 성공했다.

이어 A씨는 이모티콘이나 공공 와이파이 사용법 등 다른 질문을 차 안내사에게 쏟아냈다. 설명을 들은 A씨는 하나라도 놓칠세라 수첩에 적었다. A씨는 “부담없이 물을 수 있어 좋다”고 웃었다. 차 안내사는 “불편한 다리가 나아지신 것 같다”며 안부도 잊지 않았다.

서울시의 디지털 안내사업이 키오스크 등 신문물이 낯선 노인에게 효자 노릇을 톡톡히 하고있다.

디지털 안내사 전국 첫 도입 

31일 서울시에 따르면 지난 7월부터 디지털 안내사 100명을 뽑아 배치했다. 50대 이상이 대부분으로 디지털 직무역량 교육을 거쳐 현장에 투입됐다. 이들은 유동인구가 많은 지하철역과 시장·마트·공원 등 주요거점 50곳을 ‘2인 1조’로 다니며 디지털 기기 활용법 등을 안내한다. 조끼 뒤엔 “디지털 약자와의 동행, 스마트폰 키오스크 물어보세요”라고 쓰여 있다. 디지털 안내사 도입은 자치단체 가운데 서울시가 처음이라고 한다. 단기간이긴하나 일자리 창출면에서도 효과적이다.

서울시는 25개 자치구 123곳에 디지털 배움터도 운영 중이다. 이곳에선 e메일 보내기부터 패스트푸드 매장을 가정한 무인단말기(키오스크) 사용법 등 실전연습이 맞춤형으로 이뤄진다. 키오스크는 매장마다 달라 노인들 사이에서 ‘고문기계’로 불리기도 하는데, 어르신들은 밀착교육을 통해 햄버거나 커피를 주문하는 등 차츰 낯선 기기에 대한 거부감이 사라진다고 했다.

17일 오전 서울 종로구 롯데리아 동묘역점에서 열린 디지털 약자 어르신 키오스크 교육에 참여한 서울재가노인복지협회 소속 어르신들이 키오스크로 음식을 주문하는 과정을 체험하고 있다. 연합뉴스

17일 오전 서울 종로구 롯데리아 동묘역점에서 열린 디지털 약자 어르신 키오스크 교육에 참여한 서울재가노인복지협회 소속 어르신들이 키오스크로 음식을 주문하는 과정을 체험하고 있다. 연합뉴스

'쉬운' 키오스크 개발 돕는다 

서울시는 한국프렌차이즈산업협회 등 14개 기관·기업과 손잡고 고령층이 사용하기 쉬운 키오스크 개발도 돕고 있다. 서울디지털재단 조사에 따르면 서울에 사는 55세 이상 주민 가운데 키오스크를 이용해본 응답자는 45.8%수준이었다. 외면하는 이유엔 ‘뒷사람 눈치가 보여서’도 있었다. 이에 서울시는 ‘천천히해도 괜찮아요’ 캠페인을 시작했다. 코로나19 사태를 겪으며 비대면 사회가 빠르게 온만큼 디지털 약자에 대한 배려도 필요하다는 취지다.

이혜경 서울시 디지털정책관은 “디지털 약자가 소외되지 않도록 서울 전역에서 맞춤형 교육을 실시할 것”이라며 “시민들께서도 디지털 약자에 대한 배려문화에 적극 동참해 주길 바란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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