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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르포] “조지아가 위험하다” 인기 없는 바이든 대신 오바마 출격

중앙일보

입력

버락 오바마 전 대통령이 28일(현지시간) 조지아주 애틀랜타에서 민주당 후보를 위한 지지 연설을 하고 있다. 로이터=연합뉴스

버락 오바마 전 대통령이 28일(현지시간) 조지아주 애틀랜타에서 민주당 후보를 위한 지지 연설을 하고 있다. 로이터=연합뉴스

"그는 정치인이 되고 싶은 셀러브리티일 뿐입니다. 그 결과를 우리가 봤지 않습니까."

美 중간선거 D-8, 최대 승부처 조지아주

지난 28일(현지시간) 미국 조지아주 애틀랜타에 있는 '조지아 인터내셔널 컨벤션센터'. 버락 오바마 전 대통령이 이렇게 외치자 박수와 함성이 행사장을 가득 메웠다.

오바마 전 대통령이 지목한 '그'는 공화당 상원의원 후보 헐셔 워커(60)다. 스타 미식축구 선수에서 사업가로 변신했다가 정치에 도전하는 인물. 도널드 트럼프 전 대통령의 전폭적인 지지를 받는 워커 후보는 최근 상승세를 타고 있다.

워커 후보와 민주당 소속 현직인 라파엘 워녹(53) 상원의원이 접전 양상을 보이자 민주당은 '희망의 상징'인 오바마 전 대통령을 긴급 투입했다. 상원에서 조지아주를 잃으면 민주당에는 치명타가 될 수 있어서다.

조지아주는 오는 11월 8일 중간선거 결과를 결정지을 수 있는 최대 승부처 중 한 곳으로 꼽힌다. 민주당이 상원 다수당 지위를 유지할 수 있을지가 이곳에서 결정될 수도 있기 때문이다.

이날 발표된 '인사이더 어드밴티지/폭스 5' 여론조사에 따르면 워커 후보가 48% 지지율을 얻어 45%를 얻은 워녹 상원의원을 앞서고 있다. 제3 후보 체이스 올리버가 2%를 얻었고, '모르겠다'라거나 '아직 결정하지 못했다'는 응답이 2%로 나타났다. (투표 의향 있는 유권자 550명 대상, 오차범위 4.2%)

오바마 전 대통령은 "인플레이션은 고통스럽다"고 인정하면서 "누가 이 문제를 해결할 것인가'라고 반문했다. 유권자들이 조 바이든 행정부에 가진 가장 큰 불만인 인플레이션을 거론하면서 문제 해결의 적임자 역시 민주당이라고 주장했다.

또 낙태 금지 입법화를 주장하는 워커 후보가 과거 애인에게 낙태를 강요하고 비용까지 지불했으며 혼외자가 있다는 여성 측 주장을 언급했다.

오바마 전 대통령은 "가족 문제는 가족끼리 논의할 사안이지만 (워커 후보의) 문제는 진실을 말하지 않는 습관이 있다는 것"이라고 비판했다.

버락 오바마 전 대통령이 28일 조지아주 애틀랜타에서 민주당 후보 지지 연설을 한 뒤 유권자들과 악수하고 있다. 로이터=연합뉴스

버락 오바마 전 대통령이 28일 조지아주 애틀랜타에서 민주당 후보 지지 연설을 한 뒤 유권자들과 악수하고 있다. 로이터=연합뉴스

이날 오바마 전 대통령이 행사장에 모인 7000명(소방당국 추산) 조지아 주민에게 전하고자 한 핵심 메시지는 2020년 대통령 선거에서 미국의 향방을 결정했듯이 이번에도 조지아가 변화를 일으킬 수 있다면서 "나가서 투표하라"는 것이었다.

조지아주는 2020년 대선에서 0.23%포인트 차이로 민주당에 승리를 안겨 바이든이 트럼프를 꺾고 미국 대통령이 되는 데 결정적 역할을 했다. 오바마 전 대통령은 "포기하는 것은 선택사항이 아니라는 것을 말해주기 위해 왔다. 절망은 선택사항이 아니다"라고 외쳤다.

민주당 후보들에게 힘을 불어넣어 줄 수 있는 이 날 오바마 전 대통령 지원 유세는 부동층 표를 끌어오기보다는 당원들이 투표장에 가도록 격려하는 데 초점이 있는 듯했다.

유세에 참여한 10여명과 대화를 나눴는데 전원 민주당원이었다. 무당파(independent) 유권자를 찾기는 어려웠다. 캘리포니아주에서 조지아주로 이사 왔다는 에밀리(32)는 "오바마 연설을 들으러 왔다"면서 "워녹 상원의원과 에이브럼스 주지사 후보 등 모든 민주당 후보에게 투표할 것"이라고 말했다.

민주당이 오바마 전 대통령에게 손을 내밀어야 할 정도로 이 지역에서 바이든 대통령 인기는 저조하다. 익명을 원한 60대 아시아계 미국인 여성 민주당원은 "인플레이션 때문에 많은 사람이 고통받고 있다. 이런 상황에선 집권 정부를 탓하게 돼 있다"면서 "바이든 대통령은 여기 올 생각을 하지 못할 것"이라고 말했다.

조지아주가 위험하다는 인식은 전날 척 슈머 민주당 상원 원내 대표가 뉴욕주 공항 활주로에서 바이든 대통령을 맞이하면서 속삭인 비공개 대화가 방송 마이크를 타고 전파되면서 수면 위로 드러났다.

슈머 원내 대표는 상원 선거 동향을 전하면서 "우리가 내리막길을 걷고 있는 주는 조지아"라면서 "그들이 허셜 워커를 선택할 것이라는 게 믿기 어렵다"고 말했다.

주지사 선거는 공화당 소속 브라이언 켐프 주지사가 민주당의 스테이시 에이브럼스 후보를 9%포인트 차이로 앞서고 있다. 폭스 5/인사이더 어드밴티지 조사에서 켐프 주지사 52%, 에이브럼스 43%로 나타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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