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의료진 “갔을 때 이미 시신 50~60구” “심폐소생술 골든타임 놓친 듯”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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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4면

“처음에 갔을 때 누워 있는 시신을 보고 너무 놀랐습니다.”

30일 0시29분 이태원 참사 현장을 목격한 이시진 고려대 안암병원 응급의학과 교수는 당시의 참혹한 심경을 이렇게 전했다. 그의 눈앞에 이미 시신 50~60구가 있었다고 한다.

그가 현장에 출동한 것은 병원 내 권역응급의료센터로부터 재난의료지원팀(DMAT) 출동 요청이 들어왔기 때문이다. 이 교수는 “(보건소에서) 초기대응팀이 출발했고 그쪽에서 보기에 감당이 안 될 것 같다고 하면 권역응급센터 쪽에 연락해 DMAT에 출동 요청을 준다”고 당시의 급박했던 상황을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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권역응급센터를 보유한 재난거점병원에는 의사·간호사·응급구조사 등 3~4명이 한 팀으로 구성된 ‘DMAT’가 꾸려져 있다. 이들은 재난 등이 발생했을 때 출동할 수 있도록 24시간 대기한다. 서울·경기 지역에는 총 14개 재난거점병원이 있다. 이날 복지부는 이태원 참사로 인해 14개 병원에서 15개 DMAT가 출동했다고 밝혔다.

현장에 도착한 이 교수 팀은 사망 추정 피해자와 부상자를 상태에 따라 분류했다고 한다. 중증도에 맞는 처치를 하고 병원에 이송될 수 있도록 조율하면서 이날 시신과 환자를 병원으로 이송했다. 사고 현장에서 가장 가까운 순천향서울병원에 이날 새벽 79구의 시신이 이송됐다고 한다.

의료진 도착 시점에도 수만 명의 인파가 있어 현장 진입이 쉽지 않았다고 한다. 현장에 DMAT를 파견한 서울의료원 측 관계자는 “(병원이 사고 현장에서) 거리가 있는 탓에 요청받고 바로 출발해 새벽 1시 정도에 도착했고, 그때는 간단한 외상 환자들이 있는 상황이었다”면서 “그런데도 교통 상황이 안 좋고, 도저히 구급차가 들어갈 상황이 못 돼 의료진이 장비를 모두 챙겨 걸어 들어갔다”고 말했다.

이 교수는 “사망 원인을 일괄적으로 단정할 수는 없지만, 외상성 질식사를 주요 원인으로 가정한다면 심폐소생술(CPR)이 매우 중요하다. 그런데, 좁은 골목에 끼여 있고 눌려 있어서 구출도, CPR 제공도 늦어지면서 안타깝게도 골든타임을 놓치지 않았나 하는 생각이 들었다”고 말했다. 사람이 숨을 쉬려면 가슴(흉곽)이 오르락내리락하면서 숨을 내쉬고 들이쉬는 작용이 필요한데, 가슴이 강하게 눌린 상황에서는 정상적인 호흡이 어려워 질식이 발생할 수 있다. 이 교수에 따르면, 심정지가 발생했을 때 자발 순환(다시 정상적으로 심장이 뛰는 상황) 회복 여부는 ‘얼마나 빨리 CPR을 제공하는가’에 달려 있는데 일반적으로 5~6분 이내에 심폐소생술을 제공해야 뇌가 비가역적 손상을 피할 수 있다고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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