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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실버버튼 언박싱해요”…이재명 저격 유튜버로 변신한 윤희숙

중앙일보

입력

윤희숙 의원. 김경록 기자

윤희숙 의원. 김경록 기자

강원도에서 시작된 불씨가 정치권으로 옮겨붙고 있다. 지난달 28일 김진태 강원도지사가 레고랜드 사업 주체인 강원중도개발공사(GJC)에 대해 기업회생을 신청하면서 벌어진, 이른바 ‘레고랜드 사태’ 얘기다. 지방정부가 담보한 빚도 떼일 수 있는 상황이 닥치자 시장은 혼란에 빠졌다. 정부와 여당은 당·정 협의를 통해 50조원 규모의 유동성 추가 공급 대책을 내놨지만 불안은 사그라지지 않는 분위기다. 더불어민주당이 “무능·무책임·무대책, 3무(無) 정권의 모습을 보였다”(이재명 대표)며 정부·여당을 향한 책임론까지 들고나오자 사태는 일파만파로 번지고 있다.

이처럼 경제 문제가 ‘뜨거운 감자’로 떠오를 때마다 정치권에선 “전문가 한 명 한 명이 아쉽다”는 말이 나온다. 한국개발연구원(KDI) 교수 출신의 윤희숙 전 국회의원도 여권에서 언급되는 ‘아쉬운 인재’ 중 하나다. 2020년 “나는 임차인입니다”로 시작하는 국회 연설문으로 민주당의 임대차 3법에 반대하며 주목받았던 그는 지난해 부친의 농지법 위반 의혹이 불거지며 의원직을 내려놨다. 하지만 경제 전문가로서 쓴소리를 마다치 않는 그의 입심은 여전하다.

최근엔 민주당과 이재명 대표의 경제 정책을 강하게 비판하며 여당 지원 사격에 열을 올리고 있다. 지난 9월28일 이 대표의 국회 첫 교섭단체 대표 연설에 대해 “비상시국에 사방팔방 돈 뿌리자는 말만 가득했다”고 비판하거나, 레고랜드 사태의 단초를 제공한 김진태 도지사를 수사해야 한다는 이 대표 주장에 성남시 모라토리엄 사태를 언급하며 “5000만이 김진태 욕해도 ‘배 째라’ 원조 이재명 대표는 입 다물어야 한다”고 한 일 등이 대표적이다.

윤희숙tv 채널 메인화면 캡처.

윤희숙tv 채널 메인화면 캡처.

그런 윤 전 의원에게 또 다른 이력이 생겼다. 유튜브 영상을 만들고 제작하는 콘텐츠 크리에이터다. 그는 국회 생활을 접은 후 자원봉사자 2명과 함께 유튜브 채널 ‘윤희숙TV’를 운영하고 있다. 윤희숙TV엔 이 대표가 연루된 정치자금법 수사에 대한 내용을 쉽게 풀어 설명하거나 민주당이 추진하는 양곡관리법·노동조합법 개정안 등을 비판하는 영상물이 매주 업데이트 되고 있다.

지난 17일 업로드 된 ‘이재명의 안보 포퓰리즘 장사’라는 제목의 영상은 조회수가 6만4000회, 24일 올린 ‘이재명의 금전본색, 민주당도 부수나?’ 영상은 4만7000회에 달했다. 해당 채널은 구독자 수도 21만명이 넘는다. 덕분에 지난 9월엔 구독자 10만명을 넘긴 유튜버에게 주는 ‘실버버튼’ 박스를 받기도 했다.

윤 전 의원은 유튜브 채널 운영의 의의를 묻는 중앙일보에 “극단으로 갈린 국민들의 여론을 담는 일종의 공론장이 됐으면 한다”고 설명했다. 그는 “정치나 경제 관련 콘텐츠 외에도 장애인, 편의점 점주 등 다양한 국민들을 만나서 인터뷰하는 콘텐츠도 매주 한 번 씩 업로드 하고 있는데 여기에 달리는 댓글 내용을 보면 상당히 상식적이고 생산적이더라”며 “이런 논의를 할 수 없는 사회적 분위기가 안타까우면서도 내가 만든 유튜브 채널에서는 가능하지 않을까 하는 희망을 동시에 보고 있다”고 말했다.

이재명 대표 비판에 열 올리는 이유에 대해선 “부동산 의혹이 불거졌을 때 당에 폐를 끼치지 않기 위해 물러났던 나만이 이 대표를 욕할 수 있다”고 했다. 그는 “한 사람의 ‘사법 리스크’로 인해 당과 국가가 위기에 빠졌다. 민주당은 내년도 예산안을 통과시켜 주지 않을 것이고 국가 운영은 마비가 될 것”이라면서 “이럴 땐 이 대표가 스스로 물러나야 한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전당대회 출마 등 정치권 복귀를 준비 중이냐는 물음에는 “내 맘대로 되는 것이 아니다. 당원들의 마음에 달려있다”고 답했다. 이어 “정치하는 사람이면 언젠가는 다시 복귀를 준비하겠지만, 나는 지금 하는 일도 의미있다고 생각하고 있다”며 여지를 남겼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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