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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漢字의 비밀] 단풍의 계절

중앙선데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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811호 31면

한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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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후 변화로 봄, 가을이 짧아지고 있지만 올해도 자연은 어김없이 우리에게 단풍이라는 아름다운 선물을 준다. 전국이 울긋불긋 단풍으로 물들며 가을에 깊이 잠기고 있다.

‘단풍(丹楓)’을 뜻하는 한자는 ‘丹(붉은 단)’과 ‘楓(단풍나무 풍)’을 더한 것으로 붉은 단풍나무라는 뜻이다.

‘丹(붉은 단)’은 중국 최초의 문자 갑골문에서 井(우물 정)에 가운뎃점을 더한 형상이다. 여기에서 井(우물 정)은 광산의 구덩이를 나타내고, 가운데 점은 진한 붉은색을 띤 광석인 단사(丹砂)를 나타낸 것이다. 즉, ‘丹(붉은 단)’은 단사를 캐던 구덩이를 뜻했고, 이로부터 단사와 같이 ‘붉다’는 뜻을 갖게 된 것이다.

여기에서 다시 ‘단단함’의 특성을 바탕으로 의미가 확장되어 ‘정성스러운 마음’ ‘변하지 않는 마음’이라는 뜻을 나타내기도 한다. 일편단심(一片丹心)은 한 조각의 붉은 마음이라는 뜻으로, 진심에서 우러나오는 변하지 않는 마음을 나타낸다.

‘楓(단풍나무 풍)’은 뜻을 나타내는 木(나무 목)과 소리를 나타내는 風(바람 풍)이 합쳐진 형성자로 가을바람에 잎이 빨갛게 변하는 나무라는 뜻을 담고 있다. 혹자는 잠자리 날개처럼 생긴 단풍나무 열매가 바람을 타고 멀리 날아가는 것을 나타낸다고 말하기도 한다.

이처럼 ‘丹(붉은 단)’과 ‘楓(단풍나무 풍)’을 합쳐 잎이 곱게 물드는 자연현상을 ‘단풍’이라고 불렀다.

한편, 현대 중국어와 일본어에서 단풍을 나타내는 단어는 모두 紅(붉을 홍)과 葉(잎 엽)을 더해 붉은 잎이라는 뜻으로 각각 ‘红叶(hongye, 紅葉의 간화자)’ ‘紅葉(모미지)’라고 표현한다. 즉, 한·중·일 세 나라에서 붉은색에 대한 인식은 같으나 우리나라에서는 丹(붉은 단)자를, 중국과 일본에서는 紅(붉을 홍)자를 사용한다는 차이가 있다. 흥미로운 점은 우리나라는 楓(단풍나무 풍)자의 사용에서 알 수 있듯이 나무 전체를 반영하여 ‘단풍’이라고 명명한 반면, 중국과 일본에서는 붉은 잎의 특성을 반영하여 ‘紅葉’이라고 표현하고 있다.

우리 속담에 ‘단풍도 떨어질 때에 떨어진다’는 말이 있다. 이는 무슨 일이든 알맞은 때가 있음을 나타내는 말이다. 혹시 제때에 하지 못해 후회되는 일이 있다면, 혹은 제때를 만나지 못해 몸과 마음이 지쳤다면, 잠시라도 가을의 선물, 아름다운 단풍을 바라보며 위안을 얻으시기를 바란다.

이선희 경성대 한국한자연구소 HK연구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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