참신한 개성 보여라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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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15면

신춘문예 계절이다. 중앙 및 지방 일간지의 새해 새 지면을 장식하며 화려하게 문인으로 데뷔할 사람은 줄잡아 1백여 명. 이를 위해 전국 10만여 문학지망생들이 원고지 앞에서 씨름하고 있을 때다.
근래 들어 문학이 생활화 돼 가며 문학인구가 폭발적으로 늘어갈수록 신춘문예에 대한 매력은 더해 가고 있다. 자신의 역량을 열려진 장에서 시험할 수 있는 기회를 신춘문예가 제공하기 때문이다. 신춘문예 마감을 한달 가량 앞두고 원고를 추스르고 있을 응모자들을 위해 신춘문예의 특성과 용모 요령을 알아본다.
문단의 관문을 통과하는 절차로는 문예지의 추천 혹은 신인상이나 일간지의 신춘문예를 꼽을 수 있다. 또 근래 들어 출판시장의 확대에 힘입어 이러한 절차를 무시, 성급하게 작품집을 스스로 출간하거나 동인지를 내 직접 독자와 만나는 경우도 있다.
80년대 문단은 정치적 상황 때문에 사회학적 상상력우위의 시대였다. 문학성·예술성보다는 주제나 소재에 편향된 감이 없지 않았다.
그러나 90년대 들면서 문단은 전망부재에 빠졌다.
새롭게 뭔가를 모색하는 단계로 접어든 것이다. 때문에 올 신춘문예는 어느 때보다 응모자의. 개성이 존중될 것 같다. 전망부재의 문단에 활로를 틀 수 있는 참신한 개성이 바야흐로 당락의 관건이 될 것이다.
단편소설은 200자 원고지70∼80장이라는 분량 때문에 작품의 질을 비교적 쉽게 가릴 수 있다. 문장이나 구성의 허점이 쉽게 눈에 뛸 수 있다는 이야기다. 작년「중앙신춘문예」에서는 2백50여 편의 응모 단편 중 20편이 예심을 통과했다.
초반 20장 정도에서 대부분 예심 당락이 결정된다. 때문에 도입부에서 만만찮은 역량을 내보여야 한다. 최종심에서는 작품에 얼마나 치열한 작가정신이 드러나 있나 에 초점이 모아진다.
시는 9천여 편이 응모, 1백여 편이 예심을 통과했다. 언제부터인가 신춘문예 시는 길어야 당선된다고 알려진 것 같은데 그렇지만은 않다. 짧은 시라도 작품이 고른 수준을 유지, 시인으로서의 역량을 드러낼 수 있을 땐 당선에 더 유리할 수 있다.
시조는 시조 단이 시조의 현대화에 노력하고 있는 만큼 음풍농월보다는 시대를 담을 수 있는 작품이 유리하며, 희곡에서는 먼저 희곡의 원론에 충실해야 된다.
평론은 문학 원론·작품론보다 작가론이 당선에 유리하며 현재 문단에서 비중 있게 활동하고 있는 작가를 대상으로 선정하는 것이 바람직하다. <이경철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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