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美 3분기 성장률 2.6% 반등에도…"속지마라, 침체 신호탄" 왜

중앙일보

입력

업데이트

미국 로스엔젤레스의 그랜드 센트럴 마켓의 한 음식 가게에서 손님이 돈을 내고 있는 모습. [AP=연합뉴스]

미국 로스엔젤레스의 그랜드 센트럴 마켓의 한 음식 가게에서 손님이 돈을 내고 있는 모습. [AP=연합뉴스]

3분기 미국 경제가 2.6% 성장하며 반등에 성공했다. 지난 1분기와 2분기 마이너스 성장을 기록하다 플러스로 돌아선 것이다. 하지만 시장은 경기 회복은 커녕 경기 침체의 신호탄이라는 반응이다. 실제 분위기와 달리 수치적으로 개선된 것에 불과하다는 의미다.

27일(현지시간) 미 상무부는 3분기 미국 국내총생산(GDP) 증가율(전분기 대비 연율)이 2.6%라고 발표했다. 블룸버그가 예상한 전망치(2.4%)를 웃도는 수치다. 올해 들어 첫 플러스 성장을 기록하며 미국은 ‘기술적 경기침체’(2개 분기 연속 마이너스 성장률) 상태에서 빠져나오게 됐다. 미국은 지난 1분기(-1.6%)와 2분기(-0.6%) 모두 역성장했다.

상무부는 “수출과 소비자 지출, 비주거 고정투자 증가 등이 플러스 전환의 원동력이 됐다”고 밝혔다.

그래픽=김주원 기자 zoom@joongang.co.kr

그래픽=김주원 기자 zoom@joongang.co.kr

“개선된 수치가 오히려 경기 침체 은폐”

반등에 성공했지만 시장은 ‘숫자에 속으면 안 된다’는 반응이다. 줄곧 역성장하던 미국 경제가 3분기 들어 반등한 것은 마이너스 성장을 기록한 전분기의 기저효과 영향이라는 것이다. 채현기 케이프투자증권 연구원은 “2.6%라는 수치는 기저 효과에 따른 플러스라고 봐야 한다”고 말했다.

월스트리트저널(WSJ)은 “3분기 GDP 수치는 금리 인상과 높아진 인플레이션(물가 상승), 주식 및 주택 가격 하락의 한가운데에서 지속하고 있는 경기 침체를 은폐할 수 있다”고 지적했다. CNN도 "경제학자들은 (이번 반등이) 둔화세에 접어든 미국 경제 상황을 과장하는 ‘원 히트 원더(one-hit-wonder·일회성 성공)’일 수 있다고 경고하고 있다”고 보도했다.

경기 침체를 드러내는 결정적인 시그널은 미국 GDP의 70%에 달할 정도로 큰 비중을 차지하는 소비의 둔화세다. 미국의 지난 1·2분기 소비는 성장률이 뒷걸음질하는 와중에도 각각 1.3%, 2.0% 상승했다. 하지만 3분기엔 1.4%로 둔화했다.

그래픽=김주원 기자 zoom@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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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비 지출이 줄어든 것은 장기간 인플레로 가계 소비심리가 크게 위축됐기 때문이다. 미 상무부에 따르면 9월 소매 판매는 전월과 동일하게 나타나면서 0.3% 증가할 것이라는 전문가 전망치를 하회했다. 미국 경제조사기관 콘퍼런스보드가 발표한 10월 소비자신뢰지수(102.5)도 전달보다 5.3포인트 줄었다.

소비 감소는 자연스럽게 수입 감소로 이어졌다. 미국의 수입은 1분기(18.4%)와 2분기(2.2%) 모두 증가했지만, 3분기엔 6.9% 감소했다. 수입 비용의 감소로 무역수지 적자 폭이 축소되면서 GDP 증가를 이끌었다. CNN은 “수입과 수출의 차이가 줄며 GDP가 상승한 것으로 보인다”면서 “이 같은 무역수지의 재조정이 종종 경제가 성장한 것처럼 거짓으로 보이게 할 수 있다”고 설명했다.

최근 발표된 다른 경제 지표에서는 경기 침체가 감지된다. 지난 26일 미 모기지은행협회(MBA)에 따르면 30년 만기 주택담보대출(모기지) 금리는 최근 7.16%를 기록하면서 2001년 이후 최고치를 기록했다. 구글 알파벳과 마이크로소프트(MS) 등 빅테크도 3분기 ‘어닝 쇼크’를 기록하며 주가가 급락했다.

잇단 경기 침체 신호에 Fed ‘긴축 완화’ 만지작

고민스러운 제롬 파월 Fed 의장. 블룸버그

고민스러운 제롬 파월 Fed 의장. 블룸버그

3분기 성장률 반등에도 경기 침체 신호가 나타나며 미 연방준비제도(Fed)가 긴축의 속도 조절에 나설 것이란 예상도 나온다. 다음 달 1~2일(현지시간) 열리는 연방공개시장위원회(FOMC)에서는 기준금리를 0.75%포인트 인상(자이언트 스텝)하겠지만 12월 FOMC에선 0.5%포인트 인상(빅스텝)하며 감속에 나설 수 있다는 것이다.

채현기 연구원은 “다음 달 발표되는 10월 미 소비자물가지수(CPI)까지 개선되면 Fed도 긴축 완화를 고려할 것”이라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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