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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피니언 기고

북핵 대응 ‘미사일 1만발’ 확보 어떤가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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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28면

남세규 전 국방과학연구소장

남세규 전 국방과학연구소장

북한이 최근 저수지에서 발사한 잠수함발사탄도미사일(SLBM)은 수많은 도발 중에서 핵실험 다음으로 심각한 실제적 위협으로 보인다. 잠수함 없이도 수중에서 은밀하게 탄도미사일을 발사할 수 있게 됐다고 보기 때문이다. 북한은 2017년 6차 수폭 실험과 화성-15 대륙간탄도미사일(ICBM) 발사 이후 비핵화하겠다고 기만하며 협상장에 나와서 결국 시간만 벌었다. 설마 동족에게 사용할 핵무기는 아닐 것이라는 순진한 주장도 있었다.

하지만 지난 9월 북한은 비핵 공격이 임박해도 핵을 사용하겠다고 ‘핵 무력 정책법’에 명시했다. 이른바 핵 선제 사용 법제화였다. 북한은 지난 5년간 한반도 평화를 외치면서 한국을 겨냥한 핵미사일 개발에 몰두한 것이 분명하다. 고체 추진 탄도미사일에 집중해 회피기동과 정확도 기술을 개발하고 발사대를 다변화했다. 특히 저수지에 만든 수중발사장은 발사 징후 포착이 어려워 우리 측의 선제타격이 가능할지 우려된다. 아마도 북한 전략군은 한국의 선제타격 체계인 킬 체인(kill chain)을 회피할 창의적 수단을 찾았다고 자부할 것이다.

북한 곧 7차 핵실험 강행할 우려
압도적 첨단 비핵전력 구축 필요
미사일 전략사령부 창설 시급해

전문가적 관점에서 조만간 예상되는 7차 핵실험은 전략적 함의와 달리 기술적 의미는 특별해 보이지 않는다. 북한은 이미 여섯 차례 핵실험에서 위력을 검증했고, 소형화한 핵탄두 사진도 공개했다. 또 다른 핵무기를 실험하더라도 그것에 맞는 창과 방패를 제대로 마련하면 북핵을 억제할 수 있다.

한·미 동맹을 통한 북핵 도발 대책은 북한이 핵을 사용하지 못하도록 미국이 핵으로 한국을 보호하는 확장억제가 핵심이다. 사실 미국은 북한의 핵미사일로부터 본토를 방어할 수 있으나 북한이 먼저 도발하면 북한의 핵무기는 미국의 핵 공격에서 살아남기 어렵다. 따라서 한국 정부가 확장억제를 구체화하는 것은 지극히 현명한 대책이다. 미군의 항공모함이나 핵잠수함의 전개 훈련과 한국 기항도 확장억제의 신뢰성을 높이는 효과가 크다.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의 핵 단추 억제에는 도널드 트럼프 전 대통령이 말한 미국의 ‘더 큰 핵 단추’만 한 것이 없다.

물론 독재자가 대량살상의 도박을 마다치 않는다면 아무리 핵으로 대비하더라도 상호확증파괴(MAD)에 기반을 둔 공포의 핵 균형은 취약해진다. 만약 억제가 실패할 경우 확장억제력의 실행 전까지 초기 대응은 미국과 협력하며 한국이 북핵 거부를 주도해야 한다. 현실적으로 북핵 거부에는 한국형 3축 체계가 가장 유효하다. 우선 킬 체인은 북한의 핵미사일을 선제타격으로 무력화하거나 발사원점을 타격해 2차 공격을 예방할 수 있다. 북한 핵 기지의 갱도와 미사일 열차의 터널을 봉쇄하고, 댐을 파괴해 저수지 수중발사장을 못 쓰게 하는 방법도 있다.

한국형 미사일방어체계(KAMD)는 킬 체인의 감시·정찰 능력과 통합해 인공지능(AI)으로 핵 탑재 탄도미사일을 식별하고 집중적인 다층방어로 대부분 요격할 수 있어야 한다. 북한이 미사일을 섞어 쏘더라도 충분히 방어하도록 레이더와 요격미사일을 더욱 첨단화할 필요가 있다. 이런 측면에서 미사일 방어와 공격을 통합하는 전략사령부 창설은 대단히 시급하다. 기술혁신 추세를 보면 10년 후에는 레이저나 상승단계요격 무기로 북한의 핵미사일을 북한 땅에서 파괴할 가능성이 크다.

끝으로 북한의 핵이 우리 땅에 떨어진다면 북핵 지휘부와 핵미사일 부대를 반드시 소멸시켜야 한다. 확장억제력 실행에 걸림돌이 될 방공망과 지휘통신망도 함께 제거해야 한다. 지난 국군의 날에 윤석열 대통령이 천명한 ‘압도적인 대응’에는 세계 최대 중량의 탄두를 탑재한 고위력 현무 미사일도 있다. 물론 이것만으로는 충분하지 않다. 압도적 대응은 그러한 미사일을 일거에 수백 발씩 발사해 핵무기에 버금가는 충격과 공포를 줄 수 있는 대량응징 능력을 확보해야 가능하다. 한국은 전술지대지미사일 연속발사로 탄도미사일을 일제 사격하는 기술을 보였다.

북한이 다시 핵실험을 강행한다면 한국형 3축 체계를 구축하고 업그레이드에 박차를 가해야 한다. 킬 체인, 미사일 방어와 대량응징 능력을 신장시켜 북한 스스로 핵무기 효용성에 의문을 갖도록 10년 안에 강력하고 정교해진 미사일 1만 발을 확보하길 제안한다. 율곡 이이가 제기했다는 ‘십만 양병설’처럼 ‘미사일 일만양탄설(一萬養彈說)’을 주장하는 것이다.

핵 개발 비용과 경제적 손실보다 적은 예산으로, 그것도 10년 할부로 북핵을 거부할 방법이 이것이다. 또다시 북한의 핵실험 도발 우려가 커지는 지금이야말로 우리가 할 수 있는 압도적인 첨단 비핵전력의 구축부터 우선 고려하는 것이 맞는 방향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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남세규 전 국방과학연구소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