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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국 당대회 폐막 하루 뒤, 북한 NLL 넘고 방사포 10발 쐈다

중앙일보

입력

지면보기

종합 10면

이종섭 국방부 장관(왼쪽 셋째)이 24일 국회에서 열린 국방위원회 국정감사가 중지되자 국감장을 나서고 있다. 합참은 이날 새벽 서해 북방한계선(NLL)을 침범한 북한 화물선 1척이 군의 경고사격으로 퇴각했고, 이후 북한군이 NLL 이북 해상완충구역에 포사격을 했다고 밝혔다. [뉴스1]

이종섭 국방부 장관(왼쪽 셋째)이 24일 국회에서 열린 국방위원회 국정감사가 중지되자 국감장을 나서고 있다. 합참은 이날 새벽 서해 북방한계선(NLL)을 침범한 북한 화물선 1척이 군의 경고사격으로 퇴각했고, 이후 북한군이 NLL 이북 해상완충구역에 포사격을 했다고 밝혔다. [뉴스1]

북한이 24일 새벽 화물선으로 서해 북방한계선(NLL)을 침범했다. 해군 호위함이 기관총으로 20발을 경고 사격한 뒤에야 화물선은 물러났지만, 북한은 이를 빌미로 ‘9·19 남북 군사합의’에서 설정한 해상완충구역에 방사포(다연장로켓의 북한식 표현) 10발을 쐈다.

북한 선박의 NLL 침범은 윤석열 정부 들어서 처음으로, 북한은 시진핑 국가주석의 3연임이 확정된 중국 공산당 제20차 전국대표대회가 폐막 후 하루 만에 도발을 재개한 것이다. 특히, 이번에 NLL을 넘은 선박은 북한이 지난 1991년 ‘스커드-C형’ 단거리 탄도미사일을 싣고 시리아로 가던 중 미 정보당국에 적발됐던 화물선으로 파악됐다. 북한군이 위장선을 이용해 NLL을 침범한 ‘의도된 도발’이란 해석이 나온다.

합동참모본부에 따르면 화물선 1척이 NLL을 넘은 건 24일 오전 3시 42분쯤이다. ‘무포호’로 식별된 이 선박은 백령도 서북방 약 27㎞ 떨어진 곳에서 월선해 NLL 이남 3.3㎞ 해역까지 들어왔다. 군 관계자는 “(무포호가) NLL을 침범하기 전부터 추적하고 있었다”며 “20여 회에 걸쳐 경고 방송을 했지만 계속 남하했고, M60 기관총으로 10발씩 총 20발의 경고 사격을 한 뒤에야 오전 4시 20분쯤 북상했다”고 말했다. 이 관계자는 “우리 함정과 선박 간 거리가 1㎞ 이내로 근접하는 등 긴박한 상황이었다”고 전했다. 약 38분간 NLL을 침범했던 무포호는 뒤쫓는 해군 함정에 “접근하지 말라”며 적반하장식 태도까지 보였다고 한다.

북한군은 무포호가 돌아가고 1시간여 뒤 포사격에 나섰다. 이날 오전 5시 14분쯤 백령도에서 15㎞ 정도 떨어진 황해남도 장산곶 일대에서 NLL 이북 해상완충구역에 방사포 10발을 쏜 것이다.

그래픽=차준홍 기자 cha.junhong@joongang.co.kr

그래픽=차준홍 기자 cha.junhong@joongang.co.kr

그러면서 최근 포사격 때처럼 해군의 경고 사격을 빌미로 삼았다. 북한 인민군 총참모부는 이날 아침 대변인 명의로 “최근에 지상 전선에서의 포사격 도발과 확성기 도발에 이어 해상 침범 도발까지 감행하고 있는 적들에게 다시 한번 엄중히 경고한다”고 주장했다. 이와 관련, 군 관계자는 “군은 대북 확성기를 현재 운영하지 않는다”고 말했다.

전문가들은 최근 북한의 도발 흐름을 두고 “한반도 긴장 조성이란 명백한 의도를 갖고 있다”고 분석하고 있다. 박원곤 이화여대 북한학과 교수는 “중국 당 대회를 의식해 주요 행사가 있는 며칠을 빼고는 계속 긴장상태를 유지하기 위해 도발을 이어나가고 있다”며 “북한이 NLL을 자극하는 것은 긴장의 책임을 남측에 돌리려는 목적이 있다”고 말했다.

당분간 한·미 연합훈련이 예정돼 있어 북한의 도발이 더 잦아질 수 있다는 전망도 나온다. 해군은 주한미군과 함께 대규모 실기동훈련인 서해합동훈련을 24일부터 나흘간 일정으로 시작했다. 이어 오는 31일부터 다음 달 4일까지는 한·미 군용기 240여대가 참가하는 대규모 연합공중훈련이 실시된다. 양욱 아산정책연구원 부연구위원은 “북한이 한·미 군용기가 떠 있는 상공을 피해 탄도미사일을 쏘는 등 새로운 도발을 할 수도 있다”고 말했다.

김황록 전 국방정보본부장은 “북한은 이미 사전에 계획한 시나리오에 따라 장소와 종류를 달리하며 다양한 도발을 벌이고 있다”며 “2010년 천안함 폭침, 연평도 포격과 같은 대남 국지도발도 노리는 것 같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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