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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퍼즐] 놀이공원 야간개장의 맛일까?…야간골프를 치는 이유

중앙일보

입력

[퍼즐] 서지명의 어쩌다 골퍼(7) 

골프는 새벽이나 낮에만 치는 건 줄 알았다. 생각해보면 해가 늦게 지고 일찍 뜨는 여름 즈음엔 날씨도 선선하겠다, 해도 늦게 지겠다 저녁이라고 못 칠게 없는 것이다. 사실 해가 쨍쨍하게 뜬 여름의 한낮은 너무 뜨거워 골프는커녕 제대로 서있기조차 힘들 때가 많다. 해가 지기 시작하는 오후 시간대가 오히려 더 별미라면 별미다.

요즘 말로는 야골(야간골프)이다. 절대다수의 골프장은 아니지만 많은 골프장들이 야간에도 골프를 칠 수 있게 한다. 놀이공원 야간개장 같은 거랄까. 3부라고 표현하는데 오후 4~7시 사이에 골프를 치기 시작한다. 4인 플레이의 경우 4~5시간이 걸리는 점을 고려하면 6시 넘은 시간에 시작하면 늦을 땐 자정에 가까워져서 경기가 끝나기도 한다.

요즘은 탄력근무와 유연근무제 등으로 근무시간 조절이 유연해지면서 꼭 연차나 반차를 쓰지 않고도 평일에 가까운 경기도나 인천 등에서 야간골프를 즐기는 골퍼들도 늘었다. 4~5시쯤 평일 업무를 마치고 골프장으로 이동해도 야간골프를 즐기기에 큰 부담이 없어서다.

프로야구 경기할 때 해가 지기 시작하면 조명을 키는 것처럼 야간골프를 칠 때도 조명에 의지해 경기를 한다. 밝은 빛을 내기 위해서는 LED조명이 필수. 야간골프를 갈 땐 조명이 LED인지 꼭 확인하라는 얘기가 나온다. 골퍼들 사이엔 이른바 ‘조명맛집’ 리스트가 돌기도 한다고.

다만 이 공이라는 게 낮에도 찾기가 힘들 때가 많은데(드넓은 페어웨이를 두고 꼭 숲 속 어딘가에 공이 짱 박히기 일쑤) 밤이니 오죽할까. 야간에는 눈을 똑바로 뜨고 있어도 갑자기 하늘에서 공이 ‘뿅’하고 어딘가로 사라져(?) 버리는 바람에 눈으로 공을 좇느라 바쁘다. 야간라운딩을 할 땐 니공내공 할 것 없이 공을 잘 사수해야 한다.

오랜 골퍼들은 ‘굳이’ 야간에 골프를 쳐야 하는지에 대해 난색을 표하기도 하지만 짧은 경력의 골린이 입장에서 본 야간 라운딩의 매력은 가성비와 날씨다. 대체로 3부 야간 라운딩은 1,2부에 비해 가격이 상대적으로 저렴하다(그마저도 요즘은 많이 비싸졌지만...).

절대다수의 골프장은 아니지만 많은 골프장들이 야간에도 골프를 칠 수 있게 한다. 3부라고 표현하는데 오후 4~7시 사이에 골프를 치기 시작한다. [사진 서지명]

절대다수의 골프장은 아니지만 많은 골프장들이 야간에도 골프를 칠 수 있게 한다. 3부라고 표현하는데 오후 4~7시 사이에 골프를 치기 시작한다. [사진 서지명]

덥고 습한 여름 날씨도 해가 넘어가면 대체로 시원하고 쾌청하다. 무엇보다 해가 넘어갈 즈음 볼 수 있는 붉기도 하고 보랏빛 같기도 한 하늘이 받쳐주는 날은 아주 그냥 끝내준다. 좋아해 마지않는 ‘한 여름 밤’ 혹은 ‘초가을의 맛’을 즐기기에도 딱이다. 야간골프를 즐길 수 있는 시기는 여름을 전후로 4개월, 길게 잡아 6개월 정도다. 날씨와 빛이 도와줄 때 부지런히 즐겨야 한다.

나의 첫 야간라운딩은 공을 찾느라 바빠 기억도 가물가물하다. 좋은 공보다는 잃어버려도 마음이 좀 덜 아픈 공을 갖고 나가는 걸 추천한다기에 로스트볼을 10개 남짓 준비해갔는데 전반전이 끝나기도 전에 이미 모두 잃어버렸다. 그 이후의 기억은 어렴풋하다. 급격히 떨어지는 기온, 익숙하지 않은 조명, 정체모를 벌레들의 습격, 급격히 허기지는 배를 부여잡고 공을 찾으러 다녔다.

두 번째 야간라운딩을 하면서는 야간에 즐기는 골프의 맛을 조금 봤다. 산들산들 부는 바람과 어스름한 풍경(사실은 핑계)에 취해 스코어는 최대치를 기록했더랬지. 다행히 첫 번째 라운딩을 교훈삼아 간식과 로스트볼을 넉넉히 준비해간 덕분이기도 했다.

야간라운딩의 폐해는 해가지고 어둠이 짙어질수록 마음이 급해진다는 점이다. 안 그래도 샷의 정확도가 떨어지는데 정도가 더 심해진다. 공은 더 안 보이기 시작하고 마음은 급해지고 시간은 자꾸 흘러가고...아이고 오늘도 백돌이다.

골린이 Tip

야간골프 시 주의할 점은? 

1. 공은 흰공으로 챙기는 것이 좋다. 형형색색의 컬러볼은 밤에 잘 안보인다.
2. 야간 추위에 대비해야 한다. 간단한 바람막이나 가벼운 경량패딩을 챙기면 좋다.
3. 그린스피드가 느려진다. 잔디가 오후부터 자라기도 하고 밤이슬을 맞아 전반적으로 그린이 습해지기 때문이다. 퍼팅 강도를 낮대비 강하게 하는 것이 좋다.
4. 티는 낮게 꽂는 것이 좋다. 평소대비 낮은 탄도로 보내기 위해서다. 볼이 높게 뜨면 공이 어디로 갔는지 찾기가 어렵기 때문.
5. 그림자를 조심하자. 동반자들이 티샷을 할 때나 그린에서 퍼팅을 할 때 자신의 그림자가 공이나 샷의 방향에 영향을 미치지 않도록 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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