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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감산 갈등' 사우디, 자국 비판한 미국인에 16년 징역 때렸다

중앙일보

입력

사우디계 미국 시민권자 사드 이브라힘 알마디(72·사진)가 사우디 정부를 비판했단 이유로 구금돼 징역 16년형을 선고받았다는 사실이 뒤늦게 알려졌다. AP=연합뉴스

사우디계 미국 시민권자 사드 이브라힘 알마디(72·사진)가 사우디 정부를 비판했단 이유로 구금돼 징역 16년형을 선고받았다는 사실이 뒤늦게 알려졌다. AP=연합뉴스

사우디아라비아 정부가 자국을 비판했단 이유로 구금한 미국인에게 16년의 중형을 선고한 사실이 뒤늦게 드러났다. 대규모 석유 감산 여파로 껄끄러운 양국 관계에 파장이 확산될 것이란 분석이 나온다.

18일(현지시간) 워싱턴포스트(WP)·CNN방송 등에 따르면 사우디는 지난 3일 트위터에서 자국을 비판한 이유로 기소한 사우디계 미국 시민권자 사드 이브라힘 알마디(72)에게 징역 16년형을 선고하고 이후 16년간 여행 금지령·가택연금을 내렸다. 선고대로라면 알마디는 88세에 출소해 104세가 돼야 미국으로 돌아갈 수 있다.

알마디는 지난해 11월 개인 여행 목적으로 사우디 리야드를 방문했다가 공항에서 바로 체포됐다. 그가 지난 7년여간 미국에서 게시한 14개의 트윗 때문이었다. 트윗에는 2018년 사우디 정부에 의해 암살됐다는 의혹을 받고 있는 사우디 반체제 언론인 자말 카슈끄지 사건, 사우디 정책과 부패, 빈곤 등을 비판한 내용이 포함돼 있다. 사우디 정부는 알마디가 테러리스트 사상을 갖고 테러 자금을 지원하는 등 자국 정세를 불안정하게 했다고 주장하며 기소했다.

이번 사건의 내막은 알마디 아들의 폭로를 통해 드러났다. 그는 아버지가 감옥에서 고문을 당했으며 테러리스트들과 함께 수감돼 있다고 주장했다. 사우디 정부는 알마디 가족들에게 구금 사실을 숨기지 않으면 모든 것을 잃게 될 것이라고 협박했다고 한다.

그런데도 미국 정부는 그간 구금 사실조차 쉬쉬한 것으로 알려진다. 알마디 아들에 따르면 리야드 주재 미 대사관은 알마디가 체포된 지 6개월이 지나도록 이 문제를 방치했다. 미 국무부는 알마디 가족에게 이 사건에 대해 누설하지 말라고 요구하면서도 아무 조처를 취해주지 않았다고 한다. 그러다 결국 중형 선고에 분노한 알마디 아들이 언론에 제보하면서 알려졌다.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왼쪽)과 무함마드 빈 살만 사우디아라비아 왕세자가 지난 7월 사우디에서 만나 주먹인사를 나누고 있다. AFP=연합뉴스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왼쪽)과 무함마드 빈 살만 사우디아라비아 왕세자가 지난 7월 사우디에서 만나 주먹인사를 나누고 있다. AFP=연합뉴스

WP는 "많은 독재 정권이 미국인을 부당하게 투옥하지만, 바이든 정부는 러시아·베네수엘라·이란에서 저명한 미국인의 석방을 위해 부단한 노력을 기울이는 것과 달리 사우디에 억류된 미국인을 석방하는 데엔 덜 성공적이었다"고 지적했다. 이어 "사우디가 미국의 동맹으로 여겨지고 있음에도 무함마드 빈 살만(MBS) 왕세자 하의 사우디는 미국인 비판자들을 전보다 더 가혹하게 다루고 있다"고 했다.

걸프문제연구소 소장인 알리 알아흐메드는 WP에 "바이든 행정부는 사우디와의 대치 상황을 회피해왔고, 이는 사우디 정부를 더 대담하게 만들었다"고 분석했다.

최근 미국이 대규모 석유 감산을 결정한 사우디와 관계 재검토를 고려하겠다고 밝히면서, 양국 간의 냉기류는 한층 심해진 분위기다. 민주당 내부에선 사우디에 대한 군사지원 철수까지 거론되고 있다.

이런 가운데 최고위급 장성을 포함한 미국 퇴역 군인들이 사우디 국방부에 재취업해 고액의 보수를 챙긴 것으로 나타났다. WP 보도에 따르면 2016년 이후 예비역 미군 장군과 제독 15명이 사우디 국방부에서 컨설팅 업무를 맡았다. 이들이 받은 보수는 적게는 수십만 달러에서 많게는 수백만 달러에 달한다고 한다.

이 중 일부는 카슈끄지 사건이 있었던 2018년 이후 미 정부가 사건 배후로 지목한 MBS 왕세자의 고문으로도 일한 것으로 확인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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