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년전 과기부 데이터센터법 호소, 국회는 50분만에 손 놨다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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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K C&C 판교데이터센터에서 발생한 화제로 ‘카카오 먹통’ 사태가 불거지자, 여야는 17일 인터넷데이터센터(IDC)를 방송통신재난관리기본계획(이하 재난관리계획)의 적용 대상에 포함하도록 하는 이른바 ‘데이터센터법’(방송통신발전기본법 개정안)의 입법을 한목소리로 공언했다. 하지만 정작 국회는 이 법을 2년 전 법사위에서 무산시킨 뒤 전날까지 다시 법안 상정조차 하지 않은 상태여서 “소 잃고 외양간을 고치는 격”이란 비판이 나오고 있다.

주호영 국민의힘 원내대표는 이날 당 비상대책위원회 회의에서 “20대 국회에서 데이터센터를 국가재난관리시설로 지정하는 내용의 법안이 법사위에서 폐기됐다”며 “국가안보와 국민생활 보호 측면에서 이제라도 국회가 나서서 관련법 정비에 만전을 기해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민주당도 이날 오전 국회 과학기술정보방송통신위(과방위) 민주당 간사인 조승래 의원 대표발의로 IDC 사업자는 물론 카카오·네이버 등 부가통신사업자까지 재난관리계획에 포함하도록 하는 방송통신발전기본법 개정안을 발의했다.

 지난 16일 오전 경기 성남시 분당구 SK C&C 판교캠퍼스 카카오 데이터센터 화재현장에서 소방과 경찰 관계자들이 1차 현장감식 준비를 하고 있다. 뉴스1

지난 16일 오전 경기 성남시 분당구 SK C&C 판교캠퍼스 카카오 데이터센터 화재현장에서 소방과 경찰 관계자들이 1차 현장감식 준비를 하고 있다. 뉴스1

여야가 이날 법 개정을 약속한 ‘데이터센터법’은 20대 국회에서 이미 한 차례 논의된 바 있다. 박선숙 민생당 의원의 대표발의를 거쳐 2020년 5월 국회 과방위에서 만든 대안은 ▶재난관리계획을 수립·시행하는 대상에 데이터센터 사업자를 포함하고 ▶재난관리계획에 데이터센터의 보호에 관한 사항을 추가하는 내용이 골자였다.

하지만 이 법안은 국회 법제사법위원회에서 심사가 개시된 지 50분 만에 좌초됐다. 당시 법사위 회의(2020년 5월 20일)에서 다수의 여야 의원들은 정보통신망법에 IDC 보호에 대한 규율이 들어있다는 점을 들어 “중복규제로 과잉금지에 위배된다는 쟁점이 있다”(김종민 민주당 의원)라거나 “IDC 사업자들이 영업비밀·프라이버시 침해를 굉장히 염려하고 있다”(정점식국민의힘 의원), “체계·자구가 안 맞는다”(송기헌 민주당 의원) 등 반대 의견을 냈다.

이에 최기영 당시 과기부 장관은 “정보통신망법은 사전 조치 중심이고, 이 법은 사후 대응 중심이다. 그래서 재난이 발생했을 때 어떻게 빨리 복구하고 그에 대비하는가 하는 것은 방송통신발전기본법에 들어 있다”고 해명했다. 그러면서 “데이터센터는 재난 대비를 하지 않으면 굉장히 큰 혼란이 일어날 수도 있기 때문에 (재난관리계획에) 데이터센터가 포함돼야 한다. 굉장히 중요한 법안”이라고 재차 강조했다.

법사위원들과 과기부의 이견이 좁혀지지 않자, 여상규 당시 법사위원장은 “시행이 아주 급박하다 하니 우선 법을 통과시키되, (중복 규제는) 21대 국회에서 법안을 손질하자”는 취지의 절충안을 제시했으나 이마저도 무산됐다. 장제원 국민의힘 의원이 “체계가 안 맞는다고 얘기하는데 뭐가 급해서 이렇게 땡처리하는 식으로 하느냐”고 항의했다. 김종민 민주당 의원도 최 장관을 향해 “IDC 센터가 핵심 쟁점인데 대안이 없느냐”고 몰아붙이자, 중재를 시도하던 여 위원장은 결국 “위원님들 의견에 따라 보류하도록 하겠다”고 정리했다.

2010년 5월 12일 인터넷기업협회 등은 '방송통신3법'의 졸속입법 규탄 긴급 기자회견을 열었다. (왼쪽부터) 조윤영 중앙대 정치국제학과 교수, 김민호 성균관대 법전원 교수(체감규제포럼 공동대표), 김현경 서울과기대 IT정책전문대학원 교수(체감규제포럼 공동대표), 박성호 한국인터넷기업협회 사무총장, 최성진 코리아스타트업포럼 대표, 이정민 벤처기업협회 사무국장대행. 김정민 기자

2010년 5월 12일 인터넷기업협회 등은 '방송통신3법'의 졸속입법 규탄 긴급 기자회견을 열었다. (왼쪽부터) 조윤영 중앙대 정치국제학과 교수, 김민호 성균관대 법전원 교수(체감규제포럼 공동대표), 김현경 서울과기대 IT정책전문대학원 교수(체감규제포럼 공동대표), 박성호 한국인터넷기업협회 사무총장, 최성진 코리아스타트업포럼 대표, 이정민 벤처기업협회 사무국장대행. 김정민 기자

당시 장외에선 IT 사업자들은 물론 시민단체들까지 나서 이 법안에 대한 반대 캠페인을 벌였다. 한국인터넷기업협회·벤처기업협회·코리아스타트업포럼 등 3개 단체가 먼저 “국회는 인터넷 규제 입법 졸속 처리를 당장 중단하라”고 요구했다. 법사위 회의 사흘 전에는 민생경제연구소, 사단법인 오픈넷, 참여연대 등 진보 성향 시민단체들이 코리아스타트업포럼과 “21대 국회로 넘겨달라”는 공동성명을 발표하고 양당 원내대표에게 긴급 면담 요청을 했다. 이에 대해 당시 국회 과방위 관계자는 “IT업계와 시민단체들이 동시에 반대한 건 이례적이었다”고 말했다.

코리아스타트업포럼, 민생경제연구소, 사단법인 오픈넷, 소비자시민모임, 참여연대, 한국소비자연맹 등이 2020년 5월 17일 '방송통신 3법'의 졸속처리를 반대하는 공동의견서를 냈다. [사진 각 단체]

코리아스타트업포럼, 민생경제연구소, 사단법인 오픈넷, 소비자시민모임, 참여연대, 한국소비자연맹 등이 2020년 5월 17일 '방송통신 3법'의 졸속처리를 반대하는 공동의견서를 냈다. [사진 각 단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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