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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피니언 박해원의 미래를 묻다

인공지능 날개 단 로봇, 사람과 대화하는 날 성큼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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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26면

하루가 다르게 발전하는 로봇

박해원 KAIST 기계공학과 교수

박해원 KAIST 기계공학과 교수

미국 전기자동차 업체인 테슬라가 지난달 30일 미국 캘리포니아에서 열린 AI 데이에서 옵티머스 휴머노이드 로봇을 공개했다. 옵티머스는 기초적인 보행 성능과 손을 흔드는 등의 간단한 동작을 수행하며 지대한  관심을 모았다. 지난해 같은 행사에서는 로봇 분장을 한 사람이 춤을 추는 시연으로 참가자들에게 실망과 기대를 동시에 안겨주었기에, 테슬라 최초의 휴머노이드가 공개되기로 한 이번 AI 데이는 시작 전부터 큰 주목을 끌었다.

사실 완성차 업체의 휴머노이드 로봇 연구 공개는 이번이 처음이 아니다. 일본의 혼다는 1986년부터 휴머노이드 로봇을 개발해 왔으며, 2000년에 복잡한 보행 및 병 간단한 조작이 가능한 아시모를 공개하며 그 기술력을 뽐내왔다.

테슬라, 휴머노이드 로봇 선보여
인간 동작과 자율주행 기술 접목

배달·서빙 등 일상에 파고든 로봇
산업현장서도 안전사고 줄어들어

일상언어 이해하는 단계 머잖아
인간과 로봇의 공존 점차 현실화

자동차와 로봇 기술의 시너지

테슬라의 최고경영자(CEO) 일론 머스크가 지난달 30일 미국 캘리포니아 팔로 알토에서 열린 테슬라 AI데이 2022에서 휴머노이드 로봇 옵티머스를 공개하고 있다. [AFP=연합뉴스]

테슬라의 최고경영자(CEO) 일론 머스크가 지난달 30일 미국 캘리포니아 팔로 알토에서 열린 테슬라 AI데이 2022에서 휴머노이드 로봇 옵티머스를 공개하고 있다. [AFP=연합뉴스]

그럼에도 테슬라가 올 AI 데이에 공개한 옵티머스 로봇에 다시 한번 관심이 집중된 이유는 그간 전기 자동차 개발에서 테슬라가 보여준 전기모터 기술 및 구동기 기술, 자율주행과 관련된 인공지능 및 하드웨어 기술이 휴머노이드와 결합했을 때 로봇 기술의 발전에 어떠한 시너지를 일으킬 수 있을지에 대한 사람들의 기대감 때문이다. 일론 머스크가 스페이스X와 테슬라를 통해 보여준 재사용이 가능한 로켓 개발, 전기차 대중화 등 가능성이 커 보이지 않았던 여러 프로젝트를 성공시켜온 발자취 또한 적잖은 영향을 미쳤을 것이다.

지금까지 로봇은 대중들이 큰 관심을 보여온 분야였지만, 일반의 인식과 실제 기술 수준과의 괴리 또한 큰 분야 중 하나였다. 사람을 죽이는 터미네이터 로봇은 만들어져서도 안 되지만, 실제로는 공상과학영화에서나 가능하던 기술이었다. 하지만 최근 부쩍 발전한 기술로 인해 그 차이가 점점 줄어들고 있다. 국내에도 로봇 배달서비스가 여러 회사를 통해 시범 운영되고 있고, 식당에서 주문을 받고 음식을 서빙하는 로봇, 바리스타 로봇 등 일상생활에서 로봇을 접하는 것은 더 이상 어려운 일이 아니다.

최근의 로봇 기술은 작업자와의 공존 및 상호작용을 중요시하는 협동 로봇의 개발과 보급이 선도하고 있다. 로봇이 주위 환경 및 작업자와의 충돌을 감지하고, 충돌이 발생했을 때 알맞은 행동을 할 수 있는 능력을 갖춤으로써 기존에 작업자와 철저히 분리되었던 로봇이 사용자에 보다 가깝게 다가올 수 있었다.

소형 협동로봇 잇달아 개발

기존에 공장 자동화에 주로 쓰이던 산업용 로봇은 크기와 무게, 딱딱한 관절부 강성 등으로 인해 사람 가까이에서 작업하기에는 위험한 장치였다. 하지만 유연한 관절부를 가능하게 한 모터와 감속기 기술의 개발, 환경과의 접촉 감지가 가능한 토크 센서 개발 등으로 적당한 힘을 내면서도 사용자에 위험하지 않은 유연 구동이 가능한 소형 협동 로봇이 많이 개발됐다.

세계적으로는 덴마크의 유니버설 로봇, 독일의 프랑크 에미카 등 유럽회사들의 강세가 돋보인다. 우리나라에도 뉴로메카, 두산 로보틱스, 레인보우 로보틱스 등 여러 업체가 다양한 크기와 용도에 맞는 완성도 높은 제품을 선보이고 있다. 이런 로봇들은 4차 산업혁명과 밀접히 관련된 스마트 팩토리뿐만 아니라, 커피를 만드는 바리스타 로봇, 요리 로봇 등 일상생활과 밀접히 연관된 분야에까지 두루 사용되고 있다.

두 번째로 로봇 대중화를 이끈 원동력은 모빌리티로 일컬어지는 로봇 이동성능의 비약적인 발전이다. 기존의 바퀴 달린 로봇에 로봇의 눈과 두뇌가 되는 SLAM·비전 등의 자율주행 기술과 결합하면서 자율 이동성이 비약적으로 발전하였다. 사용자의 개입 없이도 로봇이 알아서 신호등을 지키며 횡단보도를 건너 수요자에게 물건의 배달이 가능할 정도로 똑똑한 이동성능을 보이고 있다.

기술 발전에 따라 여러 로봇 스타트업도 탄생했다. 그중 2014년 설립된 실외배달 로봇 회사인 스타십 테크놀로지는 최근에 100만 건의 배달을 달성했다. 코로나 팬데믹에 따른 수요에 맞물려 배달로봇 시장을 선도해왔다. 또한 건물의 최초 설계부터 로봇의 이용을 고려하여 ‘로봇빌딩’으로 만들어진 1784라고 명명된 네이버의 제2사옥 건물 내부에는 수십 대의 실내 자율주행 로봇이 배달 및 잡다한 심부름을 맡고 있다.

로봇 이동성능 놀라운 발전

최근에는 라스트마일 딜리버리(Last Mile Delivery)라고 일컬어지는 실외자율주행 후 최종 사용자 바로 앞까지 물건이 배달되는 서비스를 위한 로봇들이 개발되고 있다. 로봇 이동성능의 한 단계 업그레이드가 기대된다. 라스트마일 딜리버리에는 실내 주행이 포함되어 계단 단차 등의 장애물 극복, 엘리베이터와 문 등의 조작이 필요한데, 이러한 환경에서는 팔이 달린 사족 보행 로봇이나 휴머노이드형 이족 보행 로봇이 주행에 유리하다고 할 수 있다.

족형 보행 로봇은 1960년대부터 오랫동안 연구되어온 기술이지만, 최근에서야 실용화되어 제품이 출시되고 있다. 이 분야는 현대자동차에 인수된 보스턴 다이나믹스라는 회사가 30여년 동안 기술을 선도해왔다. 최근에 이 회사에서는 발전된 구동 모터와 감속기 기술로 만들어진 스팟이란 사족 보행로봇을 출시하였다.

TV광고에서 BTS와 춤을 춘 로봇으로도 유명한 스팟은 비전 센서, 라이더 센서 등을 이용해 계단 등의 3차원 지형을 파악하고 이를 안정적으로 극복할 수 있는 이동성능을 지니고 있다. 이런 뛰어난 이동 성능을 바탕으로 공장, 원자력 발전소, 건설현장, 병원 등 정기적인 시설검사와 서비스가 필요한 분야에서 널리 쓰이고 있다.

100m를 24.7초에 돌파한 보행로봇

또한 애니멀(ANYmal)이라는 로봇을 개발한 스위스의 애니보틱스가보행로봇 기술과 인공지능 기술을 결합해 기술의 선도를 이끌고 있다. 최근 열린 극한 지하환경에서의 로봇의 이동성을 두고 경쟁한 미국 고등연구계획국(DARPA) 서브T 챌린지에서 보스턴 다이나믹스의 스팟을 이용한 팀들을 누르고 우승함으로써 우수한 이동 관련 기술을 여실히 보여주었다. 이족 보행에서는 미국의 어질리티 로보틱스가 포드자동차의 투자를 받고 라스트마일 딜리버리를 위한 솔루션 개발에 힘쓰고 있으며, 최근에는 동사로부터 개발된 이족 보행 로봇 캐시(Cassie)가 100m 거리를 24.7초에 주파함으로써 이족보행 로봇 주행 속도의 신기록을 달성하였다.

그렇다면 앞으로의 로봇 기술은 어떠한 방향으로 발전이 될까. 우선 급격하게 성능이 향상된 인공지능 기술과 활발한 접목이 이루어질 것으로 예측된다. 구글·오픈AI·딥마인드·엔비디아·텐센트 등의 유수 인공지능 관련 회사와 연구소들은 협동로봇과 보행 로봇을 이용해 물건 조작을 위한 인공 지능, 보행을 위한 인공 지능 기술 등을 활발히 연구하고 있다. 로봇이 점점 더 똑똑해지고 있는 것이다.

구글에서는 수백 대 로봇을 이용해 손을 움켜쥐는 능력을 학습시키는 연구를 수행하였고, 오픈AI에서는 인공지능 기술을 통하여 루빅스큐브를 직접 조작해 푸는 연구성과를 보여주었다. 최근 딥마인드에서는 사족 보행 로봇 애니멀의 보행지능을 개의 움직임으로부터 얻어진 모션 데이터를 활용하여 학습시키는 연구결과를 발표하였다. 이러한 인공지능 기술과의 접목은 경험으로부터 학습한 복잡한 지능과 로봇의 물리적 조작, 운동 성능의 결합을 가능하게 하여 기존의 방법론으로는 해결하지 못했던 복잡한 물체조작 능력이나 야지에서의 보행성능을 로봇이 달성하게 해주었다.

더 이상 공상과학이 아니다

앞으로는 발전된 인공지능의 언어처리 성능과 결합하여 사용자가 복잡한 조작을 하거나 자세한 명령을 하지 않아도 간단한 일상적인 말만으로도 명령을 내릴 수 있는 로봇기술이 선보일 것이다. 최근에 구글에서는 세이캔이라는 로봇의 제어와 결합한 인공지능기반 언어모델을 공개하였다. 구글이 공개한 시연에서는 로봇에게 “내가 음료수를 쏟았는데, 도와줄 수 있니?”라는 간단한 말만으로도, 쏟아진 음료수를 닦기 위하여, 로봇이 스스로 상황 판단을 하여 스폰지를 찾아와 가져다주는 모습을 보여주었다.

이러한 기술이 실현된다면 사용자의 복잡한 조작이 필요 없이 우리가 로봇에게 필요한 일을 편하게 시킬 수 있는 시대가 열리게 된다. 마지막으로 첨단 통신기술과 접목되어 여러 대의 로봇을 군집제어 할 수 있는 기술, 원격 제어할 수 있는 기술도 탄생할 것이다. 이미 5G 등초저지연 통신기술과 접목한 로봇이 선보이고 있으며, 인텔 드론쇼 등 수백 수천 대의 로봇이 협력하여 몇 대의 로봇으로는 불가능했던 임무를 해내고 있다.

로봇은 환경이나 사용자와의 물리적인 상호작용을 수행하고, 이동성을 극대화하는 방향으로 발전해왔다. 이러한 로봇 시스템에 조작·보행에 관련된 운동 지능, 환경인식 지능, 로봇과의 소통을 위한 통신기술, 그리고 사람과의 원활한 의사소통을 위한 지능을 효과적으로 심는다면 그간 공상으로만 꿈꿔왔던 로봇과 인간의 상생이 먼 미래의 이야기가 아닐지도 모르겠다.

◆박해원=연세대 기계공학과 학·석사를 졸업하고 미국으로 건너가 미시간대 앤아버에서 기계공학으로 박사학위를 받았다. MIT 박사후연구원과 일리노이대 어바나샴페인 조교수를 거쳐, 2019년 KAIST 교수가 됐다. 2020년부터 ‘휴보 아빠’ 오준호 교수의 휴보랩 후신인 휴머노이드로봇연구센터 소장을 맡고 있다.

박해원 KAIST 기계공학과 교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