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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고가 찍던 새아파트 수억씩 뚝…고덕·동탄·의왕 30% 빠졌다

중앙일보

입력

업데이트

새 아파트가 밀집해 있는 경기도 화성시 동탄신도시의 모습. 뉴스1

새 아파트가 밀집해 있는 경기도 화성시 동탄신도시의 모습. 뉴스1

재건축 공사를 끝내고 2020년 2월말에 입주한 서울 강동구 상일동 고덕아르테온(옛 고덕주공 3단지) 59㎡(이하 전용면적) 아파트가 지난달 말 10억2000만원에 거래됐다. 지난해 8월 최고가(14억6500만원)보다 4억원 이상 내린 가격으로 하락률은 30.4%다. 지어진 지 36년 된 인근 명일동 신동아아파트 127㎡ 매매사례와 비교하면 하락 폭이 훨씬 크다. 이 아파트는 지난해 10월 18억8000만원에 팔린 뒤 지난달 16억8500만원(10.4%↓)에 거래됐다.

고덕동 A중개업소 대표는 "새 아파트가 오래된 아파트보다 경기 위축이나 수요 감소에 훨씬 민감하게 반응하는 것 같다"며 "이젠 손님들이 아르테온 11억원대 매물은 쳐다보지도 않는다"고 말했다.

새 아파트값 하락세가 가파르다. 부동산 시장이 침체기에 접어들자 준공 5년 이하 신축 아파트의 거품이 가장 빠르게 꺼지는 모습이다. 수도권에선 최고가보다 30% 안팎 내린 신축 아파트가 잇따른다.

16일 한국부동산원에 따르면 지난 10일 기준 전국 준공 5년 이하 아파트의 매매가격지수는 한 주 새 0.35% 하락한 99.7을 기록했다. 지난해 6월 28일 기준선(100) 아래로 처음 떨어진 것으로, 아파트값이 지난해 6월보다 낮게 형성됐다는 뜻이다.

올해 하락률은 4.8%(104.7→99.7)다. 같은 기간 5~10년 준신축 아파트는 2.9%(104.8→101.8) 내렸고 10~15년은 2.1%(106→103.8), 15~20년 1.8%(106.6→104.7), 20년 초과는 0.7%(107→106.2) 떨어지는 데 그쳤다. 수도권이 하락세를 주도했다. 수도권 5년 이하 아파트값은 올해 5.8%(106→99.8) 내렸다.

그래픽=김경진 기자 capkim@joongang.co.kr

그래픽=김경진 기자 capkim@joongang.co.kr

개별 단지별로 보면 집값이 단기간에 20~30% 하락한 사례도 적지 않다. 특히 수도권광역급행철도(GTX) 개발 호재로 지난해 집값이 치솟았던 동탄2신도시, 의왕시 등에서 속출한다.

GTX-A 노선 주변인 화성시 청계동의 시범 반도유보라 아이비파크 4.0(2018년 준공) 84㎡는 지난해 8월 12억5000만원에 팔렸지만, 이달 초엔 8억2000만원에 매매 계약됐다. GTX-C 노선에 포함된 인덕원역 근처 인덕원 푸르지오 엘센트로(2019년 준공) 84㎡도 지난해 6월 16억3000만원에 거래됐지만, 올해 7월엔 11억9000만원에 팔렸다. 현재 최저 호가는 11억5000만원이다.

신축 집값의 급락 원인은 복합적이다. 우선 "가장 많이 오른 만큼 가장 많이 빠진 것"이란 분석이 나온다. 익명을 원한 업계 관계자는 "지난 4~5년간 새 아파트에 대한 선호가 높아 가격 상승 폭이 워낙 컸고, 그 결과 경기도의 일부 신축 아파트는 일반 수요자가 진입하기 어려울 정도로 가격이 올랐다"고 말했다.

집값 급등에 대한 부담감이 큰 상황에서 금리 인상과 대출 규제가 더해진 것도 주요 요인이다. 박합수 건국대 부동산대학원 겸임교수는 "은행 대출을 받아 아파트를 매입하는 경우가 많은 9억~15억원대 아파트가 직격탄을 맞았다"고 말했다. 현재 투기과열지구에서 15억원 넘는 주택은 주택담보대출을 받지 못한다. 9억원 초과 주택은 9억원까지는 주택담보대출비율(LTV) 40%, 초과분엔 20%가 적용된다.

그래픽=김경진 기자 capkim@joongang.co.kr

그래픽=김경진 기자 capkim@joongang.co.kr

젊은 층의 '영끌'(영혼까지 끌어모음) 수요가 줄어든 영향도 있다. 한국부동산원에 따르면 올해 들어 8월까지 서울에서 아파트를 신규 매입한 20·30대는 총 4150가구였다. 지난해 같은 기간(1만6345가구)의 4분의 1 수준이다. 박원갑 KB국민은행 부동산수석전문위원은 "신축 아파트를 선호했던 MZ세대의 매수세가 꺾인 점도 가격 하락 폭이 큰 원인  중 하나"라고 말했다.

전문가들은 새 아파트 발 하락세가 오래된 아파트로도 퍼질 것으로 본다. 김규정 한국투자증권 자산승계연구소장은 "신축 아파트가 많이 하락하면 상대적으로 상품성이 떨어지는 준공 10~20년차 아파트도 크게 조정을 받을 수밖에 없다"고 전망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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