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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퍼즐] 재생에너지 구독의 시대…“재생에너지만 골라쓰세요”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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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퍼즐] 세상을 바꾸는 DX이야기(4)

올여름 단시간에 기록적인 폭우가 내려 지하 주차장에서 아까운 목숨을 잃는 일이 있었다. 서울 한복판 강남대로가 침수된 차로 가로막히고 반지하 방에서 일가족이 목숨을 잃는 안타까운 일도 있었다. 폭염과 폭우 등 기후 위기는 나라 밖 뉴스에서나 보던 ‘남의 일’이었지만 어느덧 우리 일상을 침범하고 있다. 더 늦기 전 기후위기에 대응해야 한다는 건 거스를 수 없는 시대적 흐름이며, 탄소중립과 재생에너지 사용은 모두의 숙제다. 최근 기업들이 RE100(2025년까지 기업이 사용하는 전력 100%를 재생에너지로 대체) 선언을 하는 이유이기도 하다.

임팩트 투자사와 굴지의 대기업으로부터 투자를 받아 빠르게 성장 중인 에너지 스타트업이 있어 만나봤다. 식스티헤르츠(60㎐)가 그 주인공. 식스티헤르츠라는 이름은 기업 전력의 공급과 수요가 일치할 때 우리나라 전력망이 60㎐를 유지하는 데서 가져왔다. 김종규 식스티헤르츠 대표(사진)를 만나 관련 이야기를 들어봤다.

식스티헤르츠 김종규 대표

식스티헤르츠 김종규 대표

식스티헤르츠에 대해 소개해달라
재생에너지 활용을 돕기 위한 다양한 소프트웨어를 만드는 회사다. 태양광이나 풍력 같은 재생에너지는 날씨의 영향을 많이 받다 보니 예측이 어렵다. 기업 입장에서는 재생에너지 발전량을 예측할 수 있는 기술이 중요하다. 우리는 이런 재생에너지의 예측을 돕는 서비스를 제공한다.
대표 사업이 뭔가
재생에너지 발전량 예측기술을 활용한 다양한 서비스를 출시해 에너지 관련 대기업이나 공기업 등에 납품한다. 또 에너지관리시스템과 가상발전소도 개발해서 납품 중이다. 2021년에는 전국에 있는 8만개 이상의 재생에너지 발전소를 지도 위에 표시하고 발전량을 예측해주는 ‘햇빛바람지도’를 개발했다.
재생에너지의 유통 구조는 일반 전기와 어떻게 다른가
사업자들이 생산한 전기는 전력거래소가 운영하는 전력 시장을 통해 한국전력이 산다. 한국전력이 산 전기가 빌딩이나 일반 가정 등 소비자에게 판매되는 구조다. 재생에너지는 재생에너지 공급인증서(REC)라는 것을 생산량에 따라 발급받는다. 이 REC를 6대 발전공기업과 따로 공급계약을 맺거나, 에너지공단에서 운영하는 현물시장을 통해 거래한다. 최근 이러한 구조에 변화가 생겨 새로운 사업이 가능하게 됐다.
어떤 변화를 말하나
첫째로 소규모 전력중개사업자는 20메가와트(MW) 이하의 소규모 발전소를 모아 발전량 예측제도에 참여하거나 REC거래를 대행할 수 있다. 이때 발전량 예측이 필수적이다. 우리는 이들에게 소프트웨어를 판매한다. 둘째로 재생에너지 공급사업자는 일정 규모 이상의 전기를 사용하는 기업과 재생에너지 전력공급계약(PPA)을 체결할 수 있다. 기존에는 한전만 판매할 수 있었는데, 재생에너지에 한해 시장이 열린 거다. 특히 최근 RE100에 대한 관심이 높아지면서 더 주목받고 있다. 우리는 이들에게 관련 소프트웨어를 판매하고 있다.
최근 삼성전자도 RE100 참여를 선언하는 등 재생에너지 수요가 늘고 있다
현재 국내 주요 대기업 상당수가 RE100 참여를 선언했다. RE100은 본래 민간 차원의 자발적 캠페인이다. 전 세계 소비자의 요구가 있어 참여하기 시작했다. RE100에 먼저 참여한 IBM, 애플, BMW 같은 글로벌 기업들이 자기 회사에 부품을 납품하려면 재생에너지를 써야 한다고 요구하고 있다. 수출 기업은 구매자의 요구를 들을 수밖에 없다. 이제 재생에너지 확대는 선택의 문제는 아닌 것 같다. 전 세계적인 흐름이다. 다만 기업이 필요로 하는 재생에너지의 양을 감당할 수 있는가를 따져보면 국내 모든 재생에너지 발전소가 돌아간다고 해도 아직 모자라다. 
반대로 재생에너지 발전량이 남는 경우 버리기도 한다던데
재생에너지는 기후조건에 따라 발전량이 일정하지 않다. 그래서 전력이 남기도 한다. 현재의 ESS(Energy Storage System, 에너지저장시스템) 기술로는 전기 저장 용량이 제한적이다. 우리가 재생에너지 발전량이 남는지 미리 알 수 있다면 다른 대안을 생각해볼 수 있다.
어떤 대안이 있나
DR(Demand Response, 전력수요관리)제도라는 게 있다. 전력거래소와 계약한 기업이 정부의 요구분만큼 전기 사용을 줄이면 정부가 이를 금액으로 보상해준다. ‘플러스DR’은 발전량이 넘칠 때 전기를 쓰면 오히려 수익을 얻는다. 예를 들면 재생에너지가 남을 때 대폭 할인된 가격에 전기차를 충전하도록 유도하는 거다. 반대로 전기가 부족할 때 가정 내 조명이나 에어컨을 끄도록 유도할 수도 있는데 이는 국민DR이라고 한다.
플러스DR은 제주도에서 시범사업 중이지만 활성화가 잘 안 되는 것 같다
제도 참여를 활성화하려면 ‘서비스’가 많이 필요하고 사용자의 ‘행동’을 유도해야 한다. 가령 내비게이션에서 지금 근처에 전기차 충전 할인 정보가 있다고 안내를 하면 어떨까? 훨씬 더 많은 전기차가 참여할 거라고 본다.
국민DR은 어떤가
국민DR은 사람이 직접 관여하지 않는 게 중요하다고 생각한다. 어떤 안내를 받아 일부러 조명이나 에어컨을 끄는 건 굉장히 귀찮은 일이다. 사실 에어컨의 경우 정전을 방지하기 위해 잠시 가동이 멈춰도 사람들이 크게 불편함을 느끼지 않는다. 만약에 앱에서 활성화 버튼만 누르면 알아서 DR이 작동돼 끄고 켜진다면 어떨까. 이걸로 매달 커피값 정도를 아낄 수 있다면 사람들이 참여하지 않겠나. 예컨대 전국의 에어컨이 한여름 에너지 피크 시간대에 10개 그룹으로 10분씩 돌아가며 꺼진다면 온실가스 감축에 크게 기여할 수 있을 거다. 스마트가전으로 충분히 가능하다. 아쉽게도 국민DR의 경우 국내에서는 제도적으로 막혀 있다. 현재는 가정에 인증받은 계량기를 설치해야 하는데 이 계량기가 아직도 상당히 비싸다. 이미 가정에서 쓰고 있는 다양한 IoT(사물인터넷) 기기로도 목적을 달성할 수 있는 방법이 있을 텐데 이를 통해 창의적인 해결책을 찾는 게 필요하다고 생각한다.
재생에너지 구독 서비스도 준비 중이라고 들었다
5년 정도 독일에서 지냈던 적이 있는데 독일에서는 개인이 재생에너지를 골라 쓸 수가 있다. 화력이나 원자력으로 만든 전기와 재생에너지 전기가 있는데 이걸 취향따라 선택할 수가 있는 거다. 한국에서도 이처럼 개인이 재생에너지를 골라서 쓸 수 있는 에너지 구독 서비스를 만들고 있다. 
어떤 원리로 가능한 건가
현재 재생에너지는 1MW 단위 이상 큰 단위로만 거래가 되는데 그걸 쪼개서 중소기업이나 개인도 살 수 있게 하려고 한다. 소규모 기업이나 개인이 그룹으로 묶여 재생에너지 발전소와 계약을 한 뒤 발전소에서 생산된 전력을 나눠 가져가는 방식이다. 장기 계약이 어려운 기업이나 개인의 상황을 고려해 월 또는 연 단위 구독 방식도 도입 예정이다. 블록체인 기술을 통한 조각투자 방식을 활용할 계획이다.
식스티헤르츠가 그리는 미래의 모습이 궁금하다
기후위기에 대응하는 것이 회사의 핵심 미션이자 사명이다. 앞으로도 규제 샌드박스 등에 지원하고 새로운 시장을 만들어 나갈 거다. 혼자만의 힘으로는 어렵고 생태계가 중요하다. ESG 경영을 추구하는 기업과 함께 협업하다 보면 사회적으로 의미 있는 변화를 만들어낼 수 있다고 생각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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