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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피니언 임종주의 직격인터뷰

이상민 "짬뽕이냐 자장면이냐만 고르는 선거…이러니 투표하겠나"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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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26면

임종주
임종주 기자 중앙일보
임종주 논설위원

임종주 논설위원

윤석열 정부 첫 국정감사가 종반을 향해 간다. 경제·안보 복합 위기가 몰아친 올해만큼은 서민의 삶을 먼저 돌봐 달라는 소박한 기대는 여야 대치로 시작부터 뒷전으로 밀렸다.
한국 정치의 분열이 심각한 수준에 도달했다. 해마다 정쟁화하는 국감은 그 한 사례일 뿐이다. 타협과 절충을 통한 합의 도출이라는 민주적 절차는 위태로운 지경이다. 거대 양당 독과점 체제의 산물이라는 비판이 거세다.
양당 기득권 구조를 해체해 정치에도 경쟁의 원리를 도입하자는 의미 있는 시도가 첫발을 뗐다. 국감 첫날 잇단 파행 속에 정치개혁 4개 법안(공직선거법·정당법·국회법·정치자금법개정안)이 여야 의원 20명의 이름으로 발의됐다. 중대선거구제와 다당제 도입, 비례대표 확대가 핵심이다. 법안을 주도한 더불어민주당 중진 이상민 의원(5선,대전 유성을)을 발의 사흘 만에 만났다.

4개의 정치개혁 법안 발의를 주도한 더불어민주당 이상민 의원. 지난 7일 국회 의원회관에서 가진 인터뷰에서 "초선 때만 해도 상대 당 의원과 싸워도 밥 먹고 소주도 한잔했는데 지금은 단절돼 있다"며 "유능한 정치 신인들이 꿈을 펼칠 수 있게 해줘야 한다"고 강조했다. 김경록 기자

4개의 정치개혁 법안 발의를 주도한 더불어민주당 이상민 의원. 지난 7일 국회 의원회관에서 가진 인터뷰에서 "초선 때만 해도 상대 당 의원과 싸워도 밥 먹고 소주도 한잔했는데 지금은 단절돼 있다"며 "유능한 정치 신인들이 꿈을 펼칠 수 있게 해줘야 한다"고 강조했다. 김경록 기자

"두 당 없어졌으면…염증 느끼는 사람 많아" 

-선거제 바꾸자는 법안이 처음은 아니지만, 패키지 발의는 이례적이다.
“법안 4개를 함께 발의한 건 처음 있는 일이다. 정치 개혁은 선거구제 하나 바꾼다고 되지 않는다. 양대 정당이 그동안 기득권 내려놓을 의지는 없이 선거에만 써먹으려 한 거다."
-20명이 공동 발의했는데 여야 5당 소속 의원들이 빠짐없이 참여했다.
“모든 정파가 다 참여하도록 했다. 넓게, 치우치지 않으려 했고 색깔이나 성향이 있는 분은 오히려 배제했다. 국민의힘에서 이명수·이용호 의원이 선뜻 참여했고, 더불어민주당도 10명 조금 넘게 서명했다. 처음엔 10명도 어렵지 않을까 걱정했는데 20명이 됐다. 국민의힘이 좀 더 함께했으면 하는 아쉬움이 있지만, 당초 목표는 넘겼다.”
-정치 개혁은 당위론이 크지만, 실현 가능성에 대한 회의론도 만만치 않다. 실제 반응은 어떤가.
“저부터도 과연 실현될까? 하는 생각들을 많이 해왔다. ‘역사의 진전은 불가능하다고 생각하는 것들에 대한 무수한 시도 끝에 짜인 결과’라는 말을 저는 믿는다. 작은 눈덩이도 굴리고 굴리면 멋진 눈사람이 된다. 양당 가지고는 안 되겠다. 심지어 두 당은 진짜 좀 없어졌으면 좋겠다고 염증을 느끼는 사람도 많다. 거대 양당이 민심과는 완전히 거꾸로 가는 행태를 보인다.”

더불어민주당 이상민 의원이 7일 오후 서울 여의도 국회 의원회관에서 중앙일보와 인터뷰하고 있다. 이 의원은 "거대 양당 체제의 독과점 기득권 구조 고착화로 패거리 정치가 만연하고 있다"고 비판했다. 김경록 기자

더불어민주당 이상민 의원이 7일 오후 서울 여의도 국회 의원회관에서 중앙일보와 인터뷰하고 있다. 이 의원은 "거대 양당 체제의 독과점 기득권 구조 고착화로 패거리 정치가 만연하고 있다"고 비판했다. 김경록 기자

강성 팬덤만 있으면 대표도,대선 후보도 돼

-양당 독과점 구조의 문제를 지적했는데, 지금 실상은 어떻다고 보나.
“최근 윤석열 대통령이 영상에 (비속어) 나오고 하는 데도 아니라고 딱 잡아떼고 (대통령실이) 처음에는 '그게 미국 국회의원이 아니라 한국 야당을 지칭한 것이다'라고 했다가 또 몇 시간 있다가 또 바꾸고 하는 일들이 벌어지고 있지 않나. 우리 당도 이재명 대표 아닌 다른 사람 같으면 사법 리스크 때문에 (국회의원 선거) 공천도 못 받았을 것이다. 무죄 추정 원칙이 있지만, 논란만으로도 배제되는 상황인데 그냥 되는 거다. 팬덤, 강성 지지층만 있으면 대표가 되고 대선 후보가 된다. 상대는 필요 없다. 패거리 정치 행태 고착화하고 있고 정치인은 이에 편승하고 기생한다."
-리더십 차원의 문제는 아니라는 뜻인가.
“지도자가 바뀐다고 해도 현 양당 구조에서는 계속 그렇게 될 수밖에 없다. 왜냐하면 이것이 너무 꿀물 같거든. 지지층 감성만 불러일으키면 대선 후보도 되고 당 대표도 된다. 지금 한국 정치 문화에서 상대를 보고 정치한다는 건 엄청난 용단이 필요한 상황이다.”
-국정감사 때마다 실망스러운 모습을 보이는 것도 양당 체제 탓인가.
“아무리 좋은 대안을 내놔도 언론이 주목 안 하고 당에서도 주목 안 한다. 당원들이 보내오는 문자는 전부 ‘말로만 정부 비판하지 말고 탄핵해라, 해임 건의해라’ 이런 내용이다. 외교부 장관 해임 건의도 안 될 줄 알면서 한 거다. 그건 뭐냐, 당원들 용이다. 윤석열 대통령이 해임 건의 받아들이겠나. ‘안 받으면 그만이고’ 그런 식으로 서로 소모품화 시키는 거다.”
-양당 구조의 기반이 된 소선구제는 용도 폐기해야 한다는 결론인가.
“소선거구제는 민심을 반영하지도 않고 겨우 몇 퍼센트 앞선 1등이 독식해버리지 않나. 대통령도, 국회의원도 한 표만 많으면 다 가져가고 그런다. 유연하게 하려면 여러 명을 뽑는 다수대표제를 해야 한다."

더불어민주당 이상민 의원은 7일 인터뷰에서 "정치 소비자인 유권자를 위해 고품질 정치 서비스 경쟁을 촉발해야 한다"고 말했다. 김경록 기자

더불어민주당 이상민 의원은 7일 인터뷰에서 "정치 소비자인 유권자를 위해 고품질 정치 서비스 경쟁을 촉발해야 한다"고 말했다. 김경록 기자

짬뽕이냐 자장면이냐만 선택하는 선거

-4개 법안의 핵심 지향점은 뭔가.
“정치도 경쟁의 원리가 작동돼 정치 소비자인 유권자를 위해 고품질 정치 서비스 경쟁을 촉발해 서비스가 좋은 정치 세력이나 정치인은 선택하고, 그렇지 않으면 퇴출해야 한다. 주권자로서 유권자의 권리 행사가 상시 작동할 수 있도록 해야 한다. 지금은 선거 때만 유권자가 작동되는데 그것도 강제적 선택이다. 독과점 양자택일 중 짬뽕이냐 자장면이냐 선택하라는 거다. 맛도 없는데도 억지로 꾹꾹 찍어야 하고 그러니까 투표도 안 하고 그러는 거다."
-중대선거구제는 군소정당 난립 등 여러 한계를 갖고 있지 않나. 그래도 중대선거구제로 가야 하는 이유는.
“다양한 정치 세력을 등장하게 하려면 비례대표를 확대하거나 중대선거구를 해야 한다. 중대선거구제를 앞세운 것은 국민의힘 쪽에서 선호도가 높기 때문에 타협을 끌어내려고 그런 것이다. 협상하다 보면 얘기가 진전될 것이다. 중대선거구제는 군소정당 난립할 수 있는데, 다양한 정치 세력의 등장이라는 점에서 오히려 장점이 될 수 있다. 소수의 목소리라도 정치권에 표출돼 타협하고 연합을 끌어내는 발판이 될 수 있어서 오히려 장점으로 작용할 수 있다고 본다."
-제도의 문제라기보다는 운영의 문제라는 지적도 있다.
“당연히 옳은 말인데 제도의 폐해가 드러나고 있기 때문에 그 결함부터 빨리 고치면 운영 수준도 거기에 맞춰 높아질 것이다. 여러 제도가 개선됨으로써 사람들의 의식, 문화 수준도 높아진다고 생각한다."

의회 구조부터 먼저 바꿔 나가야

-다당제가 대통령 중심제와는 함께 작동하기 어렵다. 선거제 개편은 권력구조 개편과 같이 논의해야 하는 거 아닌가.
“당연히 그렇다. 그러면 좋은데 그럼 또 달걀이 먼저냐, 닭이 먼저냐는 논의로 계속 쳇바퀴 돌게 된다. 권력 구조를 바꾸려면 집권 세력이 해야 하는데 문재인 정부 때도 그랬고 정권을 잡으면 바꾸려고 안 한다. 너무나 힘든 작업이다. 그래서 의회 구조부터 바꿔 나가자는 것이다. 종국적으로는 분권형이 될 것이다. 의회 내에서 분권이 되고 다원화되고 연합 정치가 가능하게 되면 정부도 분권을 안 할 수 없게 될 것이다. 권력 구조 거버넌스도 그렇게 갈 것이라고 생각한다."
-독일식 내각제를 지지한다는 뜻인가.
"우리에게 가장 맞는 모델은 독일형이다. 연방 대통령이 국가원수가 되고, 대부분 국정은 의회가 맡는다. 의회 권한이 높아지는 데 반감을 갖는 분들이 있는데 오히려 의회 구성이 분권화하면 상당 부분 (우려가) 해소되고 정치 세력들이 타협할 수 있는 발판이 된다. 우리는 ‘올 오어 낫싱(전부 아니면 전무)’이다. 찬성과 반대만이 능사가 아니라, 협상할 수도 있어야 한다. 그게 민주정치 타결의 요체인데 우리는 익숙지가 않다. 100개 중에 하나만 반대해도 100개가 다 안 되는 거다. 100개 중의 하나가 안 되면 90개는 타협해서 되도록 해야지."
-유권자의 지지도 매우 중요하다. 정치인들이 특권을 내려놓는 등 먼저 모범을 보여야 한다는 비판도 있다.
“100% 맞는 말이다. 저는 국민이 바란다면 무보수도 괜찮다고 본다. 그러나 양론이 있을 수 있고 그렇게 되면 뒤죽박죽된다. 논의만 하다가 말 거다. 특권 내려놓는다면서 전용 엘리베이터 없애는 걸 굉장한 일 인양 내세우는 것처럼 전시행정 식이 난무할 것이다. 본질은 사라지고 시간만 허비할 수 있다. 실타래를 끊어야 하는데 어디부터 우선 끊을지 전략적 차원에서 봐야 한다."

더불어민주당 이상민 의원은 7일 오후 중앙일보와 인터뷰에서 "지금은 의회구조를 바꾸기 위해 결단할 때"라고 촉구했다. 김경록 기자

더불어민주당 이상민 의원은 7일 오후 중앙일보와 인터뷰에서 "지금은 의회구조를 바꾸기 위해 결단할 때"라고 촉구했다. 김경록 기자

지금은 논의할 때가 아니라 결단할 때

-정치개혁을 당사자인 정치권에만 맡기는 게 맞느냐는 의견도 있다.
“선거제 개편은 시민단체, 전문가, 학계가 100인 100색이다. 논의만 무성하다. 지금은 결단할 때다. 권역별로 비례대표를 173명으로 대폭 늘리고 지역구는 중대선거구제로 소수파가 진입할 수 있는 길을 열라는 것이다. 이것만으로도 혁명적이다. 의정활동 하면서 기득권층의 엄청난 반발을 뚫고 세무사법 개정안(변호사에 세무사 자격 자동 부여 폐지)을 14년 만에 통과되게 한 적도 있다. 무수한 시도가 쌓이면 언젠가 덜컥 이루어질 거라고 본다."
-국회 내 정치개혁특위라는 기구도 있는데, 법안 발의에 직접 나선 계기는.
“5선 의원으로서의 책무감과 중압감 때문이다. 당내 쓴소리도 하고 상대 당 비판도 하지만 그저 메아리 없는 외침이다. 현실에서 할 수 있는 일이 별로 없더라. 오랜 숙고의 결과물이 이번 법안이다. 초선 때만 해도 상대 당 의원과 싸워도 밥 먹고 소주도 한잔하고 그랬다. 지금은 단절돼 있다. 강성 지지자 상대로 패거리 정치만 하는 거다. 제도 개혁 말고 다른 해결 방법은 없다. 유능한 정치 신인들이 꿈을 펼칠 수 있는 토대를 만들어줘야 한다. 국감 직후 전문가 의견 듣고 목소리도 내려고 한다."

<문패> ‘정치개혁 4법’ 발의 더불어민주당 이상민 의원 # 안 될줄 알면서 내는 장관 해임안,서로 소모품화하는 정치 끝내려면 # 정치도 경쟁원리 작동,서비스 경쟁 촉발하고 유권자 외면 땐 퇴출케 # 정치개혁 회의론 있지만 역사의 진전은 무수한 시도 끝에 결국 이뤄져 # 다당제 구도 만들어 타협의 정치 시작되면 권력구조 개편도 뒤따를 것

☞중대선거구제
 한 선거구에서 1명의 국회의원을 뽑는 소선거구제와 달리 선거구당 2명 이상을 선출하는 제도.이 제도가 채택되면 선거구가 통폐합돼 현행보다 넓어지게 된다.

☞정치개혁 4개 법안
①공직선거법 개정안(소선거구제→중대선거구제 변경, 권역별 비례대표제 도입) ②정당법 개정안(정당설립 요건 대폭 완화) ③국회법 개정안(교섭단체요건 20석→10석) ④정치자금법 개정안(소수정당 국고보조금 지원 확대)

☞정치개혁 4법 발의 의원(20명)
이상민·김종민·박성준·박용진·서동용·어기구·윤영찬·이원욱·장철민·정성호·조승래·조응천 ·홍영표(이상 더불어민주당) 이명수·이용호(이상 국민의힘) 장혜영(정의당) 용혜인(기본소득당) 조정훈(시대전환) 김홍걸 ·양정숙(이상 무소속)