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DVERTISEMENT

NFT 위해 그림 4000여 점을 태운다고? 데미안 허스트가 또 일을....

중앙일보

입력

업데이트

소방 장갑을 끼고 소각할 작품을 들고 있는 데미안 허스트. [로이텨=연합뉴스]

소방 장갑을 끼고 소각할 작품을 들고 있는 데미안 허스트. [로이텨=연합뉴스]

NFT작품을 선택한 구매자들을 위해 불에 태워지고 있는 오리지널 작품. [로이텨=연합뉴스]

NFT작품을 선택한 구매자들을 위해 불에 태워지고 있는 오리지널 작품. [로이텨=연합뉴스]

불에 타오르고 있는 데미안 허스트의 작품들.[로이텨=연합뉴스]

불에 타오르고 있는 데미안 허스트의 작품들.[로이텨=연합뉴스]

방화 안전 장갑을 손에 낀 작가가 자신이 그린 작품에 직접 불을 붙였다. 1점에 2000달러에 팔렸던 종이는 활활 타오르며 순식간에 재가 됐다.

영국의 화가 데미안 허스트가 11일(현지시간)  NFT(대체불가능 토큰)로 팔린 자신의 작품 원본 수천 점을 태우기 시작했다고 영국 BBC 등 외신들이 보도했다. 허스트의 작품 태우기는 지난해부터 예고된 프로젝트였다.

허스트는 지난해 7월 '화폐(The Currency)'란 제목으로 색색의 땡땡이가 그려진 NFT 작품 1만 점을 판매했다. 판매한 작품은 NFT 버전이 있는 1만 점의 작품이었다. 1점에 2000달러, 모두 2000만 달러어치를 판매한 그는 구매자들에게 가상자산인 NFT와 실제 원본 작품 가운데 한 가지를 선택하라고 했다.

그 뒤 4851명의 구매자가 NFT 작품을, 5149명은 물리적인 종이로 제작된 원본을 선택했다. 이날 허스트가 소각한 것은 NFT를 선택한 구매자의 원본이다. 영국 런던 뉴포트 스트리트 갤러리에서 관련 전시회를 열고 있는 그는 작품 소각을 전시의 퍼포먼스로 기획했다.

이번에 소각되는 작품들은 그의 스튜디오에서 2016년부터 수작업으로 만들어진 것으로 작가의 사인과 함께 컴퓨터가 지어낸 고유한 작품명이 기록돼 있다.

BBC에 따르면, 작품을 태우는 소감이 어떠냐는 질문에 허스트는 "생각했던 것보다 기분이 좋다"고 대답했다. 허스트는 "많은 사람은 내가 수백만 달러의 예술품을 태우고 있다고 생각하지만 사실은 그렇지 않다"며 "물리적 버전을 태워서 이러한 물리적 예술작품을 NFT로 변환하는 작업을 완수하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작품 소각)은 진정한 디지털 작품을 만드는 과정의 일부"이며 "물리적 작품과 디지털 작품은 서로 양립할 수 없다"는 얘기다.

이날 작품 소각 장면은 SNS로 생중계됐으며, 앞으로 남은 많은 작품이 30일 전시가 끝날 때까지 불태워질 전망이다.

BBC는 "생계비를 걱정해야 하는 이 시점에 허스트의 이런 행동이 비난을 불러일으키고 있다"고 전했다. "집에 난방을 켤 여유가 없으면 뉴포트 스트리트 갤러리로 가면 된다. 값비싼 그림들이 잘 타고 있을 것"이라는 조롱 섞인 얘기도 나오고 있다고 덧붙였다.

1990년대 말 이후 'yBa(young British artist)'로 돌풍을 일으키며 스타로 떠오른 허스트는 미술계 안에서 늘 논쟁을 불러 일으켜왔다. 1995년에 터너상을 수상했으나 그를 바라보는 비평가들의 시각도 늘 비판과 옹호 입장으로 나뉘었다. 포름알데히드에 떠 있는 죽은 상어를 작품으로 내놓는가 하면, 18세기 사람의 두개골을 백금과 다이아몬드로 뒤덮고 '신의 사랑을 위하여'라는 제목을 붙이기도 했다. 현재 2000억 원대의 재산을 보유한 그는 영국에서 가장 부유한 예술가로 꼽힌다.

ADVERTISEMENT
ADVERTISEMEN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