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DVERTISEMENT

"한달 이자 100만원 더 내라고?"…대출금리 8% 시대 코 앞에

중앙일보

입력

치솟은 금리에 억눌린 사람들. [일러스트=김지윤]

치솟은 금리에 억눌린 사람들. [일러스트=김지윤]

3년 전 분양받은 아파트가 완공된 지 석 달이 지났지만 신모(35·서울 광장동)씨는 집을 비워놓고 있다. 잔금을 치르지 못해 소유권이전 등기도 못했다. 이 아파트를 분양받으며 그는 5억5000만원의 빚을 졌다. 중도금(4억8000만원)과 계약금(1억6000만원)을 내기 위해 신용대출까지 동원했다.

올해 초만 해도 매달 갚아야 할 이자는 150만원 정도였지만 몇 달 새 이자 부담은 한 달에 100만원 더 늘었다. 그는 “3년만 참으면 억대의 시세차익과 함께 새 보금자리를 가질 수 있으니 합리적인 투자라고 생각했다”고 말했다. 하지만 커지는 이자 부담에 당장 잔금(1억6000만원)을 마련하기도 어려운 상황이 됐다.

전세를 놓고 전세보증금으로 대출을 갚고 잔금을 치르려 했지만 아직 세입자도 찾지 못하고 있다. 그는 “월세 수요는 많은 데 목돈이 필요해 전세를 놓으려다 보니 고민만 커진다”며 “부모님 댁으로 들어가고 지금 사는 집 전세 보증금으로 일단 대출 일부라도 갚아야 할 것 같다”고 말했다.

치솟는 대출에 휘어진 대출자의 허리가 끊어질 지경이다. 한국은행이 12일 기준금리를 0.5%포인트 인상하며 3.0%로 뛰었다. 기준금리 인상으로 평균 6%대로 올라선 은행권 대출금리는 8%에 이를 것이란 전망이 나온다. 대출자의 시름과 한숨이 깊어지고 있다.

기준금리 인상의 직격탄을 맞는 이들은 대출을 발판 삼아 집을 산 ‘영끌족’(대출을 영혼까지 끌어모은 이들)이다. 은행권 주택담보대출 금리가 8%까지 오를 것이란 전망이 나오면서다.

올해 초만 해도 연 3.7% 수준이었던 5대 시중은행의 주담대 평균 금리(변동, 신규 코픽스 기준)는 연 4.4~6.848%까지 올랐다. 예컨대 9억원짜리 집을 사면서 5억원을 대출 받았다면 이자 부담이 올해 들어서만 월 154만원에서 280만원까지 늘어날 수 있다.

그래픽=신재민 기자 shin.jaemin@joongang.co.kr

그래픽=신재민 기자 shin.jaemin@joongang.co.kr

새 아파트를 분양받은 경우 계산은 더 복잡해진다. 대개 아파트 가격(분양가)의 20%인 수준인 계약금만 있으면 살 수 있는 만큼 준공이 다가올수록 자금 마련에 대한 압박이 커질 수밖에 없다. 대개 새 아파트는 계약 시 20%, 공사를 진행하는 도중에 중도금으로 60%, 완공 후 잔금 20%를 내면 입주할 수 있다.

만약 이미 대출 한도만큼 중도금 대출을 받았다면 잔금 마련이 쉽지 않다. 신용대출 금리는 현재 연 7%를 웃돈다. 뛰는 금리로 돈을 빌리기 어려워지면서 미분양 아파트는 물론이고 아파트를 다 짓고도 비어 있어 ‘악성 미분양’으로 불리는 준공 후 미분양도 늘고 있다.

국토교통부에 따르면 전국 미분양 아파트(8월 말 기준)는 3만2722가구다. 지난해 11월(1만4000가구)과 비교해 9개월 사이 1.3배 늘었다. 수도권은 상승세가 더 가파르다. 수도권 미분양 아파트는 5012가구로, 같은 기간 3배 증가했다.

경기도 고양시 덕은동에 있는 부동산 중개업소 관계자는 “대개 완공 후 잔금이 부족하면 전세를 놔서 자금을 확보해 등기부터 하는데 전세자금대출 금리도 오르니 세입자들이 차라리 월세를 찾는 상황이라 악성 미분양이 생기는 것”이라고 말했다.

그래픽=박경민 기자 minn@joongang.co.kr

그래픽=박경민 기자 minn@joongang.co.kr

전세를 놓는 방식으로 자금 마련하는 길도 녹록지 않다. 주택 거래가 확 줄면서 전세시장도 얼어붙었기 때문이다. 올해 들어 8월까지 전국 주택 매매량은 38만5391건으로, 지난해 같은 기간보다 47% 줄었다. 수도권은 매매거래가 57% 줄어 15만4448건에 그쳤다.

집을 팔지 못한 주인들이 전세로 눈을 돌리면서 전셋값도 떨어지고 있다. 한국부동산원에 따르면 이달 첫째 주 전국 아파트값은 0.21% 떨어져 올해 들어 하락 폭이 가장 크다. 서울도 0.2% 하락하며 올해 들어서만 1.43% 떨어졌다.

세입자도 어렵기는 마찬가지다. 전셋값은 떨어졌지만 전세자금대출 금리가 뛰면서 실제 부담은 비슷한 수준이거나 오히려 늘었다. 전세 대신 월세를 찾는 수요가 늘어나는 이유다. 현재 서울‧수도권의 전·월세전환율(전세보증금을 월세로 전환할 때 적용하는 비율)은 4.5% 수준이다. 전세대출 금리는 연 4.26~6.57%(2년 만기, 주택금융공사 보증)다.

임채우 KB국민은행 부동산수석전문위원은 "급격한 금리 인상기에는 대출에 묶여 오도 가도 못하고 옭아 매인 이들에 대한 정책적 대응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ADVERTISEMENT
ADVERTISEMEN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