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로봇이 운반·조립·용접까지…13~15초면 냉장고 1대 뚝딱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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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 04면

경남 창원에 위치한 LG전자 스마트파크 통합생산동 1층에서 5G 전용망 기반 물류로봇들이 바쁘게 돌아다니고 있다. 이 공장에선 13~15초마다 냉장고 1대를 생산한다. [사진 LG전자]

경남 창원에 위치한 LG전자 스마트파크 통합생산동 1층에서 5G 전용망 기반 물류로봇들이 바쁘게 돌아다니고 있다. 이 공장에선 13~15초마다 냉장고 1대를 생산한다. [사진 LG전자]

“칙-.”

3차원을 인식하는 카메라가 달린 로봇팔이 냉장고 압축기를 용접하는데 걸린 시간은 대략 13초 남짓이었다. 빨갛게 달궈진 용접 부위가 모니터에 보였다. 20㎏이 넘는 문을 들어 냉장고에 붙인 뒤 나사를 박는 역할도 로봇이 담당했다.

지난 6일 찾은 경남 창원시 LG전자 스마트파크에선 냉장고 생산이 한창이었다. 거대한 공장은 스스로 살아 움직이는 생명체를 보는 것 같았다. 13~15초마다 냉장고 한 대를 생산하는 이 공장의 자동화율은 60% 수준이다. 생산 공정의 절반 이상을 로봇이 담당하고 있다는 의미다.

강명석 LG전자 실장은 “그동안 용접 작업은 작업자의 피로도에 따라 품질이 달라졌다”며 “피로가 쌓이는 오후 무렵에는 품질이 일정하지 않았는데 로봇이 대체하면서 작업 시간이 2초 정도 단축됐고 품질도 일정하게 됐다”고 설명했다.

지난해 9월 가동을 시작한 이 공장은 올해 3월 국내 가전업계 최초로 세계경제포럼(WEF)의 ‘등대공장’으로 선정됐다. 등대공장은 인공지능(AI) 등 4차 산업혁명의 핵심 기술을 활용해 제조업의 미래를 이끄는 공장을 의미한다.

공장 곳곳에는 자동무인운반차(AGV)가 각종 자재를 실어날랐다. 이 공장에선 600㎏까지 운반할 수 있는 AGV가 136대다. 50분 남짓 공장 견학을 하는 동안 AGV가 운반로에서 비켜 달라고 요란한 소리를 냈다. 5G 통신 모듈을 장착한 AGV는 실시간으로 추적할 수 있다. 공장에 장착된 다양한 센서 정보를 통합한 디지털 트윈(Digital Twin)은 가동 중인 생산 라인과 부품 이동, 재고 상황, 설비 이상 유무를 확인할 수 있다. 디지털 트윈은 이 공장의 디지털 쌍둥이다. LG전자 관계자는 “디지털 트윈을 활용해 10분 후 작업 상황을 예측하고 필요한 부품을 미리 공급해 작업 효율성을 높인다”고 말했다.

조립 라인에선 서로 다른 제품이 동시에 만들어졌다. 정수 기능이 추가된 냉장고 모델 옆에 부가 기능이 빠진 냉장고가 생산됐다. 서로 다른 모델을 동일한 라인에서 만드는 ‘혼류 생산’이다. 적재적소에 부품을 공급해야만 가능한 생산 방식이다. 이 공장에서 쓰이는 냉장고 문만 58종에 이른다. 물류 로봇이 없었다면 불가능했을 생산 방식이다. 여기에 천장에는 컨베이어 벨트를 설치해 최대 30㎏의 자재 박스를 운반할 수 있도록 했다. 혼류 생산에도 불구하고 시간당 제품 생산 대수는 20% 가까이 증가했다.

스마트파크 내 식품과학연구소에선 조리용 프로그램 개발이 한창이었다. 냉장고 조립라인이 LG 가전의 하드웨어라면 연구소는 소프트웨어에 비유할 수 있다. LG전자 광파오븐의 자동 조리 프로그램을 이곳에서 개발한다. 박상호 LG전자 리더는 “김치 보관용 발효 기술은 1년 이상이 걸리기도 한다”고 말했다. 바로 옆 식물과학연구소에선 식수를 분석하는 등 최근 주목받고 있는 정수기 개발이 한창이었다. 올해 하반기 출시할 냉장고와 정수기 테스트도 한창이었다.

LG전자는 2025년까지 6000억원을 투자해 창원 스마트파크를 확장할 계획이다. 냉장고 생산라인 1기를 추가하고 오븐과 식기세척기 라인도 추가할 예정이다. LG전자는 고객 주문형 생산에도 도전할 계획이다. 고객이 각종 부가 기능을 선택하면 맞춤 생산해 배송까지 마무리하겠다는 것이다. 맞춤형 주문 생산이 도입되면 가전 시장은 또다시 변화할 것으로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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