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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해외서 한국어 인기 늘었지만…문제는 인프라”

중앙일보

입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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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18면

성균관 대성전 앞에 선 킹 교수. 김성룡 기자

성균관 대성전 앞에 선 킹 교수. 김성룡 기자

“한국어 전공 박사생은 안 받습니다.”

캐나다에서 ‘한국어 가르치는 외국인’ 로스 킹(61) 브리티시컬럼비아대(UBC) 아시아학·한국어문학과 교수는 이렇게 선언했다. 한국어를 전공한 언어학자인 그가 지난 20여 년간 배출한 박사 6명은 모두 한국어 교육이 아닌 한국문학이나 한국사를 전공했다. 그중 ‘테뉴어’(종신 재직권)를 받은 제자는 아직 1명뿐이고, 마지막 제자는 고등학교 교사로 재직 중이다. 안식년을 맞아 방한한 그를 최근 서울 성균관대에서 만났다.

킹 교수는 “시장이 너무 안 좋다”고 지적했다. 그는 “한국어 교육을 가장 잘한다는 UCLA에서 한국어학으로 박사 학위를 받은 7명 중 6명이 교수가 아닌 강사(lecturer)”라며 “비싼 돈 내고 힘들게 공부했는데 교수 자리가 없으면 왜 하겠나. 그런 사람은 배출하고 싶지 않다”고 말했다.

한국어에 대한 인기는 최근 급격히 늘었다. “북미에서 지난 10년간 모든 외국어 수강생 수가 10% 감소했는데, 유일하게 한국어 수강생만 70% 늘었을 정도”다. 그는 “그렇다고 한국어 전공자가 늘지는 않았다”고 했다. “장학금만 있으면 오겠다는 학생은 너무나 많은데 기초 인프라가 안 돼 있기 때문”이란다. “일본학이나 중국학은 돈이 남아돌아요. 일본은 그 투자를 70년대 초부터 했거든요. (한국국제교류재단은 1991년 출범했다) 일본은 도시바 센터, 소니 펠로우십 등 대기업 이름 붙은 인프라가 숱한데, 한국의 삼성 센터, SK 펠로우십 같은 건 왜 없나요?”

킹 교수가 한국어에 관심을 갖게 된 건 대학교 2학년 때다. ‘아예 모르는 언어’를 언어학자로서 기록하는 방법을 배우는 수업에서 한국에서 온 유학생을 만나 연구하면서다.

한국에는 1981년 여름 처음 방문했다. 수영선수 자격으로 미8군 수영장에서 하루 2시간씩 훈련을 하면서 아주머니들과 수다를 떨면서 한국어를 배웠다. 그 사이 한국에 대한 지구촌의 관심은 당시와는 비교도 안 되게 커졌지만 킹 교수는 “달라진 건 없다”고 꼬집었다. 그는 “한국어 수업이 있는 북미권 대학 140곳 중 4년 커리큘럼이 있는 곳은 극히 소수”라고 말했다.

정부 차원의 지원도 저조한 실정이라고 킹 교수는 아쉬워했다. “한국학은 정부에만 의존하기엔 여전히 (관련 기관이) 돈도 없고 힘도 약해요. 이제는 바뀔 때가 됐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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