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트럭폭탄? 원격 조종 보트? 크림대교 폭파 미스터리…러 “우크라 특수부대 트럭 이용” 일각 “다리 아래서 폭발”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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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4면

지난 8일(현지시간) 벌어진 크림대교(케르치해협대교) 폭파 사건에 대해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은 우크라이나 특수기관의 소행이라고 비난했지만, 미스터리한 점이 많다고 BBC와 파이낸셜타임스(FT)가 9일 보도했다. 사건 배후는 물론 폭발 경위 자체도 미궁으로 남을 가능성이 있다.

러시아는 크림대교의 차량용 교량을 지나던 트럭에서 폭탄이 터져 교량 일부가 무너지고 근처 유조열차로 불이 옮겨붙었다며 이것이 우크라이나 측 소행이라고 주장했다. 러시아 정부 조사위원회의 알렉산드르 바스트리킨 위원장은 “우크라이나 특수기관이 러시아의 주요 민간 인프라 시설을 파괴하려는 목적으로 이를 준비했다”며 “해당 트럭은 불가리아·조지아·아르메니아·북오세티야·크라스노다르 등을 지나왔다. 트럭을 운전하고 테러 행위를 조직한 용의자의 신원을 파악했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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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러나 BBC는 폭발 전문가를 인용해 러시아가 지목한 트럭은 이번 폭발에 관여하지 않았다고 전했다. BBC는 영상을 분석한 결과 폭발은 러시아가 지목한 트럭 뒤에서 발생했다고 덧붙였다. 영국 육군에서 복무한 폭발물 전문가는 BBC에 “지금까지 차량에 실려 운반되는 급조폭발물(IED)을 많이 봐왔지만, 이번 폭발은 차량을 이용한 폭탄에 의한 것으로 보이지 않는다”고 말했다.

트럭이 직접적인 원인은 아니지만, 피해를 키운 건 맞다는 분석도 있다. 우크라이나 내무부 고문을 지낸 빅토르 안드루시프는 FT에 “트럭에 농약 등 화학물질이 실려 있었을 가능성이 있다”면서 “이 때문에 폭발 규모가 커졌을 것”이라고 말했다.

크림대교는 러시아가 본토와 크림반도를 잇기 위해 개통한 19㎞ 길이 다리다. 러시아가 2014년 크림반도를 무력 병합한 뒤인 2016년 착공돼 도로교는 2018년, 철도교는 2019년 각각 개통됐다. 도로교 개통식 다음 날 푸틴 대통령이 주황색 트럭을 몰고 다리를 건너는 이벤트를 연출해 ‘푸틴의 다리’라는 상징성을 얻었다.

일부 전문가는 폭발의 형태 등을 볼 때 상판이 아닌 다리 아래에서 폭발이 일어났다고 분석했다. 한 전문가는 “교량은 아래에서 위로 향하는 충격에 더 약하다”고 말했다. 영상을 보면 폭발 몇 초 전 크림대교를 떠받치는 지지대 옆에서 작은 배로 인해 생긴 물결처럼 보이는 것이 확인된다. BBC는 “우크라이나가 해상에서 원격 조종 가능한 감시·타격 운송수단을 갖췄다는 근거 있는 보고가 있다”면서 “이 작전은 수년에 걸쳐 개발된 것”이라고 전했다. FT도 우크라이나군이 수년 전부터 교량 폭파를 연구하는 팀을 운영해 왔다고 보도했다.

지난 9월 21일 러시아 흑해함대 본부가 위치한 크림반도 세바스토폴 근처에서는 잠망경과 닮은 장치를 장착한 무인 보트가 발견되기도 했다. 당시 러시아군은 이 보트를 조사한 후 해상에서 폭파했다.

우크라이나는 크림대교 폭발에 대해 침묵하고 있다. 우크라이나는 지난 4월 러시아의 흑해 기함 모스크바함 침몰 사건과 8월 크림반도 내 해군 비행장 폭발 때도 같은 입장을 보였다. CNN 모스크바 지국장을 지낸 질 도허티는 “(푸틴 대통령은) 크림대교에 대한 공격이 러시아 영토에 대한 공격일 뿐만 아니라 자신을 겨냥한 모욕이라고 받아들이고 무자비한 보복을 할 공산이 크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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