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DVERTISEMENT

[단독] 1만1000원 걸림돌…난폭운전 걸러낼 장치 활용률 20%뿐

중앙일보

입력

업데이트

버스와 택시, 1t 초과 화물차 등은 운행기록장치 부착이 의무다. 뉴스 1

버스와 택시, 1t 초과 화물차 등은 운행기록장치 부착이 의무다. 뉴스 1

 과속이나 난폭운전 여부를 실시간으로 확인할 수 있도록 사업용 차량에 의무적으로 부착하는 운행기록장치의 실제 활용률이 20% 안팎에 그치는 것으로 나타났다. 특히 실시간 활용비율은 1%를 조금 넘을 뿐이었다.

 이 같은 사실은 9일 국토교통부가 국회 국토교통위원회 김학용 의원(국민의힘)에게 제출한 '사업용 차량 디지털 운행기록계 활용현황'자료에서 확인됐다.

 이에 따르면 현행 교통안전법상 운행기록장치(운행기록계)를 의무적으로 달아야 하는 차량은 1t 초과 화물차와 버스, 택시, 그리고 어린이통학버스 등 모두 60만대 가까이 된다.

 과속과 난폭운전 등에 따른 사업용 차량의 교통사고 예방대책 중 하나로 지난 2008년 도입된 운행기록장치는 차량 속도와 급가감속, 위치, 주행거리 등을 자동으로 기록해주는 장치다. 비행기의 블랙박스와 유사한 개념이다.

디지털 운행기록장치. 사진 위키백과

디지털 운행기록장치. 사진 위키백과

 이 기록계에 담긴 정보만 살펴보면 운전자가 과속이나 난폭운전을 했는지, 정규 노선대로 운행했는지, 의무 휴식시간을 준수했는지 여부 등을 한눈에 알 수 있다. 정보 분석은 국토부의 위탁을 받아 한국교통안전공단이 맡고 있다.

 장착대상의 운행기록장치 부착률은 100%로 6개월 또는 1년마다 하는 자동차 정기검사 때 장착 여부를 확인하고 있다. 지난 2011년에서 2014년 사이엔 정부가 581억원을 들여 차량당 10만원씩을 보조해주기도 했다.

 하지만 정작 이 장치의 실시간 활용률은 크게 떨어진다. 3분마다 실시간으로 속도와 위치 등을 파악하고 있는 건 유사시 대형사고가 우려되는 위험물수송차량 1만여대가 전부다. 의무장착대상의 1.7%에 불과하다.

 또 실시간은 아니지만, 하루 단위로 운행기록을 제출받는 차량은 약 12만 대로 전체의 20%에 그친다. 운행기록계 10대 중 8대는 사실상 거의 활용되지 못하고 있는 셈이다.

 이렇게 활용률이 떨어지는 건 운행기록계에 담긴 정보의 실시간 제출이 의무가 아니기 때문이다. 국토부나 지자체 등 교통행정기관이 제출을 요구하는 때만 제공하면 된다.

 게다가 차량의 운행기록계를 끄고 운행해도 현실적으로 적발이 어려운 상황이다. 다만 버스는 별도 규정에 따라 행정기관의 요청과 상관없이 한 달 단위로 운행정보를 제출하고 있다.

 익명을 요구한 교통안전 전문가는 "실시간으로 사업용 차량의 운행 정보를 확인할 수 있게 되면 운전자와 업체도 신경을 더 쓰게 될 것"이라며 "과속과 난폭운전, 과로운전 등으로 인한 교통사고를 상당수 줄일 수 있다"고 말했다.

 그는 또 "사업용 차량에 정부가 유가보조금을 주고 있는 만큼 반대급부로 해당 차량에 교통안전을 위한 적극적인 정보제공을 요구할 필요가 있다"라고도 했다.

어린이통학버스도 운행기록장치 의무 장착 대상이다. 뉴스

어린이통학버스도 운행기록장치 의무 장착 대상이다. 뉴스

 그러나 해당 기사들과 관련업계에선 정부의 감시와 통제, 그리고 불이익 등을 우려해 실시간 정보 제공에 반대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실시간 정보 제출을 하려면 차량마다 별도의 통신비(월 1만 1000원)를 부담해야 하는 점도 걸림돌이다.

 이 때문에 국토부도 실시간 정보 제공에 섣불리 나서지 못하고 있다. "업계 반발과 장착의무자의 정보 제출 실현가능성 등을 검토한 뒤 실시간 제출에 대한 제도화 추진이 필요하다"는 원론적 입장만 밝힐 뿐이다.

 이에 대해 김학용 의원은 "운행기록계가 도입 취지에 맞게 교통안전에 최대한 활용될 수 있도록 국토부가 업계와 적극적인 협의를 통해 해결책과 지원방안을 찾아야만 한다"고 말했다.

ADVERTISEMENT
ADVERTISEMEN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