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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도류'로 변신한 이대호… 은퇴경기 승리로 장식한 롯데

중앙일보

입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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은퇴경기에서 투수로 나선 롯데 이대호. 연합뉴스

은퇴경기에서 투수로 나선 롯데 이대호. 연합뉴스

한국 야구 최고의 타자 이대호(40·롯데 자이언츠)가 현역 마지막 경기에서 '이도류'로 변신했다. 롯데는 승리로 이대호와 작별했다.

이대호는 8일 부산 사직구장에서 열린 LG 트윈스와의 홈 경기에 4번 타자 1루수로 선발 출전해 4타수 1안타 1타점으로 활약해 롯데의 3-2 승리에 일조했다. 8회 초에는 투수로 깜짝 변신해 한 타자를 잡고 홀드를 세웠다.

이날 경기는 '조선의 4번 타자' 이대호의 현역 마지막 경기였다. 이대호는 첫 타석부터 매섭게 방망이를 휘둘렀다. 1루, 3루 관중석을 향해 허리 숙여 인사를 한 그는 1회말 2사 1루에서 LG 선발 투수 김영준의 직구를 받아쳐 1타점 2루타를 날렸다. 이대호의 통산 2199번째 안타. 사직구장을 가득 메운 2만2990명의 팬들은 "이대호"를 목청껏 외치며 기뻐했다.

LG는 2회 초 2점을 뽑아 경기를 뒤집었다. 롯데는 2회 말 '포스트 이대호' 한동희가 홈런을 터트려 2-2로 균형을 맞췄다.

은퇴 경기에서 2루타틀 때려낸 이대호. 송봉근 기자

은퇴 경기에서 2루타틀 때려낸 이대호. 송봉근 기자

이대호는 영화 '해운대'에 출연해서 뛰어난 연기력을 선보였다. 당시 설경구가 분한 최만식은 이대호에게 "병살타 많이 치니 배부르나"란 대사로 웃음을 자아냈다. 이대호는 이날 경기에서 2개의 병살타를 쳤다. 통산 239개로 1위. 하지만 롯데 관중석은 화기애애했다.

수비에서는 '수비 요정'다운 날렵한 모습을 뽐냈다. 4개월여 만에 1루수로 나선 이대호는 3회 문보경의 강습타구를 잡아내는 등 멋진 플레이를 여러 차례 선보였다. 경기 마지막 아웃카운트도 만들어냈다. 3-2로 앞선 9회 초 2사 2루에서 유강남의 3루수 땅볼이 원바운드로 날아왔지만 멋지게 잡아내 경기를 마무리지었다.

은퇴 경기의 하이라이트는 8회 초였다. 7회말 타격을 마친 이대호는 불펜으로 이동해 투구 연습을 했다. 그리고 7회 말 고승민의 적시타로 3-2로 앞선 상황에서 네 번째 투수로 마운드에 올랐다. 2001년 롯데 입단할 당시 그의 포지션은 투수. 어깨 부상으로 타자 전향했지만, 프로 마지막 경기에서 처음으로 투수로 변신했다.

10번 이대호가 적힌 유니폼을 입고 경기한 롯데 선수단. 뉴스1

10번 이대호가 적힌 유니폼을 입고 경기한 롯데 선수단. 뉴스1

경기 전 "20년 가까이 투수로 등판할 수 있도록 준비했는데 그 기회가 주어질지 모르겠다"며 강한 의욕을 드러낸 이대호는 타석에 들어선 LG 마무리 고우석을 상대했다. 지난 올스타전에서 투타 대결을 펼쳤던 두 사람은 투타를 바꿔 만났다. 이대호는 투수 앞 땅볼로 처리한 뒤 구승민에게 마운드를 넘기면서 홀드를 기록했다. 4타수 1안타 1타점을 올린 이대호는 투타에서 모두 활약했다.

래리 서튼 롯데 감독은 "어떤 작가가 영화를 써도 이것보다 더 잘 못 쓸 것 같은 하루였다. 특별한 날이었는데 스트레일리가 선발로서 제 역할을 잘 해줬고. 이대호가 마지막까지 정말 좋은 수비, 공격에 좋은 집중력 있는 모습을 보여줬다. 특별한 순간답게 한 타자를 상대하면서 투수 이대호의 모습도 볼 수 있는 하루였다"고 했다.

주장 전준우는 "대호 형의 은퇴 경기라 지금까지의 최종전보다 더더욱 남달랐던 경기였다. 비록 좋은 성적을 거두진 못했지만 대호 형과 함께 해왔던 날들이 주마등처럼 지나가는데 오늘을 잊지 못할 것 같다. 팀에서 큰 역할을 해주던 선배가 빠지면서 빈 자리를 느끼겠지만 조금 더 성장한 모습으로 인사드릴 수 있도록 하겠다"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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