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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남고 투수 이대호, 22년 만에 마운드 섰다

중앙일보

입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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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운드에 올라 LG 고우석을 상대한 이대호(왼쪽). 뉴스1

마운드에 올라 LG 고우석을 상대한 이대호(왼쪽). 뉴스1

경남고 투수 이대호(40)가 22년 만에 마운드에 섰다. 은퇴 기념 경기에서 투수로 등판했다.

8일 부산 사직구장에서 열린 롯데 자이언츠와 LG 트윈스의 경기. 7회 말 네 번째 타석에서 유격수 플라이아웃으로 물러난 이대호는 불펜으로 향했다. 그리고 투구 연습을 하기 시작했다. 경기 전 래리 서튼 롯데 감독이 말했던 "특별한 이벤트"를 위해서였다.

롯데는 이후 7회 고승민의 적시타로 3-2로 앞서갔다. 그리고 8회 초를 앞둔 공수 교대 시간. 이대호는 마운드로 향했다. 사직구장에선 엄청난 환호성이 터져나왔다.

입단 당시 투수였던 이대호의 모습. 사진 롯데 자이언츠

입단 당시 투수였던 이대호의 모습. 사진 롯데 자이언츠

이대호는 경남고 시절 투타에서 모두 뛰어났다. 2001년 1라운드 전체 4순위로 지명받은 이대호는 당시 투수로 입단했다. 등번호는 64번. 그러나 어깨 부상으로 인해 타자로 전향했고, 프로야구 역사에 남을 대타자로 성장했다. 그리고 은퇴 경기를 맞아 데뷔 후 처음 투수로 마운드에 올랐다.

LG 트윈스는 곧바로 대타를 기용했다. 투수인 고우석이 방망이를 들고 타석에 섰다. 류지현 LG 감독은 경기 전 "이대호를 상대할 만한 인연이 있는 선수가 팀에 많지 않다. 그래서 올스타전에서 이대호를 상대한 고우석을 대타로 내겠다"고 예고했다. 고우석은 충암고 1학년인 2014년 타율 0.286을 기록했다.

두 사람은 이대호의 첫 은퇴투어가 진행된 올스타전에서 투타 대결을 펼쳤다. 당시 연장전에 접어들면서 이대호가 속한 드림 올스타는 포수 김민식(SSG 랜더스)을 투수로 올렸으나, 나눔 올스타는 고우석이 등판했다. 고우석은 이대호에게 시속 158㎞ 강속구를 뿌려 삼진을 잡았다. 이대호는 고우석에게 엄지를 치켜세웠다.

고우석 역시 프로 첫 타격. 투타를 바꿔 만난 두 사람은 치열하게 맞붙었다. 이대호의 초구는 전광판에 시속 126㎞로 찍혔다. 스트라이크가 들어가자 팬들의 환호성은 더 커졌다. 이대호는 1볼-2스트라이크로 몰고 가며 압도했다. 베이스볼투아이 최고 구속은 129㎞. 고우석은 이대호의 4구째를 받아쳐 강한 타구를 날렸으나 이대호가 재빠르게 잡아낸 뒤 1루에 던져 아웃시켰다.

롯데는 이대호를 다시 1루수로 보내고, 투수 구승민으로 교체했다. 1루수였던 전준우는 좌익수로 이동했다. 이대호는 고우석을 끌어안고, 웃으며 격려했다. 3-2로 앞 선 상황이었기 때문에 이대호는 프로 첫 등판에서 홀드를 기록했다. '투수 이대호'가 롯데 팬들에게 또 하나 잊을 수 없는 선물을 건넸다.

이대호의 공을 받은 포수 지시완은 "생각보다 스피드가 나왔다. 시속 120㎞대의 공같지 않았다. 이런 자리에서 내가 대호 형의 공을 받았다는 게 큰 영광이다. 이벤트지만 나에겐 너무 소중한 시간이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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