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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창완 “45년 전 내 목소리, 지금의 나를 꾸짖더라”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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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16면

6일 데뷔 45주년 기념 ‘산울림 리마스터 프로젝트’ 기자간담회에 참석한 가수 김창완. [뉴스 1]

6일 데뷔 45주년 기념 ‘산울림 리마스터 프로젝트’ 기자간담회에 참석한 가수 김창완. [뉴스 1]

“사라지는 것에 대해 미련 가질 것 없다는 게 제 삶의 철학이에요. 이제 와서 옛날 것을 다시 끄집어낸다고 무슨 의미가 있겠냐 싶어서 별로 내키지 않는 작업이었어요. 그런데 막상 들어보니 ‘쥬라기 공원’이 따로 없더라고요. 호박 화석 속 모기 DNA로 공룡을 되살린 것처럼 45년 전 제 목소리가 되살아나서 질책하더군요. 노래 좀 똑바로 하라고. 그때의 떨림과 불안이 고스란히 느껴지는데, 요즘 내가 부르는 노래는 너무 겉멋이 들었구나 싶었죠.”

올해 데뷔 45주년을 맞아 ‘산울림 리마스터 프로젝트’를 시작한 가수 김창완(68)이 6일 서울 망원동 벨로주에서 기자들을 만나 밝힌 소회다. 산울림은 1977년 김창완(보컬·기타), 김창훈(베이스), 김창익(드럼)으로 구성된 가족밴드로 데뷔했다.

이번 리마스터 작업은 에꼴 드 고래 김경진 대표의 제안으로 이뤄졌다. 2008년 산울림 전집 ‘더 스토리 오브 산울림’을 CD로 발매했던 김 대표가 “한국에선 마스터 릴 테이프가 남아있는 경우가 극히 드물다. 설령 있다 해도 권리 관계가 복잡하게 얽혀있는 경우가 많은데 본인이 직접 보유하고 있어서 가능했다. 한국 가요사에도 의미 있는 작업”이라고 설득했다.

리마스터 작업은 2012년 최우수 녹음 기술상, 2016년 최우수 합창 퍼포먼스상 등 그래미 수상자인 황병준(55) 레코딩 엔지니어가 합류하면서 가속도가 붙었다. 지난 60년간 마이클 잭슨·프린스·닥터 드레 등과 작업해온 마스터링의 거장 버니 그런드만(79)도 힘을 보탰다. 황병준씨는 “있는 그대로 옮기는 것을 목표로 인위적으로 소리를 더하거나 빼지 않고 음색이나 크기 조절도 하지 않았다”고 덧붙였다. 이날 들려준 리마스터링된 곡들은 뿌연 안개를 걷어낸 듯 생생한 음질을 자랑했다. 오는 20일 산울림 1집 ‘아니 벌써’를 시작으로 1년 동안 정규 앨범 13장과 동요 앨범 4장, 김창완 솔로 앨범 3장 등 총 20장을 순차적으로 LP와 디지털 음원으로 재발매할 예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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