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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간]조선에 온 일본 화가들…무엇을 보고 어떻게 그렸을까

중앙일보

입력

1910년 조선이 일본에 강제 병합된 뒤, 많은 일본인 화가들이 새로운 식민지를 화폭에 담았다. 근세 이전까지 일본인은 여행조차 어렵던 조선이 그림의 대상이 되기 시작했다.

조선을 찾아온 일본 화가들은 무엇을 보고 어떻게 그렸을까? 『일본 근대미술의 조선표상』은 한일 근대미술사의 전문가인 저자(김정선 동아대 역사문화학부 조교수)가 이런 의문을 풀기 위해 추적했던 논문들을 책으로 엮었다.

표지. 제공 출판사

표지. 제공 출판사

식민지와 지배국의 관계는 대개 에드워드 사이드의 오리엔탈리즘 비판을 근거로 해석하곤 한다. 실제로 1910년대 후반부터 증가하는 일본인 화가들의 기행문에서 조선은 일본에선 보기 힘든 밝은 색채가 넘쳐나는 공간인 동시에 "1000년 전의 일본의 오랜 생활 상태”, “현대 생활에서 몇 세기 전의 유장(悠長)한 세계”로 묘사된다.

근대의 세례를 받은 제국의 화가에게 조선은 일본에선 이미 진귀한 것이 된 화제(畵題)를 얻을 수 있는 미지의 공간이자 후진적이며 열등한 식민지적 장소였다. 다른 한편으로 조선은 일본인 화가들에게 선망의 대상이기도 했다. 일본 화가들에겐 서구의 미술 사조에서 벗어나 '일본적 서양화'를 창출해야 하는 사명이 있었고, 이런 면에서 자신들의 문화적 연원인 아시아, 동양에 주목해야 했다.

저자는 기존의 제국-식민지, 지배-피지배의 단선적 구조에 벗어나, 이러한 표리적(表裏的), 양의적(兩義的) 특징에 주목한다. 다수의 일본 화가들이 조선을 표면적으론 차별하거나 부정했지만, 동시에 거부할 수 없는 매력을 느끼는 이중성을 보였다고 설명한다.

이런 관점에서 책은 조선 병합을 계기로 조선을 마주하게 된 일본인 화가들의 눈에 비친 조선의 모습을 추적하고, 조선 표상의 담론들이 어떻게 화가들의 조형적 실천으로 이어져 새로운 근대미술로 변용되었는가를 밝힌다.

저자는 이런 작업이 한국 근대미술의 형성을 살펴보는 또 다른 관점을 제공할 것이라고 기대했다. 식민지 공간의 표리적, 혼성적 특징이 토착화된 오리엔탈리즘이라고 부를 수 있는 자기 표상의 문제와 무관하지 않다는 점 때문이다.

책 1부는 일본 근대미술의 대표적인 화가, 유아사 이치로(湯浅一郎), 츠치다바쿠센(土田麦僊), 후지시마다케지(藤島武二)가 제작한 조선주제 작품을 중심으로, 2부는 ‘공적’ 전시라 할 수 있는 근대기 벽화 가운데 조선호텔벽화, 성덕기념회화관벽화, 조선총독부벽화를 다루고 있다. 한국인이 접하기 힘든 작품들을 컬러 도판으로 실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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