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푸틴의 핵버튼, 김정은 자극할 수 있다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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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민석 기자 중앙일보 전문기자
김민석 군사안보전문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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푸틴의 핵, 김정은의 미사일

그래픽=박경민 기자

그래픽=박경민 기자

푸틴의 핵, 김정은의 미사일 #푸틴이 핵무기 쓰면 전쟁 커질 듯 #김정은, 7차 핵실험 뒤 도발 예상 #시진핑, 3연임 후 대만 노릴 수도 #군·정부, 킬체인 등 재정비 나서야

푸틴이 핵무기 쓰면 전쟁 커질 듯김정은, 7차 핵실험 뒤 도발 예상
시진핑, 3연임 후 대만 노릴 수도  
군·정부, 킬체인 등 재정비 나서야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이 우크라이나 전쟁에서 열세를 만회하기 위해 핵무기를 사용할 수도 있다는 우려가 점점 커지고 있다. 그런데 우리 사회의 일부 청년들 사이에서 한국도 위험하다며 안전한 해외로 떠나자는 분위기가 있다고 한다. 어떤 대학원생은 전쟁 위험이 적고 정치적으로 안정된 아프리카 국가로 가는 항공권까지 사려고 한다는 것이다.
 한국이 위험할 수 있다고 도피하려는 일부 학생들의 사고방식은 1973년 4차 중동전쟁 때 이스라엘이 위기에 빠지자 해외 유학 중이던 이스라엘 학생들이 조국을 구하기 위해 달려갔던 기억과 대비된다. 그래서 도대체 어떤 이유로 한국을 탈출하려는지 추적해봤다. 내용은 이렇다.

푸틴의 핵, 김정은 자극할 우려
 국내에서 내로라하는 특수대학 박사과정 학생들이 최근 국제경제 등 흐름을 논의하던 중 조만간 우크라이나 전쟁이 크게 번질 가능성을 걱정했다고 한다. 러시아의 일방적인 침공으로 발생한 우크라이나 전쟁은 21세기 현대사회에서 있을 수 없는 일이지만, 푸틴 대통령이 불리한 전세를 만회하기 위해 전술핵무기를 사용할 수 있다는 것이다. 러시아의 동원령이나 우크라이나 점령지의 주민투표에 이은 러시아 영토화가 전술핵을 사용하기 위한 명분 쌓기라는 판단도 있다. 틀린 분석은 아니다.
 학생들의 추론은 여기서 한발 더 나아갔다. 푸틴이 위기를 극복하기 위해 핵무기를 사용하면 북한 김정은이 오판할 수 있다는 것이다. 숭어가 뛰니 망둥이도 뛴다는 속담처럼 푸틴이 핵을 사용하면 김정은도 따라 할 수 있다는 차원에서다.
 여기에다 중국 시진핑 주석까지 대만 공략에 나설 수 있다. 전선이 갑자기 우크라이나에서 한반도와 대만 등 3곳으로 확장되면 미국도 동시에 감당하기 어려운 건 사실이다. 한반도 방어에 공백이 생길 수 있다. 그래서 미리 한국을 떠나자는 얘기가 나왔다. 물론 한국 탈출을 비판하는 여론이 많았지만, 일부 학생들은 해외도피에 동조했다고 한다.
 우크라이나 전황을 보면 실제 러시아가 불리하다. 이 전쟁은 러시아가 처음부터 단추를 잘못 끼우는 바람에 3일 만에 전광석화처럼 우크라이나를 점령하려던 전략목표에 실패했다. 사이버 해킹에 이은 정보작전과 군사력 투입 등 3단계 전략이 뜻대로 되지 않았다.
 러시아는 우크라이나에 항복을 받아내기는커녕 석 달이 지난 현재 작전 한계에 봉착했다. 미 국방부에 따르면 러시아는 이미 8만 명에 가까운 병력을 희생했고, 열차에 의존하는 군수지원도 원활하지 않다.
 미사일은 대부분 소모해 원거리 공격도 제한적이다. 러시아 전투기가 미사일 대신 일반 폭탄을 투하하기 위해 전투지역 상공에 진입하면 우크라이나군 대공미사일에 요격되기에 십상이다. 우크라이나에서 시가전은 러시아군이 절대적으로 불리하다. 우크라이나 주민은 러시아군에 적대적이다. 도로 모퉁이마다 우크라이나군 로켓포와 대전차미사일이 러시아군 전차와 장갑차를 기다리고 있다.

우크라의 반격, 푸틴은 진퇴양난
 우크라이나군은 나토(북대서양조약기구)와 미국이 제공한 고속기동포병로켓시스템(HIMARS·하이마스) 등 각종 무기로 무장을 강화하고 있다. 최근 연전연승에 사기도 오르고 있다. 러시아는 진퇴양난 상태에서 밀리고 있다. 그 사이 러시아 경제는 거덜 나고, 푸틴의 정치적 입지도 흔들릴 수 있다.
 지난달 30일엔 러시아가 우크라이나 돈바스와 루한스크·자포리자·헤로손에 대한 합병조약을 체결한 지 하루가 지나기 전에 돈바스의 요충지 리만이 우크라이나군에 탈환됐다. 우크라이나군은 헤로손 인근의 남부 전선도 공략하고 있다. 헤로손이 우크라이나군에 탈환되면 러시아가 장악하고 있는 크림반도 전체에 영향을 준다. 헤로손 지역에는 드네프르 강에서 크림반도로 연결되는 운하가 있는데, 이 운하를 끊으면 크림반도의 상수원 확보가 곤란해진다.
 푸틴도 이런 사정을 파악했는지 점령지인 돈바스 등 우크라이나 땅 4곳을 러시아 영토로 병합을 서둘러 선언했다. 이를 근거로 푸틴은 우크라이나군이 영토 회복을 위해 이 지역에 진입하면 영토 침범으로 간주하고 전술핵을 사용할 수도 있다고 위협한다. 지난 3일 영국 일간지 더타임스는 러시아의 핵 장비 열차가 우크라이나를 향해 출발했다고 보도했다.

북한, 핵 선제 사용 근거 마련
 이런 상황에 북한은 지난 4일 중거리 탄도미사일(IRBM) 화성-12(추정)를 발사했다. 이 미사일은 마하 17(음속 17배) 속도로 일본 열도를 넘겨 4500㎞를 날아갔다. 북한이 일본 열도를 통과하는 미사일을 쏜 것은 2017년 이후 5년 만이다. 화성-12는 한반도 유사시 미군 전략자산 발진기지인 괌을 타격할 수 있다.
 북한은 최근 동해에서 한·미·일이 동해에서 해상훈련을 하던 중에도 미사일을 쐈다. 북한이 지금까지 한·미 연합훈련 중에는 도발하지 않았는데 이젠 그마저도 의식하지 않는 것으로 보인다. 북한은 올해 들어 미사일을 23차례나 발사했다.
 북한 최고인민회의가 9월 8일 채택한 ‘핵무력 정책법’은 자못 심각하다. 이 법은 핵무력의 사명과 핵무기 사용조건 등 11개 항목으로 구성돼 있다. 그 사명을 보면 핵무기는 국제사회에서 전쟁억제가 기본인데도 “적대세력의 침략과 공격을 격퇴하고, 전쟁의 결정적 승리를 달성하기 위한 작전적 사명을 수행한다”고 명시하고 있다. 필요하면 유사시 핵무기를 공세적 쓸 수 있다는 의미다.
 5항 ‘핵무기 사용조건’은 ①핵무기를 비롯한 대량살상무기로 북한이 공격당했거나 공격이 임박한 경우 ②국가 지도부나 핵무력지휘기구를 대상으로 적대세력의 핵 또는 비핵공격이 감행됐거나 임박 ③국가의 주요 전략적 대상이 치명적인 군사적 공격을 받았거나 임박 ④유사시 전쟁 확대 및 장기화를 막고 전쟁 주도권을 쥐기 위해 작전상 불가피한 경우 ⑤기타 국가 존립과 인민의 생명 안전에 파국적 위기를 초래하는 사태 등으로 규정하고 있다.
 이 내용으로만 보면 북한은 자의적 판단에 따라 거의 모든 상황에서 핵무기를 선제적으로 사용할 수 있다.
북한이 핵무기를 언제든지 사용할 수 있는 법적 근거를 만들고, 한·미연합훈련을 의식하지 않고 미사일을 쏜 배경은 핵무기에 대한 자신감에서 비롯된 것으로 보인다. 지난해 4월 랜드연구소와 아산정책연구원이 발표한 연구 결과에 따르면 북한은 2020년에 핵무기 67~116발을 보유했고, 매년 12~18발씩 생산할 수 있다. 북한이 조만간 7차 핵실험을 거치면 실전용 전술핵도 만들 수 있을 것으로 예상된다.

벼랑 끝 독재자들의 오판
 푸틴과 김정은의 공통점은 핵무기가 전쟁 예방을 위한 억제용이 아니라 정권 유지를 위해 자의적 판단에 따라 선제공격용으로 쓸 수 있다는 게 포인트다. 이미 수많은 인명을 살상하거나 국민을 억압하며 독재를 자행하고 있는 두 인물은 ‘악의 평범성’과 다를 바 없다. 악의 평범성은 2차 대전 당시 나치 독일의 친위대였던 아이히만이 수백만 명의 유대인 학살을 주관하고도 일말의 양심 가책을 느끼지 않고 평범한 인간처럼 행동한 것을 일컫는 용어다. 독일 출신 유대인 정치 철학자 한나 아렌트가 명명했다.
 문제는 이런 독재자들이 자신의 오판에 의한 실패를 무마하기 위해 더 중대한 오류를 범한다는 점이다. 핵무기에 의한 악행이다. 그 결과는 무고한 인명의 대량 살상과 파괴로 이어질 게 뻔하다. 이들에게는 상식적이거나 정상적인 사고와 협상이 통하지 않는다.
  정부와 군 당국에 해야 할 일은 명확하다. 지난 문재인 정부처럼 북한 비핵화를 대화로 해결할 수 있다는 기대는 당분간 접어야 할 것 같다. 미국의 핵우산이 포함된 확장억제력의 실행력을 높이는 것은 물론, 우리 군의 대응력이 무엇보다 중요하다. 킬체인과 한국형 미사일방어체계, 대량응징보복 등 3축체계와 유사시에 대비한 민방위 체계를 확고하게 갖추는 게 해법이다. 북한이 핵으로 도발하면 국민을 먼저 보호하고, 북한 핵과 전쟁지도부를 확실하게 제거할 수 있는 능력 확보다. 그랬을 때 북한 핵을 억지하고 평화가 유지된다. 독재자는 자신이 벼랑 끝에 몰렸다는 것을 인식할 때까지 악행을 멈추지 않는다. 역사가 말해주고 있다.

☞킬체인(Kill Chain)=북한 핵무기에 대응하기 위한 작전으로 '탐지→식별→결심→타격'으로 이뤄진다. 한국군 미사일과 전투기 등이 동원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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