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외국인 국내취업 허용」이렇게 본다|반대

중앙일보

입력

지면보기

종합 13면

<기능직 우대로 풀어야>
권순중<경기도 안양시 석 수1동 한도아파트 8동402호>
우리나라 국민의 근로의식이 달라지고 있다. 불과 몇 년 전만 해도 기능직이든 생산직이든 취직만 됐으면 하고 바라는 취업희망자들로 중소기업 제조업체의 인력난이 오늘처럼 심각하지는 않았었다. 그러나 이제는 동남아지역 일부 외국인의 국내취업을 허용해야 한다는 여론이 대두될 정도로 내국민의 생산직 기피현상이 심각한 문제로 제기되고 있다.
대학을 나온 고급인력을 비롯, 고교졸업 인력도 남아도는데 이처럼 인력난이 가중되고 있음은 노동력의 절대부족문제 이전에 힘드는 일을 기피하고 쉽게 돈을 벌려는 노동력구조상의 문제인 것이다. 「취업난 속의 인력난」이란 기현상을 외국인의 국내취업을 허용함으로써 해결하려는 것은 미봉책은 될 수 있을지언정 근본적인 문제해결과는 거리가 멀다고 본다. 따라서 우리나라의 중소기업·제조업체의 인력난 심화문제는 노동력구조를 개선하는 데서부터 찾아야 할 것이다.
일한 만큼의 보수지급, 후생복지시설의 확충 등 근로조건을 개선해 근로자로서의 자부심과 긍지를 갖도록 하여 기능직·생산직기피현상부터 없애야 한다.

<서비스·종사자 줄이자>
박인서<경기도 성남시 수정구 태평2동 2998>
심각한 국면에 접어들고 있는 인력난 해소를 위해 일부 제조업체는 인도·필리핀·방글라데시 등지에서 기능인력을 수입하겠다고 정부에 건의하고 있는 것으로 전해지고 있다.
해외인력의 국내노동계와의 마찰은 물론 언어와 풍습이 다른 이민족이 이 나라에 들어와 거주할 경우 일어나는 사회적 문제를 고려해 해외인력수입 및 국내취업허용 등은 신중히 다루지 않으면 안될 것이라고 생각한다.
성급한 해외인력수입에 앞서 88년을 기점으로 서비스부문의 취업률이 총 취업인구의 50%를 넘어서고 있는 구조적인 기현상을 시정하는 일에 정책적인 온갖 노력을 기울여 나가야만 할 것이다.
특별한 기술 없이도 취업이 가능하고 수입도 많은 서비스산업에 기능인력이 몰리다 보니 특히 제조업분야에 인력난이 자연 겹치게 된 것이라고 분석할 수 있다.
정부와 업계는 지금부터라도 저질작업환경개선 등 일할 수 있는 풍토를 조성하는 것을 첫째 과제로 삼을 뿐만 아니라, 경제활동인구 중 놀고 있는 3.1%의 실업자를 일터로 끌어들이는 방안 모색이 무엇보다도 선결되어야 할 과제가 아닐 수 없다.

<인력 공동화 어찌 막나>
최호영<서울 서초구 방배1동 865의33>
외국인 국내취업이 기업들의 인력난을 당장 해소하기 위한 궁여지책일 것이라는 데에는 이해가 간다.
하지만 외국인 국내취업허용에 대해 염려스러운 것은 산업공동화현상이 초래되지 않을까 하는 것이다.
단순노무직을 꺼리는 현 근로풍토에서 동남아국가에서 노동력을 수입하는 경우 생산현장의 일선이 외국인들로 메워질 것임은 자명하다. 그렇다면 결국에 가서는 머리는 한국인, 손발은 외국인이라는 기형적인 생산체계를 이루게 되어 민족적 구심점을 잃게 될 것은 뻔한 일이다.
기업들은 특히 단순 생산직 인력확보가 어렵고 저임금으로 인력충원이 용이하다는 점에서 외국인 국내취업허용을 주장하고 있으나 향후 경제발전 차원에서 보다 신중을 기해야 된다고 생각한다.
현재 우리의 근로 의식구조가 과소비·퇴폐풍조·황금만능주의 등 비뚤어진 사회환경 때문에 단순 생산직의 취업기피경향이 있을 뿐 절대인력이 부족한 것은 아니라고 본다. 또한 저임금에 목적을 두고 해외인력을 수입한다고 하나 그들도 우리의 근로풍토를 알게 된다면 조만간 힘을 결속, 임금투쟁을 하지 말라는 법은 없다. 그렇다고 본다면『당장 먹기에는 곶감이 달다』는 격으로 기업의 이기주의가 국가의 더 큰 사회문제를 불러일으킬 수 있는 것이다.

<일손 모자란 것 아니다>
박미경<경기도 부천시 남구 송내1동 340 우성아파트 1동606호>
국내 기능인력 부족 및 고 임금 등을 이유로 중소기업을 비롯한 제조업체나 건설업체 등에서는 외국인 국내취업 허용을 공식적으로 요구하고 있으며, 게다가 일부 기업에서는 연수명목으로 이들 외국인을 편법 적으로 활용하고 있다고 한다. 심각한 일손 부족을 제한적으로나마 보충하겠다는 의도로 보여 일면 수긍이 가는 것도 사실이다.
하지만 해외인력 수입은 일시적인 해결책은 될지언정 장래 적으로는 결코 바람직한 방책이 될 수 없다. 그 이유로는 우선 외국인 노동자를 수입하게 되면 그 가족 역시 받아들일 수밖에 없으며, 또한 계약의 유무에 관계없이 일단 이주해 온 외국노동자가 우리나라에 정착하게 되어 인구문제나 주택문제를 가중시킬 우려가 높기 때문이다. 이와 더불어 이들 소수민족이 우리와의 문화·관습·언어 등의 차이로 인해 여러 가지 심각한 사회적 부작용을 일으키지 않을까 염려스럽다.
이러한 몇 가지 이유를 굳이 들지 않더라도 우리는 결코 노동력이 부족하지 않으며, 또한 외국인을 불러들여 궂은 일을 맡길 형편도 못된다. 잘못되어 있는 것은 노동에 대한 인식이며 교육인 것이다. 인력수급 불균형이라는 고용구조의 모순을 좀더 효과적으로 개선해 나간다면 국내의 인력만으로도 충분히 인력수급의 균형은 가능하기 때문에 외국인의 국내취업 허용은 마땅히 금지되어야 한다.

ADVERTISEMENT
ADVERTISEMENT